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 더 힘든 사람들②]"노인정이 차라리 더 편해"..자식 물리는 부모들

2018. 2. 1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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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일산에 사는 김모(71ㆍ여) 씨는 이번 설 연휴 동안 동네 경로당에서 진행하는 설 모임에 참석하겠다며 가족들에게 굳이 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김 씨의 경우처럼 매년 반복되는 설 연휴지만, 오히려 부모 쪽에서 먼저 명절 모임을 거부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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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도 자식 못지않게 명절이 스트레스”
-차례 생략하고 각자 해외여행 떠나기도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경기 일산에 사는 김모(71ㆍ여) 씨는 이번 설 연휴 동안 동네 경로당에서 진행하는 설 모임에 참석하겠다며 가족들에게 굳이 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가족들 사이가 서먹해진 지 오래인데다가 지난 설에는 작은아들이 해외여행을 가면서 명절 이후에 가족 간에 말다툼까지 벌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형제 사이에 싸움을 보다 못한 김 씨가 먼저 명절에는 안부전화만 하자고 제안했다.

김 씨뿐만이 아니라 이미 동네 노인 중 상당수는 오는 설 연휴를 경로당에서 보내겠다고 말했다. 사정상 명절에 온 가족이 모이기 어려운 경우도 많지만, 자발적으로 명절 모임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김 씨는 “요즘 같은 때 가족들을 모두 불러봐야 자식에게 짐이 된다는 소리밖에 더 듣느냐”며 “차라리 가족들 눈치 보지 않고 경로당에서 친구들과 있겠다”고 했다.

[사진=헤럴드경제DB]

김 씨의 경우처럼 매년 반복되는 설 연휴지만, 오히려 부모 쪽에서 먼저 명절 모임을 거부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아예 차례를 지내지 않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는데다 부모 입장에서도 명절이 스트레스라는 의견도 많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이모(61) 씨도 오는 설 연휴에 부부 동반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결혼한 자식들이 집에 찾아오겠다고 말했지만, 이 씨가 먼저 거절했다. 이 씨는 “자식들이 결혼해 분가하고서 오랜만에 부부끼리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이번 명절은 과감하게 건너뛰기로 했다”며 “자식들에게도 이번 연휴에는 푹 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씨는 오는 설 명절부터 차례도 생략하기로 했다. 굳이 형식을 갖춰 차례를 지내는 것이 낭비처럼 느껴진데다 며느리들 눈치도 보이기 때문이다. 이 씨는 “TV만 보더라도 며느리들의 명절 스트레스가 엄청나다고 하니까 아예 만나지 않고, 나중에 따로 저녁식사나 하는 편이 부모 입장에서도 편하다”며 “괜히 명절에 덕담 나눈다고 하다가 감정 상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부모들이 설 명절을 자발적으로 거부하는 데에는 부모들이 받는 명절 스트레스가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자식들 못지않게 설 명절 비용과 스트레스가 심각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에는 자녀들이 명절 덕담 등으로도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다는 얘기가 자주 나오면서 역으로 부모들에게도 명절이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있다.

이 씨의 경우처럼 가족끼리 따로 모여 차례를 지내지 않는 사람들은 지자체 등에서 진행하는 합동 차례를 지내기도 한다. 간단하게 동네 주민들끼리 차례를 지내고 나서는 노인정에 남아 시간을 보내거나 아예 여행을 가기도 한다.

이명서 한국사회심리연구원 연구사는 “설 명절에는 지나친 잔소리와 비용 부담 탓에 자식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만, 부모 세대도 못지않은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자식들이 명절을 꺼리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부모들이 먼저 명절 모임을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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