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값 매각 논란 속에..'고래' 대우건설 삼킨 호반건설

2018. 1. 31.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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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베르디움' 아파트 브랜드로 잘 알려진 시공능력 순위 13위 건설사 호반건설이 건설업계 3위인 대우건설 인수를 위한 최종 관문 앞에 바짝 다가섰다.

케이디비(KDB)산업은행은 31일 이사회를 열어 호반건설을 대우건설 인수합병 관련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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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매각가 비공개..1조6천억원 추정
장부가격 절반수준 "손실 불가피"
시공순위 13위가 3위 주인으로
업계 "시너지 효과 의문" 노조 "밀실매각"

[한겨레]

‘호반베르디움’ 아파트 브랜드로 잘 알려진 시공능력 순위 13위 건설사 호반건설이 건설업계 3위인 대우건설 인수를 위한 최종 관문 앞에 바짝 다가섰다.

케이디비(KDB)산업은행은 31일 이사회를 열어 호반건설을 대우건설 인수합병 관련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산은은 사모펀드인 ‘케이디비밸류 제6호’를 통해 지분 50.75%(2억1100만주)를 팔 예정인데, 호반건설은 40%(1억6600만주)를 당장 인수하고, 나머지 10.75%(4500만주)는 2년 뒤 인수하는 대신에 산은에 풋옵션을 부여하는 조건이다. 또 풋옵션 이행 보장을 위해 호반건설이 금융사의 보증을 붙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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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값 매각’ 논란에도 산은은 계약상의 비밀조항을 들어 정확한 매각 예상가격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현재 많이 떨어진 시장 주가가 반영돼 있고, 경영권 프리미엄은 30%선을 확보했다고만 언급했다. 산은은 2월 중 주요 매각조건을 담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실사를 거쳐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뒤 올해 여름 안에 매각을 마무리짓기로 했다.

앞서 산은은 금호산업이 대우건설을 인수한 뒤 ‘승자의 저주’에 휘말리며 금호그룹이 재무 위기에 빠지자 2010년 사모펀드를 통해 대우건설 지분을 주당 1만5천원씩 총 3조2천억원을 투입해 인수했다. 현재 주가는 30일 종가가 6140원으로 상대적으로 바닥을 친 상황인데, 호반건설로의 매각 예상가격은 주당 7700원씩 총 1조6천억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투입한 금액의 절반 정도만 건지는 상황인 셈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선 산은이 8년가량 보유했던 지분을 주가가 바닥을 치는 시점에서 장부가의 절반수준 가격으로 매각하는 것을 두고 헐값 매각, 호남기업 특혜 논란 등이 일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듯 전영삼 산은 자본시장부문 부행장은 이날 이사회 뒤 기자회견을 열어 “대우건설 인수 당시 투입한 3조2천억원에 비해 매각 예정가격이 상당히 못 미치기 때문에 그런 논란이 있지만 최근 평균 주가 수준에 비해서 입찰가액이 30% 정도 프리미엄을 붙인 가격이어서 공정가치로 봤을 땐 헐값 매각이라고 보기 어렵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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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는 “새우가 고래를 삼킨 격”이라는 반응이다. 2016년 기준 호반건설 매출액은 1조2천억원으로 대우건설(10조9857억원)의 10분의 1 수준이다. 특히 호반건설은 기술력보다는 원가절감과 경기 의존적인 국내 주택사업에 주력해 왔지만, 대우건설은 주택 외에 건축·토목·플랜트·해외사업은 물론 현대건설·삼성물산과 함께 원전 시공 및 주간사 수행 능력을 보유한 몇 안 되는 건설사로 체급이 다르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기대보다 우려의 시각이 앞선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대우건설은 산업은행 관리 아래서도 수주와 매출 등에서 업계 상위 3~5위권을 계속 유지해온 회사”라며 “주택사업만 해온 호반이 양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 직원들은 침통한 분위기 속에 ‘올 것이 왔다’며 담담한 반응이지만, 노조를 중심으로는 반발 기류도 감지된다. 대우건설 노조는 “산업은행이 구체적인 매각 조건과 과정을 공개하지 않고 밀실 매각을 진행해왔다. 호반이 2년 뒤 사겠다는 11% 지분 등 분할매각 가능성이 처음부터 제시됐다면 인수 참여자가 더 늘어났을 것”이라며 “문제제기를 통해 석연치 않은 부분을 밝혀내겠다”고 밝혔다.

최종훈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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