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Why] 요즘 식당서 '양반 다리' 사라진다

박돈규 기자 입력 2018.01.20. 03:04 수정 2018.01.21.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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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식서 입식으로 리모델링
손님들 "오래 앉아 있으면 다리 저리고 무릎·허리 아파"
60~70년 된 도심 노포들도 좌식 탁자 버리고 '입식 변신'
한정식집·장례식장까지 "바지 구겨질 걱정 안해도 돼요"

식당에서 좌식(坐式) 테이블이 사라진다. 어느덧 익숙해진 입식 문화에 밀려 양반 다리가 쫓겨나는 형국이다.

서울 서린동 한국무역보험공사빌딩 지하에 있는 안동국시는 이달 초 리모델링 공사를 했다. 온돌방에서 좌식 탁자를 모두 빼내고 입식 탁자를 올려놓았다. 식탁 수는 그대로다. 이 식당 윤경혜 사장은 "입식 테이블부터 손님이 차기 시작하는데 그 자리가 없으면 울며 겨자 먹기로 좌식 테이블에 앉거나 그냥 나가버리곤 했다"며 "직장인이 대부분인데 젊을수록 '무릎 아프다' '허리 아프다'며 좌식을 기피한다"고 말했다. 서울 북창동 속초생태도 같은 이유로 지난해 추석 연휴에 2층에 있던 좌식 테이블을 모두 입식으로 갈아치웠다.

서울 서린동 안동국시. 이달 초 온돌방에서 좌식 테이블을 모두 없애고 입식 테이블을 올렸다. 여러모로 불편해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좌식을 입식으로 리모델링했다. /박상훈 기자

좌식은 서울 도심 식당가에서 빠른 속도로 '퇴출'당하고 있다. 60~70년 된 노포(老鋪)들도 이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 양 무침과 육개장으로 이름난 부민옥은 지난해 말 좌식 테이블을 없애고 100% 입식 테이블로 새단장했다. 꼬리찜 전문인 을지로4가역 근처 순흥옥도 2016년에 좌식을 걷어내고 입식으로 바꿨다. 부민옥 사장은 "손님은 나이 든 분과 직장인이 반반인데, 너나없이 입식을 선호해 좌식을 버리기로 결정했다"며 "음식 나르는 분들도 편하다 하고, 면적당 매출은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한국 사회는 좌식에서 입식으로 라이프 스타일을 갈아탔다. 침대와 소파, 식탁에서 생활하는 데 익숙해져 양반 다리로 앉아 있으면 곧 다리가 저려온다. 이리저리 자세를 고쳐 앉게 된다. 좌식은 또 신발을 벗어야 하고 정장 바지 구겨지고 치마 입으면 더 불편하다. 엄마들 모임에서 물어보면 "어린아이 있으면 좌식, 아니면 입식" "룸 형태면 좌식, 아니면 입식"이라는 응답이 많다. 1~2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작은 탁자 수요가 늘고 4인용 식탁은 쓸모가 줄어들고 있다. 다만 "단체 회식은 좌식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아직 남아 있다"고 식당 주인들은 말한다.

양반 다리는 실제로 허리와 무릎에 부담을 준다. 박종하 정형외과 전문의는 "오래 앉아 있거나 구부정한 자세는 허리에 안 좋은데 좌식을 하면 둘이 겹친다"며 "좌식 문화는 무릎을 90도 이상 굽혀야 해 연골 부위에 압박이 심해지고 관절염을 빠르게 진행시킬 수 있다"고 했다.

한정식집들도 좌식에서 입식으로 변화의 파도에 올라타고 있다. 인사동 사천 사장은 "손님이 불편해해서 이 일대는 요즘 거의 다 입식으로 바꾸는 추세"라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좌식 테이블을 몇 남겨뒀는데 찾는 손님이 별로 없어서 그냥 놀리다가 작년에 그것마저 다 입식으로 리모델링했다"고 말했다.

양반 다리로는 30분 이상 앉아 있는 것 자체가 고역이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을 비롯해 장례식장 접객실을 점령했던 좌식 테이블도 일부지만 조금씩 입식으로 바뀌고 있다. 전북 김제 청운사 등 사찰 법당에도 입식 의자가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