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성소수자 혐오에 굴복" 시민단체 '은하선 까칠남녀 하차' 항의 집회
[경향신문]
시민사회단체들이 EBS ‘까칠남녀’의 출연자인 섹스 칼럼니스트 은하선씨의 하차 통보를 철회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은씨의 하차가 ‘성소수자 혐오’ 여론에 떠밀렸기 때문이라고 봤다.
한국여성민우회,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페미당당 등 42개 시민사회단체는 22일 오전 경기 일산 EBS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EBS는 은하선 작가의 하차 통보를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혐오에 굴복한 EBS 규탄한다’, ‘소수자의 존재를 지우는 것은 공영방송도 교육방송도 아닙니다’, ‘EBS야말로 교육방송으로서 결격’ 등의 손팻말을 들고 약 1시간 동안 항의 시위를 벌였다.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는 “여성과 젠더에 대한 이슈를 다류는 ‘젠더토크쇼’를 만든 EBS가 은하선씨를 하차시킨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며 “하차 철회가 반드시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겠다”라고 말했다.
나영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은하선씨는 성에 대한 이야기가 수치스러운 것이 아님을 드러냈지만 오히려 이 역할 때문에 하차 통보를 받았다”라며 “자신의 성에 대해 자유롭게 말하는 여성을 하차시킨 것은 분명 마녀사냥”이라고 말했다.
연지현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 부의장은 “여성인 동시에 양성애자라 당당히 밝힌 은하선씨 하차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책임감 있는 방송사라면 은씨에 대한 공격을 막아야 했을 것이다. EBS는 이번 결정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앞서 은하선씨는 마지막 녹화를 2회 앞둔 지난 13일 ‘까칠남녀’ 제작진으로부터 하차 통보를 받았다. ‘까칠남녀’는 지난달 25일과 지난 1일 두 차례 ‘성소수자 특집’을 방송한 이후 보수 성향 학부모·기독교 단체 등으로부터 ‘프로그램 폐지 및 출연자 하차’ 요구에 시달린 바 있다.
은씨는 EBS가 ‘성소수자 특집’ 이후 제기된 항의 여론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을 하차시켰다고 봤다. 반면 EBS 측은 “성소수자 특집이나 시위와 상관없이 개인의 결격사유가 발견돼 하차를 통보했다”고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특히 EBS는 지난달 은씨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항의를 받던 도중 ‘까칠남녀 피디 연락처’라며 퀴어문화축제 후원 번호를 올린 것이 문제라고 봤다.
은씨의 하차 소식이 알려진 뒤 손아람 작가, 손희정 문화평론가, 이현재 서울시립대 도시문화연구소 교수 등 일부 출연자들이 ‘녹화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까칠남녀’ 마지막회 녹화는 취소된 상태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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