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또다시 시행 불발, 표류하는 강사법

입력 2018.02.1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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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기존 법률 폐기후 새 법안 요구 입장과 1인시위 하며 당장 시행 요구하는 의견도

그들은 여전히 천막 안에 있었다. 햇볕에 타서 누렇게 변해버린 천막 비닐은 겹겹이 쌓여 철옹성처럼 보였다. 체감온도 영하 20도의 날씨에도 김동애(71)·김영곤(69)씨 부부는 강사법 시행을 주장하며 천막농성과 1인시위를 이어가고 있었다. 국회 앞 농성 3795일. 한 생명이 태어나 사회화된 인간으로 성장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김씨는 “처음 시위를 시작할 때쯤 태어난 외손녀가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이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 시간강사의 처우는 3795일 전과 다르지 않다. 여전히 정교수 월급의 5분의 1도 되지 않는 강사료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살아간다. 운이 좋아 몇 학기째 이어 강의를 한다 해도 다음 학기를 장담하지 못한다. 현재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시간강사들은 대학교 교원으로 인정받지 못한 채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용역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사회는 그들이 단순히 ‘지적 노동’을 하는 노동자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보다 많은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들을 일종의 ‘엘리트 집단’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김동애·김영권 부부가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1인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 류인하 기자

일방 해고, 시간강사는 다툴 자격도 없어

김동애씨는 1999년부터 시간강사 처우개선을 위해 싸워 왔다. 그도 한때는 숙명여대, 충북대, 한성대 등에서 동양사 강의를 하는 시간강사였다. 92년 한성대에서 정규교원 자리를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전임 대타 형식의 대우교수로 7년 6개월을 강단에 섰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강사료가 평소 받던 수준의 절반으로 삭감된 채 지급됐다. 연유를 알아보니 그는 애초에 비전임교원으로 계약이 돼 있었다. 학교가 강의료를 기존의 절반을 줘도 항의할 방법이 없었다. 소송을 시작했다. 직위해제 및 감봉 무효소송, 퇴직금 반환소송을 벌였다. 하지만 그는 애초에 교원이 아니기 때문에 소송에서 대학과 다툴 ‘법적 지위’조차 없었다. 김영곤씨도 고려대 세종캠퍼스에서 경영학 시간강사를 했지만 15학기 되던 해 학교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그때부터였다. 2007년 9월 7일. 시간강사 교원 지위 확보를 위한 이들 부부의 지난한 싸움이 시작됐다.

그 사이 시간강사들의 죽음이 이어졌다. 건국대 시간강사였던 한경선 박사는 대학의 부실한 강의교재 강매 및 강사료 미지급 등을 문제삼아 노동부에 진정을 냈다가 임용이 거부되자 2008년 유서를 남기고 생을 마감했다. 조선대에서 시간강사를 하던 서정민 박사는 2010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997년부터 2010년까지 조선대 시간강사였던 그는 유서에 지도교수 논문을 수십 편 대필하고, 그 제자의 논문까지 작성했다고 폭로했다. 그들 이전에도, 이후에도 많은 시간강사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일병 강사법)은 고 서정민 박사의 죽음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시간강사의 처우를 개선한다는 명분 하에 2011년 12월 국회를 통과, 공포 과정을 거쳐 2013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법은 시행되지 못한 채 식물인간법이 됐다.

2018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또다시 유예됐다. 네 번째 유예다. 법의 직접적 당사자인 시간강사들의 반발이 거셌다. 직접고용주인 대학 역시 자본의 논리를 들어 반대하고 나섰다. 김동애·김영권씨만이 1인시위를 이어가며 강사법 시행을 촉구하고 있다. 김동애씨는 1월 30일 〈주간경향〉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이제 이 법이 시행된들 다시 강사로 돌아갈 수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올해로 71세인 그는 어차피 법이 통과돼도 시간강사가 될 수 없다. 그럼에도 3795일 풍찬노숙을 이어가는 이유는 앞으로 내 자식세대, 내 자식의 자식세대가 겪을 차별을 해소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씨는 “고등교육법 일부개정안에 문제점이 있다면 시행령 등을 통해 보완하면 될 일이고, 일단은 시행을 하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간강사의 대다수를 구성하고 있는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의 입장은 이들과 조금 다르다. 잘못된 법이라면 일단 폐지한 후 제대로 된 법을 만들어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돌아가더라도 잘못된 길을 가서는 안 된다고 했다. 김동애·김영권 부부와 비정규교수노조가 추구하는 목표는 동일하지만 해결방법에서 차이가 벌어졌다. 한때 함께 힘을 모았던 이들은 2015년부터 각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강사법 5년째 표류… 입장은 제각각

그렇다면 강사법을 일단 시행하는 것이 옳을까. 2011년 12월 법안이 통과되기 두 달 전인 10월 21일, 국회 입법조사처는 〈대학강사의 노동조건과 기대소득 분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미 시행 시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었다. 강사법 시행으로 기존 시간강사의 대량해고 사태가 벌어질 것을 예측한 것이다. 〈주간경향〉이 입수한 해당 자료에 따르면 ‘고등교육법 상의 대학교원으로 인정하더라도 이후의 강사를 대학의 전임교원의 하나로는 볼 수 없기 때문에 여전히 불안정한 지위를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에 현재의 강사 총수요 중에서 20% 정도의 인원이 법정강사로 고용된다면 3만명 이상의 비고용 대학강사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즉 법정지위를 보장받게 되면서 방대한 비고용 인력군이 발생하게 되며, 또 학위 취득 후 대학강사직에 새로 들어오려는 신진인력의 진입문은 더욱 좁 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재돼 있다. 시간강사의 처우개선을 위해 마련된 당초 취지와 배치되는 결과를 이미 예측하고도 정부와 국회는 그대로 밀고 나가려 한 셈이다.

