국제

천혜의 관광 자원도 무용지물..베네수엘라 관광 산업도 초토화

박용필 기자 입력 2018.01.17. 06:31 수정 2018.01.18.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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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나이아가라폭포 높이의 16배’, 세계에서 가장 높은 베네수엘라 앙헬 폭포의 높이다. 베네수엘라에는 카리브해에서 가장 긴 해변도 있다. 천혜의 자연환경에 대한 자신감에서였을까? 베네수엘라 관광 장관은 최근 “관광은 동나지 않는 석유”라며 관광 산업으로 경제 위기를 타개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경제 위기는 이미 베네수엘라의 관광 산업 역시 궤멸 직전으로 몰아넣었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 앙헬 폭포/ 유튜브 캡처

세계에서 가장 높은 폭포와 카리브해 최장 길이의 해변 외에도 베네수엘라엔 카이트 서핑객들이 즐겨찾는 로스로케스 국립공원 등 천혜의 관광 자원이 많다. 2008년엔 한해 동안 10억 달러의 관광 수입을 벌어들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돈은 지금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수도 카라카스의 한 해변 호텔은 지난 한해에만 매출이 80% 가까이 떨어졌다. 손님이 한 명도 없이 보내는 날도 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인과 유럽인들로 가득찼던 치치리비체 해변의 한 호텔 역시 지난해 4월 벨기에 관광객 이후로 외국인은 구경조차 못하고 있다. 세계 여행 및 관광 협의회 추산에 따르면 현재 베네수엘라의 관광 산업 성장률은 예멘에 이어 전세계에서 두 번째로 낮다. 리비아나 시리아, 니카라과보다도 낮다.

이는 붕괴 직전의 베네수엘라 경제때문이다. 지난해 베네수엘라의 국내총생산(GDP)은 15%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정부 수입의 90%를 차지하는 석유 산업이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국제 유가 하락에, 시추 관련 전문가들도 해외로 떠나면서 생산량까지 급감했다. 이 상황에서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사회주의 경제 모델을 계승한 마두로 대통령은 공공 지출을 늘렸다. 여기에 미국 등의 경제제재까지 더해졌다. 생필품과 식량, 의약품 부족 사태에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플레이션도 뒤따랐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베네수엘라의 인플레이션은 2874%에 달했다. 한해 전 3만5000 볼리바르였던 문어 요리 한 접시가 지금은 75만 볼리바르에 달한다. 저녁 식사 한끼 가격이 70만에서 80만 볼리바르에 달하고, 와인이 추가되면 150만에서 180만 볼리바르를 내야한다. 이는 베네수엘라 최저임금 두달치보다 많다.

베네수엘라 로스로케스 국립공원/연합뉴스

이같은 상황은 외국인 관광객에도 혼란 그 자체이다. 요동치는 환율 탓에 같은 물건도 언제 어디서 사느냐에 따라 값이 천차만별이다. 700밀리리터짜리 베네수엘라 럼주 한병은 공식 환율로는 448달러짜리지만 거리의 암시장에서는 9.9 달러밖에 안된다.

투숙할 호텔들 역시 문제다. 카라카스 북동쪽 해변의 한 호텔의 경우 18개 방에 비치된 텔레비전 중 절반 이상이 고장난 상태다. 초인플레이션으로 볼리바르화의 가치가 폭락하면서 수입산 부품이 터무니없이 비싸거나 아예 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화장실 휴지 역시 생필품 난으로 구하기가 힘들어 배급을 하고 있다. 투숙객에게 비치품 목록을 제시하며 사인을 받는가 하면, 체크 아웃 전에는 방검사를 실시한다. 생필품을 구하기 어려워진 국내 투숙객들이 전구부터 가전 제품, 취사도구 부품까지 훔쳐가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치안이다. 베네수엘라에서 비교적 여유가 있는 이들은 자신의 차를 방탄차로 개조한다. 그리고 도적이 들끓는 고속도로를 여행한다. 베네수엘라 내무부에 따르면 2017년 베네수엘라에서는 하루 평균 53명이 살해됐다. 공항에선 짐이 종종 도난 당하고 2016년엔 이집트인이 카라카스 국제공항에서 강도 살인을 당했다. 이 때문에 지난 2년 동안에만 베네수엘라를 오가는 국제 항공 노선 15개 이상이 철수했다. 현재 운행 중인 국제 노선은 15개 노선에 불과하다.

워싱턴포스트는 베네수엘라 관광 장관 말레니 콘트레아스가 최근 “관광은 동나지 않는 석유가 될 것”이라며 관광 산업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선언했다고 전했다. 마두로 대통령도 관광 산업을 부활시켜 경제난을 타개할 활로로 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경제제재 속에 관광 산업으로 상당한 수익을 거둔 쿠바의 모델을 따르려는 발상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풀이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가 관광천국이 되는 일은 시리아 다마스쿠스에 디즈니 테마파크가 생기는 일 만큼이나 비현실적”이라고 평했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관광이 동나지 않는 석유가 되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