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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건설 전 팀장 "도곡동 땅, MB 소유라 무조건 사라했다"

입력 2018. 01. 31. 16:06 수정 2018. 02. 01.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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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매매 실무 맡은 포스코건설 전 팀장
"부르는 대로 사라는 상부 지시 받고 계획 수립
영포빌딩서 만난 김재정씨 265억 부르고 흥정 안해
그 자리서 김씨가 MB책 '신화는 없다' 한권씩 줘
검찰서도 '도곡동 땅은 MB 땅으로 안다' 진술했다"

[한겨레]

2007년 8월16일 한나라당 부산시당에서 열린 구국, 구당 궐기대회에서 김무성 의원이 <중앙일보>를 들고 이명박 경선 후보의 도곡동 땅 의혹을 제기하며 후보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위) 같은 날 오후 이명박 후보는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이 ’정치권이 계속 비난하면 수사 내용을 더 밝히겠다’고 것과 관련해 "검찰이 다른 정보를 갖고 있다면 협박할 게 아니라 즉각 다 공개하길 바란다"고 말하고 있다. 한겨레 DB

이명박 전 대통령 재산 차명 소유 논란의 원조격인 ‘도곡동 땅’을 두고 “(이 땅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소유’라면서 무조건 사야한다는 회사 상부의 지시로 매입하게 됐다”는 핵심 실무자의 구체적인 증언이 나왔다.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처남인) 김재정씨와 회사 본부장한테 들은 얘기를 근거로 검찰에도 ‘도곡동 땅은 엠비 땅으로 안다’고 진술했다”고도 말했다.

1995년 당시 도곡동 땅을 김재정씨로부터 263억원에 매입한 포스코건설(당시 포스코개발)의 박아무개 전 개발사업본부 팀장(이사보)은 최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도곡동 땅을 부르는 (값)대로 사라는 상부 지시를 받고 계획을 수립했다”며 “이 과정에 본부장 등을 통해 도곡동 땅이 ‘엠비 땅’이란 얘기를 들었다. 본부장과 친했는데, 그런 내막을 얘기 하지 않으면 (땅 매입에 부정적인) 직원들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겠냐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전 팀장은 1995년 4월 회사 지사로 도곡동 땅 사업 기본계획서를 만들고, 석달 뒤인 7월 김재정(2010년 사망)씨와 계약을 체결한 실무 책임자였다. 박 전 팀장은 당시 포스코개발 전아무개 본부장의 지시를 받았고, 그 위로 조아무개 부사장, 포스코 김만제 회장이 있었다.

서울 강남구의 이른바 ‘도곡동 땅’은 1985년 이명박 현대건설 사장 때 현대건설로부터 처남 김재정씨, 큰형 이상은씨 명의로 사들인 땅(169-4번지)에서 태동했다. 이후 두 사람이 3자로부터 추가 매입한 일대의 필지까지 포스코건설이 1995년 청탁 등을 받아 일괄 매입(1986.5평)했다는 정황들이 드러나면서 엠비 차명거래·소유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15억원 짜리가 10년 만에 263억원 짜리가 된 데다, 도곡동 부지 매각대금 일부가 이후 둘 명의로 설립한 다스로 흘러간 점 등으로 인해 이명박 전 대통령 재산 차명 소유 의혹의 시발점으로 간주된다.

영포빌딩. 한겨레 자료사진

박 전 팀장은 “계약하려고 김재정씨를 영포빌딩 지하 사무실에서 만났는데, 그때 265억원을 딱 부르고 끝이었다. 흥정하자는 얘기도 안했다. 그 자리에서 <신화는 없다>(이명박 지음·1995·김영사)를 우리한테 한 권씩 줬다. 그걸 왜 줬겠냐”라고 말했다. 이어 “이상은씨가 공동지주로 되어 있긴 했지만, 김재정씨가 ‘자기가 다 맡아 하고 있고, 도장도 갖고 있다’고 했다”고 박 전 팀장은 말했다.

2008년 2월21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도곡동 땅·다스 차명소유 및 비비케이(BBK) 연루 의혹 등을 수사해온 정호영 특별검사가 서울 강남구 역삼동 특검 사무실에서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한겨레 DB

특히 포스코건설 실무팀은 1995년 매입 전후 도곡동 땅의 가치를 180억원 정도로 평가했다. 게다가 “사업타당성 조사 결과 수익이 극히 적게 나와” 부지 매입에 부정적인 의견도 제기했다. 박 전 팀장 설명을 들어보면, 포스코건설은 이 땅을 매입한 뒤에도 계획처럼 개발하진 못했다. “비싸게 산 만큼 시세가 오르지 않고 적자가 예상되니까 4~5년 동안 개발 자체를 못했다”는 것이다. 건설사는 자금유동성 등 때문에 부지를 매입하는 즉시 개발하는 게 일반적이다.

박 전 팀장은 “우리가 사정하고, 파는 사람이 배짱을 부리고 금액 올리고… 완전 웃기는 꼴”이었다며 “그래서 ‘우리가 뭐가 아쉽다고 쫓아다니는지 모르겠다’, ‘심부름값이라도 빼줘야지 않냐’라며 실무자들이 떼를 서서 그나마 2억원을 깎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실무자의 <한겨레> 인터뷰대로라면, 포스코건설이 최종 매매계약을 맺기까지 박 전 팀장 등 실무팀은 김재정씨와 3~4차례 더 만났다.

박 전 팀장의 이러한 구체적인 진술은 실제 지시 권한을 지닌 김만제 당시 회장과 조아무개 부사장 등의 증언을 관통하고 뒷받침한다. 김 회장은 1998년 감사원 감사에서 “해당 부지의 실질적 소유자는 이명박씨로 안다”고 말했다. 현재 유명을 달리한 조 부사장은 “전 본부장한테 부지 얘기를 듣고 뒤에 지주를 만났더니 사실상 소유자가 특정인이고 김만제 회장과 잘 아는 사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 증언들은 이후 더 구체화되지 않았고, 이 전 대통령이나 검찰은 부인 내지 부정하면서 사실상 힘을 잃었다.

검찰은 이명박 당선인 시절인 2008년 2월 도곡동 땅에 대해 “(차명의혹이 있는 부지도) 이상은씨 지분”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상은씨 지분은 제3자의 차명 재산으로 보인다”는 2007년 8월 중간 수사결과조차 뒤집은 것이다. 그해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 쪽은 “(엠비 차명거래일 경우는) 실형 5년 이상에 무기징역까지 가능한 특가법 대상”이라고 몰아세웠지만 검찰의 판단은 달랐다.

박 전 팀장은 이후 상무 직급까지 올랐으나 2000년대 중후반 회사를 나왔다. 그는 부하 직원의 금전 비리가 불거진 탓이라고 했다. 그는 여러 차례 만남을 청한 기자에게 “사실 나 현대건설 출신이다. 사우디 있을 때 엠비가 현장와서 같이 저녁도 먹고 그랬다. 그러던 사람이 내 인생에서…”라며 말을 줄였다.

그리고 이렇게 마침표를 찍었다. “(엠비에 대해) 보기도 싫고 얘기하기도 싫습니다. 휘말리는 것 자체가 지옥이예요, 지옥.”

▶박 전 팀장 인터뷰 전문을 보시려면 :이명박 책 건네며 “도곡동 땅 265억원” 부른 MB 처남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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