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 점검] ① 4cm 눈에 마비..관광객 포화에 '지연 또 지연'

입력 2018. 1. 2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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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눈에 활주로 42시간 폐쇄 후에도 제설장비 확충 제자리
이·착륙 지연 다반사..2016년엔 이착륙 공항수용 최대치 초과

[※ 편집자 주 = 제주국제공항이 이달 11일 4㎝ 적설량에 활주로가 세 차례나 폐쇄되며 대혼잡을 빚었습니다. 2016년 1월 폭설에 42시간이나 활주로가 폐쇄된 뒤 2년 만에 똑같은 장면이 연출된 것입니다. 여기에 관광객 급증으로 공항수용 능력이 포화 수준에 달해 이·착륙 지연이 다반사가 되는 등 이용객 불편도 커지고 있습니다. 세계적 관광지로 거듭난 제주도의 관문 제주공항의 현황을 짚어보고 개선 방안을 찾아봅니다.]

제주공항 활주로 제설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폭설이 내린 11일 오전 제설차량이 제주국제공항 활주로에서 눈을 치우고 있다. 2018.1.11 jihopark@yna.co.kr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이달 11일 제주국제공항 활주로는 쌓인 눈 때문에 오전부터 밤까지 모두 세 차례 기능이 정지됐다. 출·도착 항공기 220편이 결항했고 14편이 회항했다.

이로 인해 승객 7천여 명이 제주를 떠나지 못했고, 이 중 2천500명은 여객터미널에서 노숙해야 했다.

2016년 1월 23일부터 25일까지도 눈 때문에 활주로가 42시간여 동안 전면 통제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다.

그런데 2년 만에 또다시 눈 때문에, 그것도 폭설이라 하기 힘든 적설량에 활주로가 '셧다운' 되면서 일각에선 제주공항의 위기 대처 및 해결 능력에 물음표가 제기됐다.

지쳐 쓰러진 제주공항 어린이 체류객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강풍과 폭설로 무더기로 결항한 제주공항 항공편 이용객들이 12일 새벽 제주도와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가 제공한 매트리스와 담요를 활용해 새우잠을 자고 있다. 2018.1.12 khc@yna.co.kr

◇ 2년 전보다 1/4 눈도 '셧다운'…제설장비 제자리, 제·방빙 시설 미흡

11일 당시 제주공항에는 하루 4㎝의 눈이 쌓였고, 최대 순간 풍속은 초당 12∼20m였다. 2016년 1월 활주로 폐쇄 당시 하루 최고 적설량 13㎝와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승객 안전을 위해 활주로 폐쇄 조치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적설량 규모를 고려할 때 활주로 폐쇄가 세 차례나 이뤄지고 결국 대규모 항공기 지연 및 결항으로 이어진 것을 놓고 문제점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현재 제주공항에는 일체식 제설차량 4대, 강한 바람으로 눈을 날려 치우는 고속송풍기 1대, 제설자제 살포 차량 3대 등 총 10대의 폭설 대응 장비가 있다.

폭설 대응에 가장 중요한 제설차량의 경우, 2년 전 활주로가 장시간 폐쇄되는 '참화'를 겪고서도 4대를 그대로 유치한 채 노후화된 2대만 교체했다.

또 얼어붙은 항공기를 녹이는 제빙(除氷)·방빙(防氷) 시설도 4곳이 있으나 지난 11일 당시엔 장비 부족으로 2곳은 장시간 운영하지 않는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운항 횟수와 여객수 면에서 비슷한 수준인 김포공항과 비교하면 어떨까.

2017년 기준 제주와 김포공항의 연간 운항편수는 각각 16만7천280편과 14만5천507편, 연간 수송인원은 2천960만4천363명과 2천510만1천147명이다. 제주공항이 두 부분에서 각각 15%와 17.9% 많다.

그렇지만 김포공항의 경우, 2001년 2월 15일 적설량 23㎝ 폭설로 인해 활주로가 폐쇄된 이후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고 있다.

김포공항은 제설차량 10대, 고속송풍기 2대, 살포 차량 4대 등 총 16대를 보유하고 있다. 제설제도 제주공항(171t)보다 많은 250t 규모로 유지, 폭설에 대비하고 있다. 여기에 제방·방빙 시설도 11곳을 운영 중이다.

물론 활주로 2개를 사용하는 김포공항과 보조활주로의 길이 제약 때문에 사실상 한 개만 사용하는 제주공항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활주로가 두 개면 교대로 제설작업이 진행돼 어느 정도 눈이 와도 항공기 운항이 가능하지만, 활주로가 한 개면 활주로 폐쇄 곧바로 항공기 운항 중단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제주공항의 높아진 위상과 국내 최대 수준인 운항편수와 수송인원을 고려한다면 공항의 구조적 문제만을 탓할 것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폭설 대처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한국공항공사 제주본부 관계자는 "안전을 위해 활주로 운영을 잠정 중단해 제설작업을 했고 승객 불편 최소화를 위해 제설작업을 강도 높게 진행, 결항 시간을 최소화했다"면서 "바람이 워낙 강하게 부는 데다 습도가 높은 눈이 내리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제설장비를 한없이 늘린다고 해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제주공항 계류장 제설작업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11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계류장에서 공항공사와 항공사 직원들이 제설작업을 벌이고 있다. 2018.1.11 [독자 제공=연합뉴스] khc@yna.co.kr

◇ 2016년 이착륙 횟수 공항수용 최대치 넘어…공항 포화로 이착륙 지연

제주공항의 이용 불편 원인은 비단 자연재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항공교통량 급증이 활주로 포화로 이어지면서 지연 운항이 일상화되다시피 한 점이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선정과 올레길 유명세 등으로 국내외 관광객은 급증했는데도 공항 시설은 이를 소화하기 버겁다는 얘기다.

실제 2016년의 경우, 항공기 이착륙 횟수가 연간 17만2천743회로 제주공항 수용 최대치인 17만2천회를 넘었다.

지난해엔 15만9천691회로 줄긴 했지만, 연간 수용 최대치의 92.5%에 이르는 등 여전히 포화 상태다.

이착륙 횟수는 인천공항을 제외한 국내 14개 공항 중 제주공항이 가장 많다.

김포공항이 지난해 연간 수용 최대치 22만6천편 중 14만5천507편이 이착륙해 64% 정도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제주공항에 얼마나 많은 승객이 몰리는지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제주공항에서 지연된 여객기 2만2천652편 가운데 연결편 지연과 여객처리 등이 원인인 경우가 2만1천448편으로 전체의 94.7%에 달한다.

2016년에는 지연율이 96.6%에 육박하기도 했다.

지연 운항은 스케쥴 상의 예상 출·도착 시각보다 실제 이착륙 시간이 30분 이상 늦을 때를 말한다. 30분 이상 지연은 아니더라도 활주로 포화로 여객기 운항 시간이 예정 시각보다 늦어지는 경우는 허다하다.

항공교통량이 앞으로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제주공항은 제2공항 완공 전까지는 어떻게든 이에 대처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붐비는 제주공항 출발수속장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강풍과 난기류로 제주공항의 항공기 운항이 차질을 빚은 가운데 20일 오전 공항 출발수속장이 항공기 탑승을 기다리는 승객들로 붐비고 있다. 2017.2.20 ji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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