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 용어 버젓이 사용 .. 고삐 풀린 청소년 사이버 일탈

김민순 입력 2018. 1. 24. 19:15 수정 2018. 1. 24.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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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3학년인 승영(15·가명)이는 지난해 반 친구들과의 단체 카톡방(단톡방)에서 '왕따'를 당했다.

24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보고서 '청소년 사이버일탈 유형별 대책 연구'(2017)에 따르면 10대 청소년의 사이버일탈이 심각해질 뿐 아니라 저연령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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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윤리의식 실종.. 저연령화 현상도 심각

중학교 3학년인 승영(15·가명)이는 지난해 반 친구들과의 단체 카톡방(단톡방)에서 ‘왕따’를 당했다. 승영이 말에 친구들은 대답을 하지 않거나 아예 없는 것처럼 대화하기 일쑤였다. 별로 친하지 않은 아이들이 시작했던 일이 금세 다른 친구들에게도 번졌다. 아이들은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승영이 사진을 올려 외모를 평가하거나 이유 없이 욕을 하기도 했다. 얼굴도 모르는 다른 학교 아이들이까지 가담한 이런 행동에 큰 충격을 받은 승영이는 현재 심리상담을 받는 중이다.

고등학교 1학년생 주환(16·가명)이는 온라인 게임을 할 때면 묘한 해방감을 느낀다. 다른 사람이 된 것같이 평소에는 잘 쓰지 않는 거친 표현이나 말투를 내뱉는다. 팀을 만들어 게임을 할 때는 다른 참여자와 서로 욕설을 내뱉고 장애인, 성소수자 등를 비하하는 표현도 거리낌 없이 쓰곤 한다. 주환이는 “게임할 때는 나도 모르는 또 다른 자아가 나오는 것 같다”며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크게 잘못된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온라인상의 청소년 일탈행위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온라인 불법도박,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 모바일메신저, 이메일 등 온라인 공간에서 남을 괴롭히는 것), 음란물 접촉 등이 확산되는 데다 일탈을 일삼는 연령이 낮아지는 추세가 뚜렷해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24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보고서 ‘청소년 사이버일탈 유형별 대책 연구’(2017)에 따르면 10대 청소년의 사이버일탈이 심각해질 뿐 아니라 저연령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이 청소년 정책연구기관 종사자, 교사, 경찰 등 관련 전문가 60명을 상대로 청소년 사이버 일탈의 경향성을 조사한 결과 34.5%가 ‘10년 전에 비해 사이버 일탈의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고 답변했다. 저연령화 현상에 대해서는 44.7%가 ‘매우 그렇다’는 의견을 보였다. 사이버일탈에는 초등학생도 예외가 아니어서 모바일메신저로 음란물을 공유하거나 BJ(인터넷 개인방송 진행자)들이 유행시킨 ‘앙 기모띠’(일본어 기모치의 변형, ‘좋다’는 의미) 등 포르노 용어를 교실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2016년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학생 2명이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동급생과 교사의 음란물 합성 사진을 만든 사실이 발각되기도 했다.

이 같은 현상은 뉴미디어 및 정보통신기술(ICT) 이용 능력에선 수준급에 이른 것에 비해 인터넷 윤리의식은 한참 떨어진다는 점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이 강하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의 ICT 이용 능력 및 뉴미디어·정보통신기술 활용 능력 수준을 6.88점(10점 만점)으로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이들의 전반적인 인터넷 윤리의식 및 네티켓은 3.84점을 매겼다. 인터넷 윤리의식이 부정적 수준이라고 답한 비율은 65.5%로 조사됐다.

하지만 관련 정책이나 대책은 ‘수박 겉핥기’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의 한 고등학생은 “미성년자들의 인터넷 사용을 제한하는 장치가 많지만 부모님 명의를 사용하면 된다”며 “‘셧다운제’처럼 청소년의 인터넷 활용을 무조건 막으려 할 것이 아니라 올바른 사용방법을 알려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을 ‘잠재적 문제아’로 간주하는 시선에서 벗어나 현실을 반영한 눈높이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에 참여한 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지금까지는 강력한 처벌, 재미없는 인터넷 윤리교육이 진행되면서 청소년들은 제재를 피하는 법이나 말초적 재미를 추구하는 법 등을 스스로 배우게 됐다”며 “이제라도 청소년 관점에서 현실적이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관련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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