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채 금리 인상] 美 국채 금리 4년 만에 최고점 찍자 증시 곤두박질 임금·물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반영돼

조성준 기자 입력 2018. 2. 13.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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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뉴욕 주식시장의 3대 지수가 2월 7일(현지 시각) 일제히 하락했다. 뉴욕 증권거래소 직원들이 증시 동향을 살피고 있다. <사진 : 조선일보 DB>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고의 호황을 보이던 미국 증시가 미국 국채 금리 인상 영향으로 급락했다. 올해 2월 들어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미국 국채 금리가 추가 상승하고 달러화가 강세로 전환할 경우 국내 증시의 충격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국채 금리는 지난 7일(현지 시각)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 금리 기준 2.861%까지 치솟았다. 1일 해당 국채 금리가 2.79%까지 올라 2014년 1월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후 그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같은 날 30년물 국채 금리는 3.117%에서 거래됐다. 2016년 미국 대선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다. 30년물 채권 수익률이 3%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처음이다.

연초 2.4% 초반대였던 10년물 미국 국채 수익률은 올해 들어서만 30bp(1bp=0.01%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특히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종전과 같은 1.25~1.50%로 동결했지만 3월 금리 인상을 시사하면서, 1월 이후에는 통화 긴축을 대비하는 증시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확실하게 우위를 점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증시 변수로 주요국 금리 인상 속도를 꼽아왔지만 대체로 3월 이후에나 금리 이슈가 본격적으로 부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예상보다 미국 경기 회복 속도가 빠른 데다 국제유가·임금 등 물가 상승 요인까지 겹쳤다.

인플레이션, 재정 적자 심화 현실화되나

실제로 미국 노동부가 지난 1월 임금 상승을 예고하는 고용시장 지표를 발표한 이후 국채 금리가 큰 폭으로 뛰었다. 당시 노동부는 미국의 비농업 신규 일자리가 20만개로, 시장 전망치인 18만개를 크게 웃돈다고 밝혔다. 일자리 증가에 따라 오른 시간당 임금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2.9% 오른 것으로 발표됐다. 이는 2009년 6월 이후 9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임금 상승이다.

1월 임금 상승률의 서프라이즈 원인 중에는 1월부터 18개 주에서 평균 4.1%의 최저임금 인상과 법인세 인하에 따른 1회성 보너스 지급 요인도 있다. 경기 확장 국면이 임금 상승으로 연결되고, 뒤이어 물가를 끌어올리면서 장기간 저조했던 인플레이션이 자극받고 있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올해 최대 5번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시장에서 국채 금리가 먼저 반응했다.

재정 적자에 대한 시장의 우려도 반영됐다. 지난 7일 공화·민주 상원 지도부가 2년 기한의 장기예산안 처리에 합의했지만, 재원에 대한 뾰족한 대책은 제시하지 않은 상태다. 앞으로 2년간 공화당이 요구한 국방예산과 민주당이 주장한 비(非)국방예산의 상한을 동시에 올린다는 게 핵심이다. 작년 말 대대적인 감세 조치로 ‘세입’이 줄어드는 구조에서    ‘세출’만 늘어난 셈이다.

결국 부족한 세수를 충당하려면 대규모 국채 발행이 불가피한데, 이는 추가적인 채권값 하락(채권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요소다.

대규모 국채 발행 계획도 불안요인

미국 국채 금리가 높아지자 반대로 미국 증시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대체로 채권 금리는 증시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7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0.08%(19.42포인트) 떨어진 2만4893.35로 장을 마감했다.

S&P 500 지수 역시 전 거래일 대비 0.50%(13.48포인트) 내린 2681.66으로 거래를 마쳤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0.90%(63.90포인트) 하락한 7051.98로 거래를 마쳤다.

일반적으로 주식은 ‘위험자산’, 국채는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 변동성이 크고 원금 손실 위험마저 있는 주식과 달리 국채는 한 나라의 정부가 발행하고 매년 이자와 만기 시 원금 지급을 보증하므로 더 안전하다. 따라서 국채 금리가 오르면 주식을 팔고 안전자산인 국채를 사려는 투자자들이 많아진다.

국채 수요가 많다는 것은 보통 한 나라의 미래 경기를 안 좋게 보는 경우다. 경제 전망이 좋을 경우 투자자들은 위험하지만 수익을 더 낼 수 있는 주식을 사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식과 국채는 서로 반대 관계다. 현재 미국에 대입해보면 국채 금리가 오르자 주식을 처분하고 국채로 갈아타려는 움직임이 일었고, 자연스럽게 증시는 하락장을 면치 못하는 것이다. 자본이 증시에서 국채로 옮겨간다는 것은 미국 경제에 우려 섞인 전망이 많아졌다는 신호다.

앤드루 브래너 내셔널얼라이언스 채권 책임자는 “우리는 ‘퍼펙트 스톰’을 맞고 있고, 금리는 더 올라갈 것”이라며 “연준은 지도부 교체기를 맞아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엄청난 규모의 채권을 미 재무부가 발행할 예정이지만 시장은 아직 이를 다 반영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plus point

여의도 증권가 ‘잿빛’ 일주일


지난 9일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시황 모니터. <사진 : 연합뉴스>

지난주 여의도 증권가 분위기는 잿빛이었다. 미국 증시가 폭락한 영향으로 코스피지수는 2400선이 붕괴됐다. 1000선 돌파를 바라보던 코스닥지수도 850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 9일 코스피지수는 2363.77로 마감했다. 1주일 전인 지난 2일보다 6.4%나 하락했다. 같은 날 코스닥지수는 842.60으로 거래를 마쳤다. 1주일간 6.3% 하락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주식을 팔아 치우며 급락을 주도했다. 2월 5일부터 9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시장에서 1조1522억원, 코스닥 시장에서 6280억원어치의 주식을 매도했다.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중국 등 주요국 증시도 마찬가지로 급락했다. 미국 금리 상승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박희찬 미래에셋대우증권 연구원은 “1월 미국 소비자 물가는 크게 올랐을 것 같지 않지만, 수치가 발표되기 전까지 금융시장의 경계 심리가 높을 것”이라며 “3월 1일로 예정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첫 번째 의회 청문회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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