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Why] 개근상이 사라진다

박돈규 기자 2018. 2. 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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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신 몸, 개근 상장
현장체험학습 활성화로 출결 의미 많이 달라져
학생들, 걸핏하면 결석 조금만 아파도 조퇴

오는 8일 졸업식을 여는 서울 강서구 대일고에서 '3년 개근상(皆勤賞)'을 받는 학생은 59명이다. 졸업생 350명 가운데 17%. 지각·결석·조퇴 한 번 없이 3년을 보내기는 그만큼 어려워졌다. 지난해 2월 이 학교를 졸업한 488명 중 3년 개근은 77명(16%)에 불과했다. 독감이나 메르스를 비롯해 법정 감염병은 출석으로 치는데도 그렇다.

중학교도 사정은 비슷하다. 경기 고양시 한 중학교는 이번 졸업생 230명 중 1년 개근이 70명(30%)이다. 3년 개근으로 기간을 넓히면 30명(13%)으로 줄어든다. 이 학교 3학년 담임 교사는 "국내외 여행을 비롯해 현장체험학습은 1년에 10일까지 출석으로 인정한다"면서 "1년 개근한 학생이 33명 중 6명(18%)인 반이 있을 만큼 근년 들어 결석이 흔해졌다"고 말했다.

개근상이 귀해졌다. 십중팔구 받던 30년 전과는 정반대가 됐다. 대일고 김상태 교감은 "좀 아파도 등교하고 견디는 게 교육의 하나로 여기던 시대는 지난 것 같다"며 "학교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학생들이 많으니 개근은 언감생심"이라고 했다.

요즘 학생들은 지각이나 출결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과거와 달리 이젠 실업계 고교에 갈 성적의 학생이 일반고에 오면서 학교 분위기가 달라진 탓도 있다고 했다. 부모도 그런 자식을 어쩌지 못한다. 교사들은 "걸핏하면 결석·지각하는가 하면, '보건실에 누워 있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학생도 많지만 우리가 보기엔 대부분 참을 만해 보인다"고 말한다.

고교 출결 사항은 대학입시와 사실상 무관하다. 원종원 순천향대 대외협력실장은 "근면·성실에 대한 해석이 과거와는 달라졌다. 개근 여부는 당락과 관계가 없다"면서 "창의적인 요소를 봐야 하는 전공일수록 오히려 고교 생활이 엉뚱한 학생이 흥미로운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에서는 개근상 자체가 거의 자취를 감췄다. 교육부는 2000년대 초반부터 "몸이 아파도 무리하게 등교하는 학생이 없도록 하겠다"며 학생 건강권 보장을 위해 개근상 폐지를 공론화했다. 현장체험학습이 활성화되면서 출석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현장체험을 했다고 거짓으로 보고서를 작성하는 경우도 있어 개근상의 취지도 퇴색했다.

중년이 넘은 사람들은 학창 시절 급훈을 '근면' '성실' '정직' 등으로 기억한다. 학부모 김모(45)씨는 "내 자식은 조금 아파도 학교에 보냈고 통증을 견디는 것도 연습이라고 생각했는데 개근상이 이렇게 적을 줄 몰랐다"고 했다. 한국교총 김재철 대변인은 "현장체험학습이 많아지면서 출결의 의미가 사뭇 달라졌다"면서도 "자기 관리 잘하며 학교를 열심히 다닌 학생을 격려하고 개근상의 본뜻을 살릴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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