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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식지 않는 가상화폐 열풍..국내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을까?

안승진 입력 2018. 01. 20.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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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고속터미널역 지하상가 비트코인 결제 전면 도입 / 가격의 급등락과 거래소 불편에 실 사용자는 드물어 / 블록체인협회 "법정화폐가 아닌 새로운 가치교환 수단으로 활약할 것"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역 지하상가에 도입한 비트코인 결제시스템.


전 세계 가상화폐 거래의 20%가 한국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외신보도가 나올 정도로 최근 국내 가상화폐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한편에선 가상화폐가 상용화돼 실생활에서 거래수단으로 쓰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펼치지만 또 한편에선 널뛰는 가격에 화폐의 가치척도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 가운데 지난해 11월 말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역에 위치한 한 지하상가는 가상화폐 거래를 전면 도입하겠다고 선언하고 시범적으로 결제시스템을 도입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상화폐 거래는 어떤 식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지난 16일 오후 현장을 찾았다.

“가상화폐 거래요? 제가 아직 교육을 못 받아서...”

지하상가에 위치한 10여 곳의 매장 직원에게 ‘가상화폐 결제’에 관해 물었더니 이렇듯 한결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매장 곳곳에 ‘가상화폐 결제가능’이란 스티커가 붙어있었지만 실제 결제가 가능한 곳은 많지 않았다. 아직 도입초기라 거래가 활성화하지 못했다는 게 매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재 고속터미널 지하상가 627개 매장 중 150여 곳에 가상화폐 결제시스템이 도입해 있다. 하지만 결제방법에 대한 교육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소수의 매장에서만 가상화폐 결제를 이용할 수 있었다. 한 상점주인은 "결제 시스템을 도입한 지 몇 달이 지났지만 아직 가상화폐로 결제하겠다며 찾아오는 고객이 없다"며 "그러다보니 적극적인 활용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한 지하상가 내 일본 음식점에서 직접 결제를 해보기로 했다.

비트코인을 개인 전자지갑에서 다른 전자지갑으로 보내는 시간만 수십 분이 걸리기 때문에 매장의 비트코인 결제는 ‘중계 거래소’를 통해 이뤄지고 있었다. 결제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HTS라는 거래소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휴대전화에 내려받아 개인 지갑의 비트코인을 옮기거나, 거래소에 원화를 입금한 뒤 비트코인을 따로 구매해야했다. 사용량이 많은 대형 거래소가 아니다보니 비트코인의 준비과정이 다소 번거로웠다.

거래소에 비트코인을 전송하고 식사가 끝날 때까지 비트코인 가격도 심하게 요동쳤다. 특히 이날은 비트코인 1개의 가격이 1900만원에서 1100만원대까지 급락한 날이어서 지갑의 비트코인 가치가 음식 값을 결제하지 못할 정도로 떨어지면 어쩌나하는 우려가 함께했다. 기자의 경우 비트코인을 중계 거래소 지갑에 전송하는 동안 5%가량 가격이 내려갔다.

결제 자체는 중계거래소를 이용하는 만큼 빨랐다. 휴대전화에 설치된 거래소 앱을 켜고 매장 내 붙어있는 QR코드 사진을 찍으니 매장 정보가 입력됐고 원하는 비트코인 액수를 전송할 수 있었다. 음식점 주인 역시 거래소 앱을 통해 돈이 입금됐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거래는 고객의 비트코인이 음식점 주인에게 가는 방식이 아니라 비트코인을 가상화폐 거래소에 판 돈을 주인에게 전송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고속터미널 내 한 일식집에 마련된 비트코인 결제 QR코드. 가상화폐 거래소 앱을 다운받아 QR코드를 찍으면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했다.

은행이나 카드사를 거치지 않고 결제를 할 수 있다는 점은 가상화폐의 매력으로 다가왔다. 외국인이 가상화폐를 이용해 결제할 경우 환전조차 필요가 없다.

상가 관계자는 “아직 도입초기다보니 가상화폐 결제가 가능한 매장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가상화폐가 도입되고 있는 만큼 외국인 유치와 젊은 이미지를 위해 가상화폐 결제를 상가차원에서 도입했다”고 했다. 상가는 향후 전체 627개 매장에서 가상화폐 결제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을 밝혔다.

이처럼 가상화폐 결제에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매장이 있는 반면 널뛰는 가격에 결제 시스템을 포기한 매장도 눈에 띄었다.

20일 기준 전 세계 가상화폐 결제 매장을 알려주는 코인맵(coinmap.org)에 따르면 국내에는 130여 곳의 다양한 매장이 검색됐다. 하지만 표시된 모든 매장에서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20일 기준 '코인맵'에 등록된 가상화폐 결제 상점 분포. 이중 상당수 매장이 가상화폐 결제를 포기한 상태였다. 출처=코인맵 홈페이지

지난해 가상화폐 결제를 도입했던 한 보석매장 관계자는 “전국의 지점이 함께 도입했지만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는 사람이 한명도 없어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앞으로도 비트코인 결제를 다시 도입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음식점, 커피점 등 비트코인을 도입했었던 다른 매장들도 “현재 가상화폐 결제는 안 된다”며  "사용자가 없어 이용을 안하기로 했다"고 입을 모았다.

비트코인을 현금으로 입출금할 수 있는 ATM(현금자동입·출금기)도 서울 명동, 삼성, 여의도 3곳에 설치돼 있었지만 현재는 모두 이용이 중단된 상태였다. 단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원 여의도 본사에 설치된 ATM은 점검 후 재가동될 수 있다고 했다.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김태원 이사는 “가상화폐가 기축통화로서 역할은 수행하지 못하겠지만 특정분야의 가치교환 수단으로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는 “새로운 결제 시스템이 소비의 저변확대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서 “지금은 도입기라 효과가 미비하지만 점차 확대되면 상인들이 현금에서 카드를 받기 시작했듯이 가상화폐도 업장의 결제수단 중 하나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안승진 기자
영상= 이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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