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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50:1 액면분할.."이재용 부회장 2심 선고 앞 준비된 카드"

입력 2018. 01. 31. 18:36 수정 2018. 02. 01.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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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월만에 태도 바꿔
주총 거쳐 5월16일 신주 상장

1주 2백만원 주식이 5만원대 50주로
"이 부회장 이미지 제고에 도움"
"국민연금 등 기관 감시 회피 목적"도

주가 한때 8.71% 치솟았다가
0.2% 오른 249만5천원에 마쳐
외국인 6천억 가까이 순매도

[한겨레]

그래픽_장은영

삼성전자가 ‘50 대 1’의 주식 액면분할 방침을 전격 발표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는 지난해 3월 밝힌 ‘액면분할은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삼성전자의 입장 변화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심 선고를 닷새 앞둔 시점에 나와 여러 해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31일 오전 액면분할 계획을 밝히면서 “이사회는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50:1의 주식 액면분할 시행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액면분할로 주식 매입을 위한 문턱을 낮춰 매매 활성화를 통한 주가 상승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액면분할 뒤에는 삼성전자 주식 수가 1억2838만주에서 64억1932만주로 늘어나고, 주당 250만원짜리 주식이 5만원짜리 50주로 바뀐다. 삼성전자는 오는 3월23일 주총 때 이 안건이 통과되면 구주 교환 작업 등을 거쳐 5월16일 신주를 상장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2011년 100만원을 돌파한 뒤 지난해 1월 200만원을 넘었고 현재 240만~250만원대를 횡보하고 있다. 그동안 액면분할을 하지 않아, 일반 개인투자자가 쉽게 접근하기 힘든 종목으로 꼽혔다. 삼성전자의 주주 구성은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개인투자자는 3%에 그치고, 외국인(53%)과 오너 일가(20%), 국내 기관(17%) 등이 주식 대부분을 갖고 있다. 5만원대로 주식 가격이 낮아지면 개인투자자가 더 쉽게 주식을 살 수 있게 된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액면분할은 기업 펀더멘탈(기초여건)에는 영향이 없지만 거래량이 늘어 주식가치가 다소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액면분할 요구를 거절해왔다. 지난해 3월 주총 당시 권오현 부회장은 “액면분할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10개월만에 삼성전자 태도가 달라진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액면분할 결정 시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한 증권사 분석가는 “이 부회장 2심 재판을 앞두고 준비한 퍼포먼스로 보인다”며 “황제주를 국민주로 바꿔 재판부와 일반 국민들에게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주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확대됩니다.

최근 주가 하락과 삼성전자 이미지 실추 등에 대한 ‘이재용 책임론’에서 벗어나고,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의 감시를 회피하기 위한 조처라는 해석도 나온다. 또다른 증권사 분석가는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 수감 이후 투자자들을 달래기 위해 배당,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에 엄청난 돈을 썼다. 그 최종판격인 액면분할로 주가를 끌어올려 이 부회장의 책임론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3월23일 주총 때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사퇴 요구 등을 사전에 막으려는 조처라는 것이다.

여기에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등 문재인 정부 들어 강화되는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에 대한 대응 차원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 분석가는 “단일주주로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9.7%)이 새 정부 들어 의결권 행사 강화 등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를 늘려 이를 막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3%에 불과한 개인투자자들이 늘어나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경영 간섭에 맞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액면분할은 자사주 매입·소각, 배당 확대 등 기존 주주 환원정책과는 성격이 달라 주가 상승에 큰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본질적인 기업가치에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케이비(KB)증권이 2000년 이후 액면분할 사례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액면분할 공시 뒤 상승했다가 일정 기간 뒤에는 하락하는 흐름을 보였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오전 한때 8.71% 치솟으며 270만원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갈수록 오름폭이 줄어 0.2% 오른 249만5천원에 장을 마쳤다. 삼성전자 지분의 52.45%를 쥐고 있는 외국인들은 이날 4년 8개월만에 최대 규모인 6155억원을 팔아치웠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지난해 매출액 239조5800억원에 영업이익 53조650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공시했다. 반도체에서만 영업이익 35조원으로 전년보다 258% 늘었고, 가전부문 영업이익은 1조6500억원으로 전년보다 1조600억원이나 줄었다.

최현준 한광덕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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