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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신문은 내 친구] 강남 집값만 오르는 이유

김강래 입력 2018. 01. 31. 17:09 수정 2018. 01. 31.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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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부동산대책 의도와 달리 규제보단 수요·공급 논리 우선
강남4구 '똘똘한 한 채'는 더욱 귀해져 집값 고공행진
수도권·지방은 공급량 증가..되레 하락세로 전환하기도
"정부 규제에 지방 집값은 떨어졌지만 서울 강남은 오히려 올랐다고? 왜 그렇지?"

신문을 보던 고등학교 1학년 학생 예준(가명)은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정부가 서민들을 위해 집값 안정화 대책을 내놨는데 서울 강남 지역은 더 오르고 있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안정화 대책이 강남 지역에 초점을 맞췄는데도 말입니다.

정부는 지난해 8월 '8·2 부동산 대책'에서 다주택자(집을 여러 채 가진 개인)가 집을 팔 때 얻는 이익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고, 재건축 예정 단지의 조합원 자격을 사고파는 행위를 제한했습니다. 새 아파트 분양도 청약 가능한 자격 요건을 강화하고, 분양 아파트 수에서 추첨 비율을 줄여 가점이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도록 제도를 개편했습니다. 또 2013년 이후 유예됐던 초과이익환수제를 다시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을 마친 후 얻는 수익의 일부를 세금으로 걷는 것입니다. 여기에 투자를 목적으로 집을 사는 수요를 겨냥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한도를 줄이는 규제(신 DTI) 등을 도입했습니다. 대부분 규제는 상대적으로 부유한 다주택자들을 겨냥한 대책입니다. 다주택자들을 압박하면 이들이 주택 수를 줄이기 위해 집을 팔 것이고 그에 따라 집값이 떨어진다는 논리로 정책을 편 것입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강남 집값 급등세 원인이 여기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다주택자들이 정부 압박에 대응하면서 여러 채를 '똘똘한 한 채'로 바꾸고 있기 때문에 강남 집값이 오히려 더 올랐다는 것이죠. 정부가 규제를 해도 상대적으로 유망한 곳이 어디인지 물색해 보니 결국 강남권 등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가 최후의 보루처럼 남았다는 설명입니다.

'똘똘한 한 채' 현상은 공급과 수요의 논리로 접근해야 합니다. 규제가 늘어날수록 이런 인기 지역 아파트를 원하는 수요자들은 더 증가할 것입니다. 그만큼 투자 가치가 안정적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강남이나 서울은 재건축을 제외하면 새 아파트 공급 물량이 한정돼 있습니다. 2월부터 4월까지 3개월간 입주하는 서울 새 아파트만 봐도 작년 동기 대비 72.9% 줄어든 3678가구뿐입니다.

공급 증가 없이 수요가 늘면 결국 가격이 따라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재건축을 할 수 있는 아파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신호를 보내면서 재건축 예정 아파트의 희소성은 더욱 높아졌습니다. 이 결과 강남4구는 '8·2 부동산 대책' 이후 월간 주택가격 변동률 상승 폭이 점점 커지면서 12월에는 1.26%까지 치솟았습니다. 강남구의 경우 주간 조사에서 1월 첫주는 전주에 비해 0.98%상승했는데, 이는 2012년 한국감정원 조사 이후 역대 최고치입니다.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과 지방은 사정이 다릅니다. 불안정성에 수요는 줄어드는데, 공급은 예년 대비 대폭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10월부터 양극화는 심해집니다. 지방 집값은 12월 마이너스 변동률로 추락했지만, 서울은 점차 상승 폭이 커지면서 같은 달 0.6%를 기록했습니다. 수도권은 0.2%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근본적인 원인을 진단하지 못한 미봉책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강남 지역 집값이 계속 오르는 것은 강남권 아파트가 대체 불가능한 상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강남에 거주를 희망하는 수요를 단순 투기로 바라보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고 원장은 "고강도 대책이 서울과 강남 집값을 못 잡는다고 더 큰 칼을 휘두르면 안 된다"면서 "강남의 대체지를 마련하는 근본적인 대책으로 양질의 주거 공급을 확대해 수요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강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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