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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당했다.."회식때마다 男부장이 손 올리고는.."

양연호,류영욱,강인선 입력 2018. 01. 31. 17:45 수정 2018. 01. 31.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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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게시판 100여건 처벌 청원
대학가 온라인 커뮤니티서도 졸업생들 직장내 성희롱 호소
"매일 회사서 가해자 마주쳐..문제 제기땐 '예민충' 낙인"

검찰發 '미투' 운동 사회 전반으로 확산 조짐

"법을 다루는 검사조차도 거대한 조직 내에서 공공연히 행해지는 성범죄를 폭로하기 어려운데 하물며 사회 각층에서 하루하루 생계를 위해 일하는 일반 여성들 삶은 어떨까요."

한 여성 검사가 검찰 내 성추행 피해 사실을 고백하면서 시작된 검찰발(發) '미투(Me Too) 운동'이 법조계뿐 아니라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정의와 인권 수호를 사명으로 하는 검찰 내부에서조차 성범죄가 만연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변호사와 로펌 업계, 더 나아가 비(非)법조계 조직 내에서 경험한 성희롱 피해 사실을 알리는 글들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쇄도하고 있다.

31일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서지현 검사 성추행범을 처벌해주세요' '검찰조직 성폭행·성추행 은폐 사건 조사가 절실하다' 등 검찰 성범죄 수사를 요구하는 청원이 100건 넘게 올라온 상태다. 파문이 커지자 사건 수임을 위한 접대문화가 강한 변호사와 로펌 업계로까지 성추행 고발운동이 번지고 있는 가운데 법조계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만연한 성차별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직 중·고등학교 교사라고 밝힌 한 청원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교직원 회의 때 부장교사가 바로 옆에 있던 여교사 가슴을 한 손으로 움켜쥔 적도 있었지만 결국 없던 일이 됐다"며 "회식이나 아침 조회시간에 직간접으로 당했던 수많은 성희롱 성추행은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주요 대학 커뮤니티도 직장 내 성희롱·성추행 피해 사실을 알리는 졸업생들로 들끓고 있다. 지난 29일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는 "여자로 살면서 성추행을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흔치 않다"는 한 졸업생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현재 회사에서 가해자 얼굴을 매일 보면서도 인사 불이익은 물론 구설에 오르는 게 싫어 아직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미투 운동을 통해 가해자에게 망신을 준다 한들 사건 이전의 평안했던 마음은 결코 찾지 못할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 게시물에는 '아마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 '신입 때 수없이 성희롱을 당했는데 평균적으로 30년 이상 근속하는 회사에서 문제 제기가 쉽지 않았다' 등 유사 피해 경험을 호소하는 댓글 수십 개가 달렸다.

고려대 온라인 학생 커뮤니티에도 30일 '성희롱일까요 아닐까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직장 상사가 얼마 전 회식 자리에서 여직원 A와 남직원 B를 두고 "A와 B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지"라는 농담을 던졌다는 내용이었다. 무슨 차이냐는 질문에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말만 거듭 반복하며 미소를 지었다는 설명이다. 글쓴이는 "여직원이 불쾌해했지만 아무 말도 해줄 수 없어 자괴감이 들었다"며 "일상생활에서 성희롱·성추행은 매우 교묘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만 '예민충'으로 낙인찍히기 십상"이라고 씁쓸해했다.

31일 경찰청에 따르면 직장 동료에게 강간 유사행위나 강제추행을 당한 피해자는 2012년 359명에서 2013년 521명, 2014년 603명, 2015년 659명, 2016년에는 700명을 돌파하는 등 5년 동안 급증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피해 건수가 크게 증가한 것은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우려해 쉬쉬하던 과거 사회적 분위기가 일부 개선 된 데 따른 것"이라며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 여성들이 성희롱·성추행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범죄심리학회가 지난해 9월 수도권에서 금융업에 종사하는 여성 직장인 32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 피해 경험 중 가해자로는 '직장 상사'가 42.9%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사업주'(27.5%)가 그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성역할 고정관념과 위계질서로 인해 직장 내 성차별이 구조적으로 고착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신현주 가톨릭관동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성별에 따라 보수와 승진 기회에 차이가 많다고 느끼는 조직일수록 성희롱 피해가 광범한 경향이 있다"며 "조직 내에서 성희롱 신고를 위한 다양한 채널을 만들고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준 사업자와 가해자에 대해서는 징벌적 보상 등 법적 책임도 묻는 명문화 규정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연호 기자 / 류영욱 기자 /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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