때문에 시간강사들은 법안 폐기를 수년째 주장하고 있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의 입장은 강사법 폐기 및 비정규교수노조가 참여하는 새로운 협의체를 통해 새 법안을 만드는 것이다.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은 “시간강사법의 핵심 문제점은 입법취지와 상반된 결과를 초래한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개정법안에 따르면 강사법이 시행될 경우 시행령에 따라 시간강사에게도 전임교원과 같은 9시간의 의무강의시수(책임시수)가 발생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간강사는 1~2개 대학에서 주당 각 4~5시간의 강의를 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소위 ‘보따리 장수’로 살아간다. 애초에 한 대학에서 고정적으로 연구하고 강의하는 전임교수 자격도 없다. 대학이 시간강사에게 9시간 또는 그 이상의 강의시간을 부여할 경우 수혜자는 대학밖에 없다. 대학은 전임교수 임금의 20%도 되지 않는 강사료로 학생에게 교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시간강사가 대학에서 한 과목을 강의할 경우 월 60만원 안팎의 강사료가 지급된다. 게다가 2~3명의 시간강사가 하던 강의를 1명의 강사가 전부 맡게 되면서 나머지 시간강사는 고용기회 자체가 박탈된다. 시간강사들이 강사법 시행을 반대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장시간 저임금 노동으로 인한 혜택은 대학만 가져갈 뿐 시간강사를 위한 법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임 위원장은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하라고 했더니 비정규직 2명을 해고해서 다른 비정규직 한 사람에게 일감을 몰아주는 대학판 ‘정리해고법’이 될 게 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강사법이 만들어진 2011년 당시 11만명이던 시간강사 수는 매년 강사법 시행연도를 앞둘 때마다 감소해 2017년 7600여명까지 줄어들었다. 이들의 빈 자리는 초빙교수, 겸임교수 등 또 다른 형태의 비정규직이 채우고 있다. 비정규교수노조는 “법 시행을 대비해 대학이 시간강사 수를 꾸준히 줄여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법 제14조 2항에 강사의 계약기간을 ‘1년 이상’으로 정한 것도 문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사실상 비정규직 노동자를 2년마다 해고할 수 있게 만든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다를 바가 없다는 지적이다. 또 이들이 1년 후 부당한 해고를 당했더라도 교원소청심사권이나 교원지위 향상에 관한 특별법 등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교원자격이 있는지도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다.

/ 강윤중 기자

대교협 “강사법 폐기, 정부 지원금 달라”

결국 시간강사 중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법 하나로 을(乙)끼리 다툼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임 위원장은 “김동애·김영권 선생님과 처음 뜻을 같이했던 것도 비정규직 시간강사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표가 같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비정규교수노조에게 이제 이들 부부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법 시행을 주장하며 1인시위를 벌이는 이들을 막는 데에 힘을 쏟는 동안 강사법은 5년을 표류했다. 강사의 처우는 2010년 서정민 박사 사망 전과 한치도 나아지지 않았다. 임금도 여전히 그대로다. 대학은 이들의 싸움에 편승해 고등교육법 일부개정안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정부를 상대로 사립대학의 재정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보도자료를 통해 “입학정원 감축을 위한 대학 구조개혁, 반값등록금 정책에 따른 등록금 인하 및 동결 등으로 대학 재정은 한계상황에 직면해 있어 대학만의 노력으로는 시간강사에 대한 현실적 대책 마련이 어렵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시간강사 처우개선을 위한 재정지원, 시간강사의 강의 및 연구지원을 위한 연수 등의 행정지원 조치를 통해 현실적 처우개선 대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강사법 시행 시 예상되는 대학 재정에 대한 부담으로 시간강사 축소가 이미 현실화되고 있으며, 향후 인건비 부담에 따른 대학의 시간강사 일자리는 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시간강사를 교원으로 인정하려면 4대보험 가입, 퇴직금 지급 등 비용이 발생해 학교 재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대다수의 시간강사들은 이미 4대보험 중 3대보험(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에 가입돼 있다. 추가되는 것은 직장건강보험밖에 없다. 대학이 여기에 지출하는 비용은 보험료 납입액의 4.5%에 불과하다. 퇴직금은 고용주라면 당연히 지급해야 할 비용에 해당한다. 하지만 대학은 이 같은 비용 지출을 두고 대학에 시간강사의 처우개선을 요구하려면 정부가 먼저 재정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교협은 지난 1월 30일 2018년 정기총회에서도 정부의 재정지원 확대를 촉구했다.

한편 교육부는 지난 6일 비정규교수노조 및 김동애·김영애씨 등 4명이 포함된 '대학강사제도 개선협의체'를 꾸려 1년 유예된 강사법 개정안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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