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② 토마스 리플 CTO "채굴업자에 휘둘리는 비트코인 한계 뚜렷"

박원익 기자 입력 2018. 2. 14.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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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암호화폐·cryptocurrency) 태동기부터 비트코인 커뮤니티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다 2012년 리플에 합류한 스테판 토마스 CTO는 업계 최고 전문가 중 하나로 꼽힌다. 비트코인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접속하는 웹사이트 중 하나인 ‘위유즈코인스(WeUseCoins.com)’를 설립했고, 비트코인 오픈 소스 라이브러리 ‘비트코인JS(BitcoinJS)’를 만들었다. 최근엔 리플 설립자인 크리스 라센과 공동으로 미국 스타트업 옴니(Omni)에 투자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스테판 토마스 리플 CTO. / 박원익 기자

지난 1월 26일(현지시각) 샌프란시스코 리플 본사에서 만난 토마스 CTO는 시종일관 비트코인의 한계를 지적했다. 비트코인이 기치로 내건 분산화·탈중앙화(decentralization, 정부 등 통제력을 가진 특정 주체가 없는 시스템)가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수료를 계속 올리는 의사 결정 방식도 이용자들에게 불리한 구조라고 했다. 그는 “리플은 유용성 측면에서 이미 비트코인을 넘어섰다”며 “자체 탈중앙화 전략도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비트코인 커뮤니티를 떠나 리플에 합류했다.

“‘페이 투 스크립트 해시(pay to script hash)’ 같은 비트코인 프로토콜(통신규약) 변경에 기여했고, 개빈 안드레센(Gavin Andresen) 등 비트코인 재단 핵심 멤버들과 여러 작업을 했다. 이 과정에서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을 깊이 이해하게 됐으며 이 시스템의 강점과 약점을 알게 됐다.”

-두 시스템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비트코인의 경우 반드시 작업증명(PoW·Proof of Work, 수학 문제를 풀어 유효한 거래를 검증하는 방식. 보상으로 신규 발행된 비트코인을 받기 때문에 ‘채굴’로 불린다)를 거쳐야 한다. 리플은 작업증명에 의존하지 않는 시스템을 도출했고 많은 장점이 있다. 거래 처리 속도가 훨씬 빠르고 수수료도 싸다.”

-분산화엔 작업증명이 더 유리한 것 아닌가.

리플 샌프란시스코 본사. / 박원익 기자

“그렇지는 않다. 비트코인 네트워크에선 더 많은 해싱파워(hashing power, 채굴 컴퓨터 연산능력)를 가질수록 투표권이 많아져 사안을 리드할 수 있다. 이는 개인이나 한 그룹이 과반수 이상 힘을 갖고 네트워크를 통제할 수 없다는 전제에 위배되는 점이다. 실제로 특정 시점에 중국을 비롯한 특정 마이닝풀(채굴 집단)이 해싱파워 51%를 넘긴 적 있다.”

-채굴업자가 통제력을 가진다는 뜻인가.

“비트코인의 경우 채굴업자들의 투표로 프로토콜이 바뀌는데, 이들은 사용자 의견엔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일반 비트코인 사용자는 고려하지 않는다. 비트코인 거래(transaction) 수수료가 오르는 데엔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하루에 수백만달러를 수수료로 벌어들이는 채굴업자들이 왜 수수료 인상을 포기하겠는가. 이들은 수수료를 더 올리길 원한다.

중국 채굴업자들의 규모가 가장 큰데, 이들 시설을 보면 전선·칩이 엉켜 있고, 무너질 듯한 곳에서 전기를 끌어다 쓰는 등 엉망이다. 최대한 싸게 해싱파워를 확보해 이익을 남기는 게 이들의 유일한 목적이다.”

-채굴업자가 없으면 리플 거래는 누가 검증하나.

“대표적인 검증인(validator, 비트코인 채굴업자 역할)은 일본 도쿄에 있다. 일본 정부, 금융기관, 언론사 등에 서버 호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첨단 시설을 이용하며 물리적 보안도 훌륭한 업체다. 이 업체가 리플 거래 검증에 이용하는 서버룸은 2001년에 지었는데 정전, 네트워크 초과 같은 문제가 한 번도 없었다.”

리플 검증인 분포 현황. / 리플 홈페이지

-리플 네트워크에서 특정 검증인이 통제력을 가질 가능성은 없나.

“리플넷에선 사용자가 명시적으로 어떤 검증인의 의견을 들을 것인지 선택하도록 돼 있다. ‘얼마나 많은 작업을 했나’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용자가 선택했나’에 따라 검증인의 영향력이 달라진다. 현재까지는 이 네트워크가 아주 잘 작동하고 있다.

검증인이 계속해서 사용자 이익과 반대로 투표를 할 경우, 예를 들어 수수료를 계속 올리거나 하면 사용자들이 그 검증인의 의견을 듣지 않게 된다. 의사 결정시 사용자의 이익을 반영할 강한 인센티브를 갖게 되는 방식이다.”

-리플 검증인에겐 무슨 보상이 있나.

“도쿄 검증인의 경우 리플 거래 검증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마케팅툴로 활용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퀄리티와 안정성을 보여줄 수 있어서다. 다른 큰 유인은 XRP 네트워크를 추가 비용 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검증인은 투표권을 갖기 때문에 프로토콜 변경과 같은 네트워크 내 주요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도 있다.”

-리플이 중앙화돼 있다는 비판이 많다.

리플 샌프란시스코 본사. / 박원익 기자

“XRP 블록체인은 오픈소스 프로젝트이며 누구나 검증인이 될 수 있다. 우리는 네트워크를 통제하지 않는다. 발전에 기여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탈중앙화를 원한다. 2013년 XRP 분산원장(ledger)을 오픈소스로 개방해 일부 목적을 달성했고 이를 더 확장하길 원한다.

더 많은 서드파티 검증인이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올해와 내년에 이런 작업들이 계속 진행할 거고 그 내용을 곧 확인할 수 있을 거다.”

-리플이 현재 가장 집중하고 있는 부분은.

“최우선 순위는 실제 사용 가능한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현재 국제 송금에 이용되는 스위프트코드(swift code)는 10%~15% 가량 에러 가능성이 있고 시간과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에 이를 대체하려고 노력 중이다. 비트코인의 경우 실생활에서 거의 사용할 수 없고 스트라이프(기업가치 10조의 미국 핀테크 기업) 등 여러 기업이 비트코인을 더이상 받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는 이미 비트코인의 유용성 정점을 돌파했다.”

-미래 전략이 궁금하다.

“가치의 인터넷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인터레저(inter ledger)’ 프로토콜을 계속 발전시키고 있다. 인터레저 프로토콜에선 XRP를 브리지 통화(bridge currency)로 사용해 다른 원장들을 연결할 수 있다. 빌앤멜린다게이츠 재단과 협력해 진행 중인 ‘Mojaloop’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금융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저개발국 시민들과 금융기관을 연결해주는 프로젝트다.

인터레저에서 컴퓨터 언어 자바(java)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하이퍼레저(hyper ledger)’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세계 어디에서든 누구나 쉽고 빠르게 가치(value)를 교환할 수 있도록 하는게 우리의 장기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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