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 인력난 심각.. 충남·충북·세종 충원율 50% 안돼

청주=홍성헌 기자 입력 2018. 1. 24.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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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17일 강원도 강릉시 강문동 ‘석란정’ 화재 현장에 출동한 강릉소방서 소방관들이 진화 도중 건물 붕괴로 동료 2명이 순직했다는 소식을 듣고 침통해하고 있다. 뉴시스

인력·장비 큰 차이… 국민안전도 ‘지역편차’

전남·경북·제주 겨우 절반 충원
서울 94% 외 80% 넘는 곳도 없어
재정자립도 낮을수록 인력난 심각

강원 소방관 1명 담당면적 6.11㎢
서울의 68배… 홍천군 11.59㎢ 달해
장비 편차도 심해… 소방서비스 차이

“안전에도 지역편차가 있나요? 소방 인원과 장비를 늘려야 제2의 제천화재 참사를 막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 국민을 충격과 분노로 몰아넣었던 충북 제천의 ‘12·21 화재’는 화재 초기 인명구조에 실패한 사례로 꼽힌다. 소방당국의 지휘책임과 대응부실, 상황관리 소홀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소방관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인력부족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23일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기준 소방조직은 538명의 국가직과 4만3583명의 지방직 공무원으로 이원화돼 있다. 게다가 지자체 상황에 따라 인력과 장비 등의 편차가 퍽 심하다.

전체 소방공무원의 98.7%를 차지하고 있는 지방직 소방공무원은 지역별로 숫자가 크게 차이난다. 지역에 따라 면적과 인구가 다른 만큼 차이나는 현실 자체를 나무라기는 어렵지만 문제는 인구와 면적을 고려해 산정한 기준 인력에 비해 실제 배치된 현장 인력의 비율도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지방직 공무원 숫자(그래프)는 지휘·행정·상황실 인력까지 포함한 것인데 실제 화재현장에 출동하는 인원은 이 숫자와 다르다. 화재현장 출동 인원은 대개 현장 인력으로 분류된다<표 참조>.

2016년 기준 충북지역의 소방인력 기준은 2463명이지만 실제 현장 인력은 1198명에 불과했다. 부족한 소방인력 숫자가 무려 1265명(51.4%)에 달했다. 참사가 발생한 제천의 경우에도 현장 인력 충원율은 47%에 머물렀다. 제천화재 당시 최초 출동 인력은 13명이었는데 실제로 불을 끌 수 있는 진압대원은 4명에 불과했다. 경기도에서 제천 참사와 같은 대형화재가 발생했다면 최초 출동시 최소한 30∼50명이 동원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소방대가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서는 선착대(1차 출동인력)에 반드시 최소 필수요원이 탑승해야 한다. 하지만 기준 인력의 절반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지역에선 최소 필수요원 탑승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 화재 진압 초기 대응이 녹록지 않은 셈이다.

충북 외 다른 지역도 법정 기준보다 현장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은 비슷하다. 그나마 서울의 경우는 소방공무원 충원율이 94%에 달한다. 하지마 서울 외는 80%를 넘는 곳도 없다. 서울에 이어 전국 2위인 대전의 충원률도 79.6%에 불과한 수준이다.

충북(48.6%)과 충남(49.9%), 세종(48.2%)은 필요한 소방 인력의 절반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전남(50.25%)과 경북(50.1%), 제주(52.2%) 등은 겨우 절반을 넘긴 수준이다. 소방 인력난은 전국 공통의 문제다.

재정자립도가 낮을수록 소방 인력 부족은 심각해진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공개한 소방청 자료(2018년 1월 1일 기준)에 따르면 강원도의 소방관 1명이 담당하는 면적은 6.11㎢로 서울(0.09㎢)보다 68배 정도 더 넓다. 전국에서 가장 넓은 기초지자체인 강원도 홍천군의 경우 소방관 1인당 면적은 11.59㎢에 달했다. 참사가 발생한 제천시의 경우에도 소방관 1인당 담당 면적은 6.85㎢에 달해 전국 평균(2.23㎢)보다 3배 이상 넓다.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다보니 정부가 매년 소방 인력을 채용하고 있지만 출동 건수 급증 등 소방 수요의 증가 속도는 인력 채용보다 훨씬 더 빠르다. 현장대원들의 출동이 더 잦고 할 일이 늘다보니 그만큼 피로가 쌓이고 현장대원들이 위험한 상황에 처하는 경우도 잦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소방 활동은 크게 화재 진압과 인명구조, 구급활동 등 3가지로 구분된다. 화재 진압을 위한 연간 소방 출동 건수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4만2000건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인명구조와 구급활동은 꾸준하게 늘어나는 추세다.

인명구조 출동 건수는 2012년 56만5753건에서 2013년 53만1699건으로 줄었다가 이후 꾸준히 늘어 2016년엔 75만6987건이나 됐다. 119구급활동 출동 건수 역시 2012년 215만6548건에서 매년 늘어나 2016년엔 267만7749건으로 집계됐다. 향후 소방 공무원 부족 현상이 지속되면 화재 대응뿐 아니라 119 출동 지연 등의 문제로 나타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력 외 장비의 지역별 편차도 문제로 지적된다. 어느 지역에서 재난을 맞닥뜨리게 되는지에 따라 국민이 받게 될 소방 서비스에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최돈묵 전국대학소방학과교수협의회장(가천대 소방공학과 교수)은 “지역마다 다른 소방관 인력과 장비의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차이로 국민이 동일한 소방서비스를 받지 못한다면 이는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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