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고독한 OOO' 대화없는 채팅방이 요즘 '대세'라는데

안승진 2018. 2. 3.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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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없이 사진만 올리는 '고독한 OOO'방 유행 / 음식부터 동물·연예인까지 주제도 다양 / 실제 연예인 등장에 팬미팅 장소로 변하기도
음식 사진을 올리는 '미식한 고독방' 오픈 채팅방. 출처=카카오톡 캡처


“말하면 강퇴!”

최근 말 없이 대화하는 이색 ‘오픈 채팅방’이 유행하고 있다. 이른바 ‘고독한 OOO’이다. 이 방에서는 대화를 나누지 않고 동물, 연예인 등 주제에 맞는 사진만 올린다. 만일 글을 올리거나 주제에 벗어난 사진을 올리면 강제퇴장 대상이다. 그러다 보니 사진에 글을 써서 간신히 대화를 나누는 이색적인 광경도 엿보인다. 

이름은 ‘고독’하지만 실제로 채팅방에 들어가면 끊임없이 사진이 올라온다. 가만히 놔뒀다간 휴대폰 데이터와 배터리가 순삭(순식간에 사라짐)되는 참사(?)가 벌어지기도 한다. 이렇듯 이색적인 채팅방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 장면 캡처. 출처=tv tokyo


◆ 고독한 채팅의 시작은 일본의 한 드라마

‘고독한 OOO’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일본 만화 원작의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로부터 시작했다. 드라마는 미식가 이노가시라 고로가 홀로 지역의 맛집을 찾아다니며 음식을 소개하는 식으로 구성된다. 이런 드라마 내용의 영향을 받아 지난해 중순 카카오톡 오픈채팅에 ‘미식한 고독가’라는 방이 등장했다.

이때 ‘미식한 고독가’방은 대화를 나누면 안 된다는 규칙은 없었다. 채팅방에 들어온 누리꾼이 자신이 먹은 음식 사진을 공유하고 정보를 나누는 식으로 방은 운영됐다. 현재 600명 규모의 ‘고독한 미식가’ 방을 운영하고 있는 최모(29)씨는 “음식정보를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에 방을 만들었다”면서 “지난해 8월부터 ‘고독한’이라는 방들이 유행을 타기 시작했는데 ‘방장’이 나가기도 하고 ‘폭파’되기도 해 원조 방은 찾기 힘들어졌다”고 전했다.

‘고독한 OOO’ 방에 글을 쓰지 말아야한다는 규칙이 생긴 것은 ‘고독한 고양이’라는 방이 생긴 이후라고 알려져 있다. 애묘인들은 ‘미식한 고독가’ 방을 따라 고양이 사진을 공유하는 ‘고독한 고양이’ 방을 만들었다. 이때 ‘친목금지’와 ‘고독’이라는 콘셉트를 위해 채팅을 치면 ‘강퇴(강제퇴장)’라는 규칙을 만들었다. 오픈채팅방 인원은 1000명으로 제한돼 있기 때문에 현재 ‘고독한 고양이’란 방만 수십 개가 존재한다. 고독한 시바견, 고독한 요크셔 등 다양한 동물사진을 공유하는 방들이 생겨났다.
 

메신저 카카오톡에는 '고독한 OOO'방을 위한 카테고리도 생겨났다. 출처=카카오톡 캡처


소위 짤방으로 유명한 연예인들의 방들도 생겨났다. ‘고독한 전광렬’, ‘고독한 박명수’, ‘고독한 유병재’ 등이 대표적이다. 누리꾼들은 웃음을 자아내는 사진들을 공유하며 재미를 느끼고 있다. ‘고독한 전광렬’ 방에 참여하고 있는 김모(29)씨는 “전광렬 사진은 드라마 허준 때부터 많은 인기를 끌었다”면서 “채팅방에서 웃긴 사진들을 나누어 커뮤니티나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낼 때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 “진짜가 나타났다” 팬 미팅 장소로 바뀐 연예인 고독방

최근에는 팬들이 만든 ‘고독한 OOO'방에 자신의 사진을 보기 위해 연예인이 직접 찾아오고 있다. 박명수, 유병재, 블락비 박경, 설리, 나인뮤지스 금조, 마마무, 샤이니 키, 양요섭 등 연예인들이 다수 고독한 방을 찾았다. 이들은 “진짜 나야!”라며 채팅을 치다 ’사칭‘으로 몰려 강제퇴장을 당할 뻔해 본인을 인증하는 사진을 수차례 찍어 올리는 등 팬들과 이색적인 추억을 쌓고 있다.

이 같은 소문이 퍼지자 고독방에 대기하며 연예인을 기다리는 팬들도 생겨났다. 고독한 방에는 “존버(목표를 이룰 때까지 기다린다는 유행어)하면 좋아하는 연예인도 오겠지”라며 빠르게 닿는 데이터와 배터리를 감내하는 사용자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고독한 방을 찾아온 연예인들. 방송인 유병재(왼쪽)와 박명수. 출처=온라인커뮤니티


한 아이돌 멤버의 고독한 방에서 활동하는 전모(20)씨는 “지난해 200명 수준이었던 방이 어느 순간 제한인원인 1000명을 채웠다”면서 “연예인이 올 거란 기대감에 많이 찾아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모(23)씨는 “예전에는 희귀한 사진을 공유하는 곳이었는데 어느 순간 눈팅족(채팅방에서 활동을 안 하는 사용자)가 많아져 재미가 덜해졌다”면서 “연예인이 나타나는 건 좋지만 방의 본질이 바뀐 것 같다”고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연예인이 나타난 고독한 방은 제한인원 1000명이 순식간에 채워졌다. 일부 방은 본방에 들어가기 위한 ‘대기방’까지 생긴 상태다.

카카오 관계자는 “지난해 12월부터 고독한 시리즈 방이 급속도로 유행해 현재는 동물부터 연예인, 애니메이션 캐릭터까지 다양한 오픈 채팅방이 존재하고 있다”면서 “현재 오픈채팅방에 등록된 고독한 방만 1만개가 넘는다”라고 설명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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