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준의 한국은 지금] 시급 1만원 주면서도 이익 내는 업계 비결..변해야 산다

이동준 2018. 1. 2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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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인상으로 일자리가 줄고, 경기가 위축된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쏟아질 때.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고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한 업계는 직원에게 인상된 최저임금은 물론 상여금과 복지혜택을 제공하면서도 높은 영업이익을 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소득 불평등 증가의 주된 요인은 노동시장에서의 근로소득 불평등의 확대인 것으로 분석된다. 도재형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소득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저소득 근로자의 임금을 올리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사진= 방송화면 캡처)
■ 변해야 산다 - 일본 사례
일본 전국에는 무려 5만 5000여 곳에 이르는 편의점이 영업 중이다.
편의점 포화상태와 일손 부족으로 한국 최저임금의 2배가 넘는 시급을 인건비로 지급하고 있지만 ‘단지특화형 편의점’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여 위기를 벗어났다.

단지특화형 편의점은 거주세대의 구성과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편의점이다.
기업은 주민구성원을 파악하고 이들이 요구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도입하며, 각종 편의를 위해 지역 업계와 협력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일반 편의점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매장에 진열된 상품과 서비스는 노인과 육아 세대에 초점을 맞춰 이들의 불편을 줄이는 데 역점을 뒀다. 또 500엔 이상 주문시 무료배송 서비스, 지역상권의 허브 역할, 작지만 생활에 필요한 일들을 도맡았다. 

얼핏 직원 수십명을 채용해야 할 거로 보이지만 단순 보관이나 안내가 주를 이뤄 추가 인력이 필요하지 않다.

문턱을 낮추고 차별화로 경쟁력을 확보한 결과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발길을 이끌어 매출은 개점 후부터 계속 증가하고 있다.
단지특화형 편의점 모습 일반 편의점과는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이들에겐 경쟁에서 살아남을 무기가 있다. (사진= TV도쿄 방송화면 캡처)
■ 변해야 산다 - 한국 사례
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코리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약 11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한국 시장 진출 18년 만에 처음으로 영업이익 1000억원을 돌파했다.

공격적으로 매장을 늘려온 한국 스타벅스는 도심의 높은 임대료 상승에도 매년 25%씩 성장하여 연간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스타벅스는 최저임금인상과 날로 심해지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제도 시행 전부터 부지런히 움직였다.
먼저 차별화된 서비스와 제품개발로 고객만족도를 높였다.
스타벅스는 손님들의 취향을 살피고 요구를 파악하기 위해 스마트폰 앱으로 설문을 진행하고 여기서 힌트를 얻어 새로운 브랜드를 선보였다.

또 사업을 진행하며 쌓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역별 선호도와 라이프스타일을 이해하고 여기에 맞춤 상품과 서비스를 고민했다.

예를 들어 귤이 유명한 제주도에서 귤을 재료로 지역에 특화된 상품을 만들고, 여행객들의 소비나 경로 등 패턴을 분석하여 매장 위치를 선정했다. 이러한 노력은 손님들의 발길이 늘어나 매출로 이어졌고, 지역사회와의 협력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

한편 구매·물류고도화를 통해 1100개가 넘는 매장을 통합 관리하고 구매와 유통과정을 뜯어내 불필요한 비용 발생과 원가를 절감했다. 또 대량구매를 통해 구매 단가를 낮춰 인건비, 높은 임대료를 상쇄했다.

원가나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고객에게 제공할 세일이나 프로모션은 줄이지 않았다. 되레 이벤트를 강화하는 마케팅 전략을 세워 운영했다. 그렇다고 커피값을 올리거나 영업시간을 축소하지 않았다. 직원을 줄여 단순 이익을 극대화하려고도 들지 않았다.

스타벅스가 말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손님이 불편을 느끼면 이용이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격이 오르면 손님에게 부담되고 직원을 줄이면 손님이 만족할 만한 서비스 제공이 어렵다는 이유도 있다.

구매 물류 고도화, 서비스 개선, 공격적인 마케팅만으로 스타벅스가 1000억원에 달하는 이익을 낼 수 있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지역사회와 협력해 특화된 상품을 만들고 여기서 이익을 창출했다. 또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 (사진= 스타벅스 코리아 제공)
스타벅스는 앞서 언급한 대책과 더불어 '사회적 책임을 이행한다'는 목표를 빼놓지 않았다.
바로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닌 ‘파트너’라는 개념이다.
파트너라는 말은 직원을 뜻한다. 다른 업계에서는 임시직, 아르바이트 등으로 부르며 명칭에 정해진 대우만을 하지만 스타벅스는 다르다.

파트너라는 말은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라는 의미도 지니는데, 인상된 최저임금 보장은 물론, 밤길 퇴근직원의 안전을 고려해 택시비를 주고, 설이나 추석 상여금으로 명절을 웃으며 지낼 수 있게 돕는다.

이밖에도 법정 근무시간 준수와 초과 근무 수당 지급, 비정규직 없는 채용으로 열심히 일하면 관리자가 될 수 있는 고용안정이 대표적이다.

이는 ‘사람이 먼저다‘라는 개념에서 비롯됐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구매·물류고도화, 인력 효율화는 경영이나 마케팅 부서에서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이들이 매장(현장)에서 손님을 마주하고 편의를 제공할 순 없다.

이에 영업 최전선에서 일하는 이들 파트너들의 수고를 보상하여 '일하고 싶은 곳', ‘일한 만큼 보상받는 곳’이라는 생각과 느낌을 강요가 아닌 스스로 느끼게 한다.

그 결과 서비스 향상으로 이어져 스타벅스를 찾는 손님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고, 손님의 증가로 매출도 오른다는 게 스타벅스 관계자의 설명이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생각은 법으로 정한 최저임금 7530원보다 2470원 더 많은 시급 1만원을 제시한 외국계 유통업체도 마찬가지다. 이 유통업체도 법정 근무시간을 준수하고 초과시 별도 수당을 지급하며 택시비 등의 혜택을 직원에게 준다. 또 비정규직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최저임금인상이 일자리를 빼앗고, 영업환경을 악화한다는 비관적인 주장은 이들 기업 앞에선 말도 안 되는 터무니없는 주장이 되는 것이다.
스타벅스 구인공고. 최저임금 7530원 외에도 각종 수당과 복리후생이 뒤따른다. 또 비정규직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사진= 구인구직 사이트 캡처)
법으로 정한 최저임금 7530원보다 2470원 더 많은 시급 1만원을 제시한 외국계 유통업체 (사진= 구인구직 사이트 캡처) 
앞서 성공한 일본과 한국 기업은 ‘차별화‘라는 공통점이 있다.
소비자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충족했다. 또 특화한 서비스로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해 손님들 발길을 이끌며 최저임금 1000원 인상, 높은 임대료에 아랑곳하지 않고 매출을 늘리고 있다.

변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최저임금인상으로 영업환경이 악화한다고 말하기 전, 이들 기업을 참고로 변화를 꾀해보면 좋겠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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