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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단 코스닥 시장, 남은 과제도 있지요

입력 2018. 01. 20. 09:46 수정 2018. 01. 20.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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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한겨레]

코스닥 지수가 16년 만에 900선을 돌파한 지난 16일 시장 관계자들이 활짝 웃고 있다. 한국거래소 제공

정부가 물뿌리개를 드는 시늉만 했는데도 코스닥이라는 화분에서는 콩나물이 쑥쑥 자라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정부가 잇달아 내놓은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과 코스닥 활성화 정책의 약효 덕분이라고 합니다.

저는 7년 전에도 주식시장 취재를 담당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유럽 재정위기로 전세계 증시가 폭락해 연일 신문 1면을 장식하곤 했죠. 2016년 가을에 다시 증시로 돌아와보니 평온한 듯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코스피가 꿈틀거리더니 지난해 5월에는 6년간 이어져온 박스권을 깨고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더군요. 기나긴 ‘박스피’ 기간에 증시를 출입했던 동료가 화장실에서 몰래 웃었다는군요. 그러더니 코스피가 오를 때 바짝 엎드려 있던 코스닥이 지난해 겨울부터 치고 올라와 지난 16일에는 16년 만에 900선을 탈환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같은 국내 증시인데 따로 노는 게 기자로서 야속하기도 합니다.

서론이 너무 길었습니다. 코스닥은 태생적으로 정책효과가 강하게 나타나는 시장입니다. 코스닥 시장은 중소·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1996년 7월1일 개설됐습니다.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코스닥은 뜁니다. 기업의 이익이 얼마나 늘고 주가가 어느 수준인지는 사실 단기적으로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애초 지난 11일 발표된 ‘코스닥 활성화 방안’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저도 ‘혁신적이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는 해설 기사를 썼기에 민망한 처지에 놓였습니다. ‘정부에 맞서지 말라’는 격언을 망각한 탓이죠. 시장은 정책의 정교함보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읽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목표는 일자리 확충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금융 시장이 벤처 창업의 젖줄 구실을 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정부는 특히 투자자금의 회수 시장으로 코스닥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코스닥이 지금 코스피 시장의 마이너리그로 전락해 있으니 지원 정책을 내놓게 된 것입니다.

과거 정부에서는 어땠을까요? 역대 대통령 재임 기간의 코스닥지수 등락률을 살펴보니, 노무현 정부가 53.9%로 가장 높았고 이명박 정부는 -19.2%로 저조했네요.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벌써 40% 가까운 상승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과거 코스닥 시장이 활기를 띠었던 시기로는 외환위기 이후인 1999~2000년, 카드채 대란 이후인 2004~2005년 등이 꼽힙니다. 새로운 성장동력에 대한 시대적 갈증과 정책 지원을 통한 자금의 수혈이 맞물렸습니다. 김대중 정부 시기에는 정보기술(IT), 노무현 정부에서는 바이오·인터넷이 강세를 보였습니다. 이명박 정부 때는 고환율 정책과 4대강 사업으로 자동차와 건설 업종이 호황을 보인 반면 정책에서 소외된 정보기술 소프트웨어 업종의 수익률은 낮았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노무현 정부와 많이 닮았다고 합니다. 참여정부 때 시행했던 벤처기업 활성화, 기업 지배구조 개혁은 지금의 혁신생태계 조성,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 등과 맥락을 같이합니다. 이를 실행하기 위한 수단인 코스닥 시장의 세제혜택과 연기금의 벤처 투자 확대 등도 유사합니다.

가장 결정적인 장면은 부동산 시장을 규제해 코스닥으로 시중 자금의 물꼬를 트려 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종합부동산세를 밀어붙였고 문재인 정부는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습니다. 이번 코스닥 활성화 방안에는 이러한 간절함이 배어 있습니다. 저금리로 시중에 유동자금이 넘치는데도 부동산 투자자금이 코스닥으로 유입되지 않는 데 대한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코스닥에 물을 주려면 금융 선진국처럼 장기 주식투자에 대해 소득공제 등의 마중물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코스닥은 집권 2년차에 더 강하다고 합니다. 업무보고 등을 통해 구체적인 정책이 가동되기 때문입니다. 그럴수록 거품 형성과 개인투자자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거래소 노조는 ‘창조’나 ‘혁신’이란 명분으로 조성된 정책자금을 다 회수하려면 코스닥이 벤처캐피털의 현금자동입출금기가 될 판이라고 비판합니다. 증권가에서도 회계 투명성 등의 문제로 코스닥을 ‘정상적인 시장’으로 받아들이는 데 주저하고 있습니다. 혁신창업 육성과 더불어 시장 신뢰 회복 대책이 균형있게 나와야 하는 시점입니다.

한광덕 경제에디터석 정책금융팀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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