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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하면 梨大앞이 관광명소? 저가쇼핑 빼곤 할 게 없는 한국

박재영 입력 2018. 01. 31. 17:45 수정 2018. 01. 31.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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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유산 경주조차 유적지 돌고나면 볼게없어..저녁 8시면 문닫아 황량
사찰·신사 많은 日교토, 체험 프로그램으로 활기
한국 온 외국인관광객 78% 서울·20% 제주 '편중'..획일적 코스 관광수입 감소
"얼마나 쓰는지에만 관심..다시 오고싶은 콘텐츠 시급"

◆ 관광DNA 확 바꾸자 ① ◆

2016년 일본 헤이안신궁 등지에서 열린 페라리 전시회(카발케이드). [사진 제공 = 일본교토관광청]
1월 19일 오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는 경주시 황남동 경주역사유적지구를 찾았지만 주변 일대는 황량했다. 첨성대 인근 들판에 목적을 알 수 없는 하트 모양 조형물이 흉물스럽게 꽂혀 있는가 하면 이미 8년 전에 종영한 TV드라마 촬영지였음을 알리는 큰 팻말이 덩그러니 서 있었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유명세를 탄 포석로 인근의 '황리단길'은 오후 8시가 넘자 대부분 문을 닫아 저녁 쇼핑과 문화체험이 불가능했다.

경주는 일본 교토 못지않은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훼손 방지'에만 초점이 맞춰져 관광지 개발에 뒤처진 모습이다.

이날 경주에서 만난 미국인 티머시 씨는 "유적지 몇 곳이 아름답기는 하지만 그게 전부"라며 "문화유산이 위치한 곳을 조금만 벗어나도 황량함이 느껴져 역사의 도시라고 알려진 것과 달리 굉장히 인위적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경북 경주시 황남동 첨성대 인근에 의도를 알 수 없는 하트 모양 조형물이 덩그러니 세워져 있다.
경주마저 이런 상황이니 국내 관광 수요 대부분은 서울 등 특정 지역에 편중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중 78%가 서울을 방문했다. 2위인 제주(20.2%)와 합치면 외국인 100명중 98명이 국내 수많은 도시 중 두 곳만을 찾은 셈이다. 특정 지역 편중 현상은 한정된 관광자원과 콘텐츠 획일화로 이어진다. 대부분 외국인 관광객이 동대문·명동 등 저가 쇼핑 위주로 양산된 관광 프로그램에 치여 부랴부랴 여행을 마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홍콩 등 쇼핑 강국들이 도처에 널린 상황에서 우리나라를 매력적인 관광지로 보기엔 어려운 처지다.

실제로 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벼야 할 서울시 서대문구 소재 이화여대 앞은 상권이 완전히 죽어 있었다. 한때 중국인 수요가 폭발하며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지만 어느 관광지에서나 접할 수 있는 노점 먹거리와 옷가게가 전부라 태생부터 관광지로서의 매력은 매우 낮았기 때문이다. 길(吉)을 중요시하는 중국인들이 언제까지나 학교 정문 앞에서 그들의 사진 찍기를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연택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31일 "우리나라는 아직도 관광객이 몇 명 와서 소비를 얼마나 하는지에만 관심을 쏟는다"며 "관광상품에 대한 관광객의 해석과 그에 따른 의미 공유가 또 다른 관광객의 의사결정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편적이고 획일화된 관광 콘텐츠는 관광 수입 감소로 직결된다.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연간 국내 방문 외국인 지출액은 2014년 19조4829억원에서 이후 2년간 소폭 줄었다가 2017년 13조원대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일본 내 외국인 지출액이 20조원에서 44조원대로 2배 이상 급증한 점을 고려하면 사드 여파를 감안해도 두드러진 감소세다.

사찰 3030개와 신사 1770곳을 품고 있는 일본 교토는 처음부터 관광객 발길이 잦은 곳은 아니었다. 관광객은 유적지 관광만 하고 도쿄나 오사카로 넘어가는 사례가 많았다. 이에 교토시는 소비액 증가를 위해 단순 쇼핑이 아닌 체험 콘텐츠를 개발했다. 전통공예가 발달했다는 강점을 이용해 전통산업 교류관을 말들고 도자기·부채 등 다양한 특산품을 관광객이 직접 손으로 만들 수 있게 했다. 또 매년 관광객 취향과 반응을 분석해 적극적으로 콘텐츠에 반영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교토시를 찾은 외국인의 관광소비액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6년 처음으로 1조엔을 달성했다.

관광객이 대도시에 편중되는 문제 역시 일본이 먼저였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은 이에 대한 해법으로 '간사이+1' 프로모션을 통해 방문 비율이 낮은 지역 방문을 촉진하고 있다. 대도시 여행을 위해 찾아온 관광객이 인근 소도시 한 곳을 함께 관광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획일적인 쇼핑 관광 일변도에서 탈피하지 않으면 한국의 관광산업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중국 관광객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다양한 국가의 관광객이 반복해서 찾는 관광지가 될 수 있도록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며 "연간 관광객 수와 같은 단기적 목표에 집착하지 말고 장기적 관점에서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교토·경주 =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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