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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풀고 또다른 규제 만들면?" 벤처업계, 정부에 '쓴소리'

차윤주 기자 입력 2018. 01. 3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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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학 중기부 장관, 벤처업계와 토크콘서트
홍 장관 "스타트업 규제완화 TF 만들겠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3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마루180'에서 열린 벤처업계 관계자들과 토크 콘서트를 하고 있다. 홍 장관은 이 자리에서 '민간중심의 벤처생태계 혁신대책'을 발표했다.2018.1.31/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차윤주 기자 =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31일 규제로 신음하는 스타트업들을 지원할 전담기구를 만들고 신속하게 규제 해소에 나서겠다고 벤처기업들과 토크콘서트하는 자리에서 약속했다. 홍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역삼동 마루180에서 '민간중심의 벤처생태계 혁신대책' 발표 직후 벤처업계와 토크콘서트 형식의 간담회를 진행했다.

중기부가 이날 발표한 혁신대책은 벤처확인제도, 벤처투자 관련 제도를 민간 위주로 바꾸는 게 핵심이다. 모험적이고 혁신적인 벤처기업을 키우고, 투자시장엔 민간의 돈이 흘러들도록 자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홍 장관은 "우리나라 벤처가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선 새로운 시스템, 새로운 시장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이를 위해 한 걸음 뒤로 물러서지만 지원은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홍 장관은 "통상 문화계에서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 기조가 창조적인 일을 하는 벤처업계에도 들어맞을 것"이라며 "정부가 물러선 자리에 시장이 자율적으로 돌아가도록 하고, 그에 따른 책임도 높아지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혁신적인 프로젝트에 대해 정부는 감별 능력이 없다"면서 "벤처캐피탈(VC) 업계에선 '투자하기전까지 갑이지만 하고 나면 을이 된다'는 말을 하는데 VC처럼 자기 돈을 베팅하면 공정한 평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엔 '배달의 민족'을 성공시킨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이택경 매쉬업엔젤스 대표와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 VC 업계를 대표해 문규학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가 패널로 참석했다.

패널들은 혁신 벤처를 키우려면 규제완화가 가장 시급하다고 이구동성으로 지적했다. 김봉진 대표는 "창업가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규제"라며 "공유자동차, 개인간(p2p) 대출 등 시장이 규제에 꽉 막혀있는데 중기부가 이런 스타트업의 고충을 듣고 해결해야 한다"면서 "업계는 정부가 약속한 '규제프리존, 샌드박스' 등 규제완화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문규학 대표는 "기존 산업의 이해 관계자들이 공고한 지위를 누릴 수 있도록 법률과 규제가 만들어져 있는데 핀테크 산업이 대표적"이라며 "틀을 다 없애버리면 되지만 기득권 은행, 증권사들이 규제를 혜택으로 누리고 있어 규제 개선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홍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그런 부분을 가슴 아파하고 있고, 규제를 풀도록 장관들에게 계속 주문하고 있다"며 "중기부에 창업기업들의 규제완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민간 위주로 벤처제도를 재설계하고, 각종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그 때문에 또다른 제도를 만드는 것은 곤란하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이택경 대표는 "정부가 VC의 투자 진입장벽을 낮춘 것은 고무적이지만 여전히 고민스러운 부분은 있다"며 "제2, 3의 혁신적인 투자행태가 나올 수 있는데 한국의 벤처 관련 법규는 딱 아이덴티티(정체성)를 정하는데 이런 식의 접근은 영속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예로 이번 대책을 통해 '세이프(SAFE, 우선 투자를 집행하고 추후 투자지분을 결정하는 방식. 기업가치를 산정하기 어려운 스타트업에 적합한 실리콘 밸리의 투자방식)'가 허용되는데 이것 역시 미국 정부가 만든 게 아니라 '와이콤비네이터(Y-combinator)'라는 액셀러레이터가 시작했다"며 "치열하게 돌아가는 시장에 정부가 계속 이것저것 만들겠다고 나서는 건 옳지않다"고 꼬집었다.

문 대표는 "외국에 나가서 정부 인증을 받은 벤처라고 소개하면 다들 이해를 못한다"며 "정부가 스타트업, 벤처를 도와주는 것은 좋지만 넘어지려 할 때마다 손을 잡아주면 '마마보이' '대디걸'이 나올 수 있으니 벤처가 스스로 클 수 있도록 놔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홍 장관은 "자꾸 제도나 형태를 만드는 것은 적합하지 않지만 문제되는 것들을 열심히 해소하고, 최대한 가보자는 게 정부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한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갖고 있어 조만간 규제샌드박스 등 규제개혁 입법 '4종세트'를 제출할 것"이라며 "관련법이 올해 통과되면 스타트업들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정책자금을 토대로 한 모태펀드가 암호화폐 거래소에 투자한 것과 관련해 홍 장관은 "국가가 투자하는 돈이 불법, 범죄에 사용되는 것은 당연히 안된다"면서 "불법이라면 정부는 가용한 수단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고 처벌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모태펀드의 투자 주체는 펀드 운영사이고, 계약을 맺을 때 사회통념상 불법이 아니라면 투자업종에 제한을 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행사는 아산나눔재단의 창업지원 공간인 마루180에서 진행됐다. 바로 건너편 중기부가 운영하는 기술창업 지원 플랫폼 '팁스타운'이 있지만 민간 위주로 벤처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반영해 민간이 지원하는 창업공간을 간담회 장소로 택했다고 한다.

chac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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