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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론, SW 기술력 키워야 훨훨 난다

주영재 기자 입력 2018.02.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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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평창 올림픽 개회식 오륜기 드론쇼, 군집비행 기술 없어 인텔에 맡겨
ㆍ항법·신호 등 핵심 체제 해외 의존…비행제어 기술도 아직 뒤떨어져
ㆍ드론은 4차 산업혁명 기술 경연장…반도체 우위 등 살리면 추월 가능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의 명장면이었던 ‘오륜기’ 드론쇼를 인텔이 아닌 국내 기술로 선보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기체 설계나 제작 기술이 아니라, 드론을 구동할 소프트웨어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속도 센서 등 핵심 부품도 외국산이다.

■ 핵심 부품·소프트웨어 개발 뒤처져

드론 비행에는 가속도와 지자계, 기압 등 센서기술과 위성항법장치(GPS) 등을 이용한 측위 기술과 목표지점까지 이동하는 항법 기술, 바람이 불어도 기체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제어 기술 등이 필요하다. 일단 센서 같은 핵심 부품은 선진국에 의존한다.

2015년 국방과학 기술수준 조사를 보면, 현재 국내 드론산업 기술은 군수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기술의 85% 수준, 소형 민수용 드론은 65% 수준이다. 항법·제어 소프트웨어 등 고부가가치 부품은 선진국이, 소형 모터와 프로펠러 등 범용 부품은 중국이 우위에 있다. 민간에서 흔히 촬영 용도로 사용하는 레저·취미용 드론 시장의 70% 이상은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인 DJI 등 중국 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드론 안전성 검증 시범사업 7개 공역에서는 드론이 눈에 보이지 않을 때까지 수평으로 비행 가능한 거리를 최대 11㎞까지로 설정했지만 일부 드론을 제외하고는 3~4㎞까지 비행하는 데 그친다. 핵심 탑재장비, 센서의 성능 개발 수준이 아직 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 소프트웨어 기술에서 뒤지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강창봉 항공안전기술원 무인항공연구실장은 “드론을 구동시키는 것은 결국 비행제어 기술과 같은 소프트웨어”라고 말했다.

국내의 경우 항법·신호·영상처리·자세제어 등을 관리하는 핵심 소프트웨어와 운영체제를 대부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에는 빅데이터 저장과 분석, 기계학습에 따른 자율비행 기술도 적용되는 추세이다. 드론이 자율주행차처럼 주변의 지형과 건물, 시설물을 파악하고 스스로 최적의 경로와 착지 장소를 찾아 이동하려면 관제시스템과 기계학습 알고리즘이 필요하다. 이런 기술을 확보해야 무인 택배 서비스와 자율비행 개인용 항공기(PAV) 개발도 가능하다.

지난달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개막한 아시아 최대 드론축제인 ‘2018 드론쇼 코리아’에서 관람객들이 드론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 개회식 드론쇼, 국내 기업은 왜 못했나

드론의 군무가 가능하려면 드론 사이의 거리를 정확히 유지하는 측위 기술이 필요하다. 일반 GPS 신호는 전리층과 대기층을 통과할 때 굴절 등으로 인한 시간 지연으로 17~37m의 오차가 발생한다. 군집비행에서는 오차를 줄이기 위해 ‘실시간 운동(RTS·Real Time Kinematics) GPS’를 이용한다. 지상에 기준점을 세우고 그 기준점으로부터 각각의 드론들 상대 거리를 계산하는 방법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도 이미 2년 전 개발에 성공한 기술이다. 공현철 항우연 미래항공우주기술팀장은 “RTS GPS를 이용할 경우 10㎝ 이내의 정밀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드론의 실내 군집공연은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나 실외 군집비행 기술은 20~30대를 운용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항우연에서 기술을 이전받아 국내 최초로 상업용 군집비행을 선보인 네온테크의 권도성 드론사업부 과장은 “실외에서 드론을 1000대 이상 띄울 수 있는 기술력을 갖고 있는 곳은 미국과 중국, 독일, 일본 정도”라며 “국내에서는 아직 자세제어 기술과 통신 기술, 드론 간 충돌 회피를 위한 컴퓨터 비전 센서 기술 등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 한국 기술 잠재력 높아

드론의 산업적 중요성과 시장 규모는 날로 커지고 있다. 드론의 항공·통신·센서·소프트웨어 기술은 연관 분야로의 파급효과가 크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센서 등 4차 산업혁명의 공통 핵심기술을 적용하고 검증할 수 있는 최적의 테스트베드이기도 하다. 공현철 팀장은 인텔의 드론쇼를 예로 들며 “엔지니어만이 아니라 시나리오 작가, 안무가 등이 관여하면서 드론의 활용이 문화예술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고도 말했다.

한국이 드론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강창봉 실장은 “민수용 드론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지만 물품 수송과 안전 진단, 산불 감시, 정찰 등 공공목적으로 활용되는 산업용 드론 시장은 아직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확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국이 반도체(AP), 배터리, 디스플레이에서 쌓아온 기술을 드론에 적용할 수 있어 잠재력은 있다. 권도성 과장은 “한국은 중국을 빠른 시간 안에 추월할 수 있다”며 “반도체와 배터리 기술을 드론에 접목하면 가장 스마트하고 오래 날 수 있는 드론을 한국이 만들 날도 머지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