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냐 표퓰리즘이냐 .. 지자체 '생활임금' 논란

김방현.위성욱.김호.최종권.김민욱.김정석 2018. 1. 30.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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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개 지자체, 기간제근로자 등에
교육·문화생활비 더한 급여 책정
최저임금보다 2000원 가량 많아
"근로 빈곤층 구매력·생산성 향상"
"일회성 아니라 지자체 부담 커져"

부산시 중구에서 화단 관리 업무를 하는 기간제근로자 김모(68)씨는 올해부터 한달(25일 기준)에 177만1000원의 급여를 받게 된다. 지난해보다 12만9150원 오른 금액이다. 중구가 올해 생활임금제도를 도입해 김씨의 시급이 지난해 8210원에서 8855원으로 인상된 데 따른 것이다. 부산 중구의 올해 생활임금은 최저임금(시급 7530원)보다 1325원(17.6%)이 많다. 김씨는 “생활임금까지 받아 월급이 늘었으니 어느 정도 문화생활도 많이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부산시도 올해부터 생활임금을 도입해 지급하고 있다. 시 소속 기간제근로자 295명이 대상이다. 금액은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올해 단순노무종사원의 노임단가인 8612원이다.

올해 최저임금이 크게 오른 가운데 생활임금제까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2013년 포퓰리즘 논란 속에 서울 성북·노원구, 경기도 부천 등 일부 지자체에서 시작된 생활임금제는 243개 지자체(광역·기초) 중 현재 서울 등 전국 12개 광역단체와 79개 기초단체에서 시행 중이다. 생활임금제는 지자체 조례를 통해 시행되며 지급 대상은 환경미화원 등 주로 공무원 보수체계를 적용받지 않는 지자체 직원이나 출연기관 근로자이다.

반면 최저임금은 노·사·공익 대표 각 9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가 인상안을 제출하면 고용노동부 장관이 매년 8월 5일까지 결정해 고시한다. 올해 최저임금은 지난해(6470원)보다 16.4%(1060원) 올랐다.

전국 광역단체 생활임금 현황
생활임금은 확산 속도 만큼이나 지급 금액도 급격히 올라 최저임금보다 2000원 정도 많은 곳도 상당수다. 이 때문에 생활임금제 확산을 놓고 단체장의 ‘선심성 정책’이란 지적도 나온다. 반면 “인간다운 삶을 살도록 공공기관이 배려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광역단체 가운데 전남도의 생활임금이 가장 높다. 지난해 7688원에서 올해 9370원으로 21.9%올렸다. 최저임금보다 24.4% 높다. 전남도는 지난해 도와 도 출자·출연기관 소속 근로자 292명의 생활임금으로 56억9300만원을 지급했다. 올해는 93억9900만원이 들어간다.

서울시의 올해 생활임금은 9211원으로 지난해(8197원)보다 12.4%올랐다. 적용대상은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소속 근로자와 뉴딜 일자리 참여자 등 1만여명이다. 강남구를 제외한 24개 구도 시행중이다.

경기도는 광역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2014년 7월 생활임금 조례를 만들었다. 경기도의 올해 생활임금은 8900원으로 최저임금보다 1370원 많다. 경기도 관계자는 “2019년에는 생활임금 1만원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경기도청 사무보조원 김모(42)씨는 “생활임금 시행으로 매월 30만원 정도를 더 받게 돼 생활에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생활임금 도입은 자치단체장의 소속 정당에 따라 엇갈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단체장은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지만 야권 성향의 단체장은 주저하고 있다. 영남권 등 단체장이 자유한국당 소속이거나 지방의회에 한국당 소속이 다수인 광역단체는 거의 시행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 소속이지만 충북은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도입하지 않았다.

김두영 대구시 일자리정책팀장은 “지역의 근로자 평균 노임이 전국 최저 수준인 상황에서 공공부문 임금만 높게 책정된다면 시민이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충북도 오세동 일자리기업과장은 “최저임금이 오른 데다 정부가 공공기관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생활임금제는 당분간 도입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했다.

전문가 의견도 엇갈린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박용철 연구위원은 “생활임금제는 근로 빈곤층(워킹푸어)의 소득향상과 구매력 상승, 생산성 향상 등 긍정적인 측면이 존재한다”며 “생활임금 적용범위를 어디까지 확대하느냐는 풀어야 할 과제다”고 말했다.

반면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육동일 교수는 “생활임금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단체장의 생색내기 정책이 되고 있다”며 “생활임금 재원은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마련해야 하므로 재정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했다.

대전·부산·광주·대구·수원=김방현·위성욱·김호·최종권·김민욱·김정석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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