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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스 방한이 전기"..한미 정상 '평창이후' 평화모멘텀 살릴까(종합)

입력 2018.02.03.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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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스 방한 계기 북미대화 가능성 미지수…미국 여전히 '압박' 무게

빅터 차 내정 철회로 제기된 '대북전략 엇박자' 관측 불식

트럼프 대통령 가족 평창 방문도 논의…靑 "여전히 협의 중"

문 대통령,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 (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밤 청와대 관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2018.1.10 [청와대 제공·EPA 자료사진=연합뉴스] kjhpress@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일 밤 전화통화는 한미 양국 정상이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한반도 평화의 모멘텀을 살려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2인자인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방한이 남북간 해빙무드를 넘어 북미대화로까지 이어지는 '국면전환'의 계기로 활용될 가능성에 촉각이 곤두세워지고 있다.

우선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30분간 가진 전화통화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이 한반도 평화 정책의 중요한 전기가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대화 개선의 모멘텀이 향후 지속돼 한반도 평화 정착에 기여하기를 희망한다"며 "펜스 부통령 방한이 이를 위한 중요한 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올림픽 기간에 펜스 부통령과 북한의 고위급 인사가 회동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는 만큼 이를 대화의 모멘텀으로 삼아 북미대화로 나아갈 의향이 있는지를 타진한 것으로도 읽힌다.

9일 개막식 전에 대통령이 정상급 인사들에게 베푸는 공식 환영 리셉션에서 펜스 부통령과 북한 고위급 인사가 자연스럽게 '조우'하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긴장이 한껏 고조된 북미 관계의 전환점이 될 수 있는 만큼 올림픽을 계기로 마련된 다자외교 무대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평가된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조성된 남북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해빙 무드'를 반드시 살리고 이어가야 한다는 의지를 역설해 왔다.

지난달 22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현재의 대화 분위기가 올림픽 시기에만 그친다면 그 후 우리가 겪을 외교안보상 어려움은 가늠하기 어렵고 다시 대화의 계기를 마련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당시 회의에서 '기적처럼 만들어낸 대화의 기회'라는 표현까지 썼던 점은 문 대통령이 이번 올림픽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주목할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이런 제안에 각별한 관심을 나타낸 것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림픽 기간에는 평화 모드가 유지되지만, 그 뒤로 어떻게 될지 모르지 않는가'라는 취지로 되물었다"며 "문 대통령은 남북 관계도 개선되고 북한도 전례 없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물론 현재로서는 백악관이 문 대통령의 제안을 수용해 북미대화까지 나아갈지는 미지수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평창동계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치러내는 데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은 긍정적인 대목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3, 4주 전만 해도 많은 국가가 평창올림픽 참가를 두려워하고 참가 취소를 검토했지만, 지금은 아무런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며 "올림픽의 성공과 안전을 기원하고 100% 한국과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대화보다는 압박에 방점을 찍고 있는 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에 근원적 변화가 있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새해 국정연설에서 최대한의 대북 압박을 거듭 강조한데다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 앞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통화하면서 대북 압박 기조를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특히 한미일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했다.

청와대의 발표에는 빠져 있었지만, 백악관은 한미 정상 통화 내용을 발표하면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인권 상황 개선의 중요성을 논의하고 이 문제의 해결에 협력하는 데 서로의 책임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아버지가 한국전 참전용사인 펜스 부통령 역시 공화당 내의 강경세력인 '티파티' 소속으로 정통 보수 노선을 걸어온 인물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 못지않게 북한에 강경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올림픽 기간 북미 간 접촉에 소극적일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결국, 한미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대화 분위기는 이어가면서도 그동안 견지해 온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대북 대화와 제재·압박 병행'이라는 원칙의 뼈대는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의 태도변화를 견인해내기 위해 한국은 '대화'에, 미국은 '압박'에 각각 무게를 싣는 '역할분담'을 이어나갈 것이는 얘기다.

이번 전화 통화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올림픽에 가족을 보내는 문제 역시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이 최근 공개한 올림픽 고위급 대표단 명단에 가족이 빠졌지만, 양국이 여전히 이를 협의 중이라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번 통화는 올림픽 성공개최를 위한 공조 의지를 확인하는 것을 넘어 최근 빅터 차 주한 미국대사 내정 철회를 둘러싸고 일각에서 제기된 한미 간 엇박자 우려를 잠재우는 데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빅터 차가 백악관의 북한 선제타격 구상인 '코피전략'에 반대해 '낙마'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한미 정상이 긴밀한 공조를 재확인함으로써 대북 정책을 둘러싼 한미 간 이견에 관한 우려도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정부 고위관계자가 2일(현지시간) '코피전략'이라는 단어에 대해 "백악관과 행정부 어디에서도 이 말을 쓰지 않는다"고 단언하면서 빅터 차 낙마와 관련해 "정책이 관건이 아니었다"고 말한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이번 통화에서 두 정상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 문제를 놓고 서로의 입장차를 확인했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간 무역 불균형 문제가 해소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언급했고 문 대통령은 현재 진행 중인 한미 FTA 협상에 대해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으로 치른다는 의지와는 별개로 한국과의 무역에서 실리를 놓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성실히 임하겠다'는 기존의 원칙을 재확인하는 수준의 답변을 내놓은 문 대통령은 현재는 남북·북미대화가 우선 현안이라는 판단 아래 시간을 두고 FTA 재협상을 풀겠다는 의지를 비친 것으로 보인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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