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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만의 만남, 미묘한 엇갈림..노사정 '사회적 대화' 첫발 디뎠다

김상범 기자 입력 2018. 01. 3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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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31일 서울 종로구 노사정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1차 노사정대표자회의 참석자들이 손을 맞잡고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문성현 노사정위원장, 박병원 경총 회장,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영민 기자

“사회안전망 확충과 노사관계 발전, 산업재해 예방 먼저 논의해야(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는 ‘일자리 창출’에 전력 다해야(박병원 경총 회장)”

문재인 정부의 첫 노사정 대표자회의가 31일 열렸다. 8년만에 만난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 대표자들은 그동안 쌓일대로 쌓인 숱한 현안을 풀기 위해서는 사회적 대화를 복원하는 게 급선무라는 데 뜻을 같이했다. 하지만 가장 ‘시급한’ 현안이 무엇인지에 대한 노사의 의견은 미묘하게 엇갈렸다. 아울러 노동계가 이야기하는 ‘2월 위기설’도 이날 첫삽을 뜬 사회적 대화의 성패를 판가름할 중요한 변수로 남았다.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 대회의실에서는 노사정대표자회의 1차 회의가 열렸다. 노동계에서는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과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경영계에서는 박병원 경총 회장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부측에서는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과 문성현 노사정위원장이 참석했다.

회의의 주최자 격인 문성현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이지만 양극화 구조는 심화됐고 청년들은 갈 만한 일자리가 없다. 4차 산업혁명의 도전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노사가 함께 열린 마음으로 사회적 대화에 임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사무실 위치도 정부청사에서 광화문으로 옮겼다”라며 “내일이라도 당장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노동계 “산재예방 먼저”, 경영계 “일자리 우선” 간극

이어서 발언한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사실 오늘 마음이 무척 무겁다”라며 운을 뗐다. 그는 “어제 포항에 가서 지난 25일 사고로 숨진 포스코 협력업체 TCC한진 노동자 네 분의 유가족들을 만나뵙고 왔다”라며 “이번 사고는 비정규직의 문제, 장시간 노동의 문제, 양극화 문제, 대기업의 횡포와 원하청 문제, 위험의 외주화 등 노동자들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김주영 위원장은 “사회적 대화를 하루 빨리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노사정대표자회의 체제를 오래 끌고 나갈 이유가 없다. 운영기간을 50일로 한정해, 오는 3월21일을 목표로 논의할 것을 제안한다”라고 말했다. 뒤늦게 대화를 시작한 만큼, 짧은 기간동안 밀도 있게 논의해 하루라도 빨리 ‘새 집’을 짓자는 이야기다. 아울러 “사회적 대화기구 개편과 의제·업종별위원회 설치, 사회안전망 확충, 노사관계 발전, 산업재해 예방 등 의미 있는 것을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반면 경영계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박병원 경총 회장은 “김주영 위원장님이 여러 의제를 말씀해 주셨지만, 저는 어떤 형태의 대화기구이던 ‘일자리 창출’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일자리 없는 청년들을 취직시키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뿐만 아니라 저출산 고령화 문제도 해결하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기업이 고용을 창출할 환경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산업재해 예방 등 ‘노동자 보호’를 우선시한 노동계와는 현실 인식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 대목이다.

■변수로 떠오른 ‘2월 위기’

노사정대표자회의는 노동계의 불신을 사고 있는 노사정위를 고쳐 새로운 대화틀을 짜기 위해 마련한 임시 회의체다. 이날 회의는 상견례 성격이다. 노동계 대표들은 ‘대표자회의→사회적 대화기구 복원’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가 사회적 대화를 밀어붙이다시피 했던 역대 정권들의 전철을 밟지 말 것을 주문했다. 김주영 위원장은 “사회적 대화는 단기 성과도출에 매달리기보다는 끊임없이 서로 소통하고 인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라고 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는)‘독립성 확보’와 ‘노동계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는 의제 선정과 운영체계’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라며 “무리한 합의나 대타협 추구보다 충분한 협의와 소통을 통해 점차 합의의 수준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근 노정관계의 암초로 떠오른 정부·여당의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근로기준법 개정 등은 이날 회의에도 긴장감을 더했다. 김명환 위원장은 “두 가지 ‘개악’이 강행될 경우, 어렵게 시작한 노사정 대화의 원활한 진행에 결정적인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확인한다”라고 말했다. 양대 노총은 이 문제를 ‘2월의 위기’로 보고, 대표자회의가 순항할지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 조건으로 보고 있다. 다만 노동계가 두 현안을 계속해서 전면에 내세울 경우, 이외에도 많은 의제가 오르내릴 사회적 대화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사정 대표 6명이 모두 한자리에 모인 것은 2009년 11월 열린 대표자회의 이후 처음이다. 이날 회의가 끝난 뒤 노사정위는 보도자료를 내 “노사정 대표자들은 사회적 대화를 복원해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청년실업 등 당면 현안과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노동시장의 변화 및 고용형태의 다양화, 저출산·고령화 등의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라며 “아울러 사회적 대화기구 개편 방안,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논의할 의제의 선정, 업종별 협의회의 설치·운영에 관한 사항, 그 밖에 노사정 대표자가 결정하는 사항을 논의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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