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상치 않은 포항 지진..여진 맞지만 위험요소 '가득'

조용석 입력 2018. 2. 13. 17:29 수정 2018. 2. 13. 17:4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본진 3달 후 4.6 지진..'넓은 범위 여진' 견해 다수
일반적 여진과 달리 규모↑..진앙 깊어 단층면 넓혔을 듯
추가적 지진 유발 가능성 높아.."정밀한 분석 필요"
경북 포항중앙초등학교 내부 벽면이 지난 11일 발생한 규모 4.6 지진 충격으로 부서져 있다.(사진 = 연합뉴스)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지난 11일 포항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4.6의 지진에 대해 전문가들은 “주의해야 할 여진”이라고 정의했다. 지난해 11월 포항에서 발생한 본진(本震) 영향을 받은 여진은 맞지만 규모와 발생위치, 깊이 등을 고려할 때 상당한 위험요소를 안고 있다고 분석했다.

◇ 본진 3달 후 발생한 4.6 규모 여진…역단층성 동일

11일 포항을 흔든 지진은 지난해 11월15일 규모 5.4의 본진이 일어난 지 3달 만에 발생했다. 이번 지진은 본진이 발생한 곳으로부터 남서쪽으로 4.6㎞ 떨어진 곳에서 일어났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이 규모가 크고 이례적인 부분이 있지만, 포항 본진에 따른 여진이라는데 무게를 실었다. 발생위치가 포항 본진으로 쪼개진 단층면의 범위(16㎢)에 포함되는 데다 앞서 비슷한 위치에서도 여진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이번 지진은 지난해 11월 발생한 본진이 쪼갠 16㎢의 단층면 끝부분에서 발생했다”며 “같은 단층면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없이 여진이 맞다”고 설명했다.

김영석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규모가 큰 지진의 경우 여진이 몇 년 동안 나타나기도 한다”며 “3개월 정도는 충분히 여진이 발생할 수 있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여진은 지난해 11월 발생한 포항 본진과 운동방향도 유사하다.

본진의 경우 양쪽에서 미는 힘과 수평운동이 더해진 ‘역단층성 우수향 주향이동단층’으로 분석됐다. 역단층은 양쪽에서 미는 힘에 의해 발생하며 주향이동단층은 수평이동을 뜻한다. 우수향 주향이동단층이란 수평면에서 오른쪽 단층이 아래로, 왼쪽 단층이 올라간 모양이다.

이번 여진 역시 본진과 동일하게 양쪽에서 미는 힘이 가해져 발생한 ‘역단층성’ 지진이다. 홍 교수는 “본진만큼 뚜렷하진 않지만 이번 여진도 주향이동단층(수평이동단층) 성격도 있다”고 설명했다.

◇ 안정화 과정 또는 다른 지진의 시작?

여진이란 본진으로 영향을 받은 단층면이 쌓아두었던 응력(외력이 작용할 때 생기는 저항력)을 해소하는 과정이다. 일반적으로는 본진 이후 크고 작은 여진이 발생하면서 응력이 해소되고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게 된다.

포항 본진 역시 이번 여진이 발생하기 전까지 88회의 여진이 발생해 응력을 해소해왔다. 이번 지진은 본진으로 쪼개진 단층면에서 발생했고, 규모 역시 본진보다 16배나 작기에 응력해소 과정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하지만 일반적인 여진은 본진 발생 후 시간이 지날수록 규모가 작아지는데 비해 이번 여진은 오히려 규모가 커졌다는 점이 매우 특이하다.

지난해 11월 본진 이후 리히터 규모 4 이상의 여진은 발생당일인 지난해 11월15일 이후 한 차례도 없었다. 리히터 규모 3.0 이상의 지진도 지난해 12월25일 이후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다.

지진이 발생한 깊이 역시 주의 깊게 봐야할 부분이다. 본진은 깊이 3~7㎞에서 발생했지만 이번 지진은 발생 깊이가 9㎞(기상청 발표)다. 이번 지진으로 인해 단층의 면적이 종전보다 넓어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홍 교수는 “여진이 본진보다 깊은 곳에서 발생했다면 단층면이 아래로 파고들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이번 여진은 일반적인 여진과 달리 추가적 지진을 유발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 역시 “이번 지진이 최대 규모의 여진이 될 것으로 희망적으로 예상은 하지만 항상 그렇게 될 수는 없다”며 “이번 여진이 잠잠했던 다른 단층을 건드렸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기상청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이번 지진에 대해 ‘여진’으로 판단하면서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발생한 본진은 내륙쪽으로 경사가 만들어졌는데 이번 지진은 바다쪽으로 경사가 졌다”며 “넓은 범위의 여진이라고 판단하고 있긴 하나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11일 포항 지진(왼쪽 아래 빨간별)이 일어난 장소는 그간 여진이 있었던 곳이다. (자료 = 기상청 제공)

조용석 (chojuri@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