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검사가 고 김홍영 검사 회상한 페북 글 '폭풍 공감'

천금주 기자 2018. 2. 6.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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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페이스북 캡처. (좌) 임은정 검사 (우)고 김홍영 검사

서울북부지검 임은정(44. 사법연수원 30기)가 고 김홍영 검사(33. 사법연수원 41기)를 떠올리며 검찰 개혁을 촉구했다.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남과 여의 문제가 아닌 갑과 을의 문제라고 지적하며 김 검사 사건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평가해 네티즌들의 폭풍 공감을 샀다.

임 검사는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진정 강조하고 싶었던 검찰 개혁 촉구의 주제를 빗겨간 기사들이 많아 아쉽다”며 “기사에 소개되지 않은 일부 글을 페이스북에 옮긴다”고 밝혔다.

이후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올린 글을 공개했다. 공개된 글은 고 김홍영 검사의 어머니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은 내용으로 시작된다. “통곡으로 근황을 전한 어머니는 검찰 뉴스를 보며 자식에 대한 생각이 사무친 듯 하다”고 전했다.

“‘우리 아들이 저 지옥에서 헤맸구나, 우리 아들이 착해서 그 지옥에서 헤쳐나오지 못하고 벼랑에서 몸을 던졌구나..’ 그런 생각에 가슴에서 다시 피가 쏟아지시는 모양”이라고 전한 임 검사는 “아직 2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 한 맑은 영혼이 억압적인 조직문화에 눌려 헉헉거리다 우리 곁을 떠난지... 남과 여의 문제X, 갑과 을의 문제O”라고 썼다.

고 김 검사는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근무하면서 상사인 김대현 부장검사의 상습적인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다 2016년 5월19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 김 검사는 목숨을 끊기 전 업무 스트레스와 직무에 압박을 받고 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당시 김 검사의 동기 등 지인들은 김 검사가 부장검사로부터 폭언과 모욕에 시달렸다고 얘기했고 이를 전해들은 김 검사의 부모는 검찰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후 김대현 부장검사는 법무부와 서울남부지검 등에서 근무한 2년 5개월 동안 다른 검사 등에게 폭언 및 폭행 등 17건의 비위 사실이 확인됐다. 김 부장검사는 결국 검찰의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인 ‘해임’ 처분을 받았다.

당시 임 검사는 이프로에 ‘어느 젊은 죽음에 바치는 조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하지만 애도의 추모 댓글은 거의 달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박근혜 정부 국정원에서 법률보좌관으로 재직했던 변창훈 검사48. 사법연수원 23기)가 2017년 11월6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직후 올라온 추모글에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많은 댓글이 달렸다.

그 이유에 대해 임 검사는 지난해 12월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조를 이룬다고 밝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 검사는 2년 차인 신참인 반면 변 검사는 20년이 넘는 베테랑 검사였다. 또 김 검사는 검찰 내 갑질의 희생자인 피해자이며 변 검사는 수사를 방해한 사법방해 혐의를 받는 피의자다. 임 검사는 자신의 들에 댓글을 달면 위험해진다는 것이 알려져 댓글이 적었다고 표현했지만 사실상 강자와 약자라는 점에서 댓글과 조회수가 차이가 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번 페이스북에도 임 검사는 고 김 검사를 떠올리며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사건은 개인의 문제, 남자 상사들과 여자 후배들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내 강자와 약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 검사는 “검찰이 법을 적용·집행하면서 정작 검찰 내부는 치외법권인 듯, 검찰에 상급자에게 무소불위의 권력이 집중되고 견제 받지 않았기에 업무 영역은 물론 업무 외적인 영역에서의 권력 일탈과 남용이 인용되기에 작금의 불행한 일련의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는 거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검사들이 맹목적인 복종을 강요당했고 위법한 지시에 항명하거나 문제 제기한 검사들은 오히려 징계를 받거나 지속적으로 낮은 인사평정, 표적 사무감사 등의 각종 불이익을 입는다”고 한 임 검사는 “상급자의 업무 외적인 폭언, 성추행 등 갑질에 검사들은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고 문제 제기를 하면 꽃뱀으로 불리며 이를 목격한 상당수 검사들이 방관하거나 상급자편의 논리와 소문에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입고 왕따를 당한다”고 지적했다.

임 검사는 또 “서 검사의 일은 내가 겪은 일이기도 하고 김홍영 검사의 일이기도 하며, 많은 검사들이, 수사관들이, 실무관들이 겪고 있거나 곧 겪을 일”이라며 “왜 간부들의 업무적, 업무외적 일탈에 거침이 없었는지, 감찰 등 브레이크 장치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는지, 왜 검사들이 침묵하고 방관했는지, 검찰이 왜 이 지경이 됐는지 전체적인 틀에서 진단하고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검사는 말미에 “검찰 스스로 만든 치외법권을 우리 스스로 걷어내자. 대한민국에 치외법권은 없다”며 “나는 꿈꾼다. 검찰의 바로 섬, 신뢰받는 검찰을. 이 꿈이 나만의 꿈은 아니겠지?”라고 반문했다.

해당 게시물은 삽시간이 700건이 넘는 공유와 3600건의 좋아요를 받으며 큰 공감을 샀다. 많은 네티즌은 응원한다는 댓글을 달았다. 아울러 검찰 조직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에 만연한 문제라는 의견도 이어졌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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