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수출업체 거래 문제 삼아 대리점 문 닫게 해"
[경향신문] ㆍ“해외 판매 부당” 이유 공급 제한…전산도 막혀 재고 파악 어려움
ㆍ사측 “함부로 계약해지 안 해”
“밀어내기 갑질은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아니었죠. 본사가 아예 계약을 해지해서 문을 닫게 된 대리점들도 있었습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공정거래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했는데, 자신들이 다룰 내용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자동차 부품업체 현대모비스의 전 대리점주 ㄱ씨는 11일 경향신문에 이같이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대리점주들에게 자동차 부품을 강매한 혐의로 지난 8일 공정위로부터 검찰 고발 등의 제재를 당했다. 하지만 ㄱ씨는 공정위가 밝혀낸 혐의는 대리점주들이 당한 피해의 일부이며, 또 다른 문제가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ㄱ씨는 2015년 자동차 부품 도매상인 ㄴ업체와 거래했다는 이유로 본사로부터 물품 공급을 제한받았다. 현대모비스는 계약상 제3자를 통한 해외 판매를 금지하는데, ㄴ업체가 수출도 하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ㄱ씨는 본사의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고 이듬해 이 업체와 다시 거래하다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현대모비스 대리점이 수출업체와 거래할 경우 받는 불이익은 계약상 명시된 내용이라 완전히 부당한 일이라고는 할 수 없다. 현대모비스는 국내 부품 공급을 원활히 하고, 해외 딜러망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국내 대리점의 해외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ㄱ씨 측은 본사의 계약 조건 자체가 대리점에 불리하다고 주장했다. 제3자를 통한 해외 판매를 막으려면 대리점들이 부품을 판매할 때 고객이 어떤 목적으로 사가는 것인지 확인하고 사후 처리까지 통제해야 하는데, 이는 소상공인 입장에서 쉽지 않다는 것이다. ㄱ씨 사건을 맡았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성춘일 변호사는 “현대모비스는 대리점 거래에 대한 채증까지 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대리점들은 언제든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는 부담을 안게 된다”고 말했다.
ㄱ씨 측은 현대모비스 측의 징계 절차가 단순했다고도 지적했다. 성 변호사는 “현대모비스 측은 계약상 수출 금지 위반 정황이 있을 경우 30일 이내로 조사할 수 있다고 했지만, ㄱ씨의 경우 조사하겠다는 통보도 없이 거래량 제한에 들어갔다”며 “또 해지를 할 때도 객관적인 증거를 내놓지 않고 해지 처분했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선 현대모비스와 계약이 해지된 대리점들은 상당한 고통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김창범 서울자동차부품판매업협동조합 상무는 “계약이 해지된 대리점들은 전산 프로그램도 사용할 수 없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재고 부품을 파악하고 처리하는 데 큰 어려움이 생긴다”며 “또 업계에선 현대모비스의 눈치를 보고 해지된 대리점과 거래를 안 하는 분위기도 있어 해당 대리점은 수억원대의 재고를 팔지 못하고 빚을 떠안기 쉽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ㄱ씨와 같이 피해를 입은 대리점주들이 상당수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그간 공정위 신고나 소송 등으로 대응했으나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ㄱ씨의 경우 2016년 공정위에 신고했으나 공정위는 “대리점의 사업활동이 곤란하게 될 우려가 없다” “계약서를 개정하도록 권고했다”며 조사에 착수하지 않았다.
현대모비스 측은 ㄱ씨 등이 제기하는 문제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사측 관계자는 “확실히 채증한 뒤 소명의 기회를 주고, 그래도 문제가 있으면 계약을 해지했다. 일부 대리점이 주장하는 것처럼 함부로 해지한 사례는 없다”고 주장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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