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 구속 후폭풍..롯데 경영권 분쟁 다시 불붙나

송지유 기자 2018. 2. 14.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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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실형에 日롯데 대표직 해임 위기..신동주 전 부회장 "즉시 사임·해임해야" 공세
(왼쪽부터)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뉴시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3일 뇌물공여 혐의로 법정구속되면서 일단락됐던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지주사 체제가 완성되지 않아 호텔롯데·롯데물산·롯데케미칼 등 주요 계열사들이 여전히 일본 롯데에 종속돼 있어서다. 형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신 회장 구속 직후 공식입장을 내놓는 등 즉각 반격에 나섰다.

14일 롯데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 전 부회장이 대표로 있는 일본 광윤사는 전날 입장자료를 내고 "(총수가)횡령, 배임, 뇌물 등 범죄행위로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되는 것은 롯데그룹 역사상 전대미문의 사태로 극도로 우려된다"며 "즉시 사임·해임해야 한다"고 밝혔다.

◇"日주주 공들여 관리했는데"…예상치 못한 구속, 위기 맞은 롯데=신 회장은 지난해 12월22일 '롯데그룹 경영비리' 사건 1심 선고를 앞두고 수차례 일본을 다녀왔다. 검찰의 구형량이 높아 선고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일본 롯데 경영진과 주주 등을 만나 거듭 이해를 구하고 지지기반을 다지려는 행보였다.

그동안 '롯데그룹 경영비리', '최순실 국정농단' 등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아온 신 회장은 일본 경영진과 투자자에게 "성실히 소명해 재판에서 무죄를 밝히겠다"며 지지를 호소해 왔다. 실제 경영비리 1심 선고에서 1년8개월 징역, 2년 집행유예로 실형을 면하면서 한일 롯데를 총괄하는 ‘원리더’로서 신 회장의 경영권은 더 공고해지는 듯 했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 뇌물공여 혐의로 2년6개월 징역이라는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신 회장의 압승으로 정리됐던 경영권 분쟁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일본에선 경영자가 구속 기소되거나 수감되면 경영 책임을 지기 어렵다고 판단해 등기이사직에서 사임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신 전 부회장이 이 점을 내세워 신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직 해임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신 회장을 지지해 온 종업원지주회와 주요 주주에 대한 포섭 작업을 본격화할 수도 있다.

변호인단 조차 신 회장의 법정구속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터여서 롯데그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다만 전날 신 회장의 선고가 3번의 판결 중 1심으로 2·3심에서 무죄를 입증한다는 그룹의 입장을 최대한 전달한다는 전략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일본 롯데홀딩스가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예단하는 것은 이르다"며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갈 길 먼 지배구조 개선…'형제의 난' 재점화하나=롯데그룹은 지난해 10월 지주사를 설립하면서 91개 국내 계열사 중 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칠성음료·롯데푸드 등 42개를 편입했다. 올초에는 롯데로지스틱스, 대홍기획 등 비상장 계열사를 추가로 흡수합병해 총 51개 계열사를 지주회사 체제 아래로 묶었다.

그러나 호텔롯데, 롯데물산, 롯데케미칼 등 40개 계열사는 아직 롯데지주에 편입시키지 못했다. 일본 롯데홀딩스와 일본 L1~L12투자회사가 이들 계열사 지배구조의 최상위에 있는 호텔롯데 지분 99%를 소유하고 있는 만큼 현재 일본 롯데에 종속돼 있다고 봐야 한다.

롯데그룹은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해 한국 계열사에 대한 일본 롯데의 지배력을 낮추려고 했지만 신 회장의 구속으로 상장 작업은 차질을 빚게 됐다. 호텔롯데 상장 없이는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의 고리를 끊는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선작업 마무리는 불가능하다.

한일 롯데 지배구조의 최정점인 일본 롯데홀딩스와 광윤사 지분율은 신 전 부회장이 신 회장보다 우위다.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구조는 광윤사 28.1%, 종업원지주회사 27.8%, 임원지주 6% 등으로 구성돼 있다. 오너 일가인 신 전 부회장은 1.6%, 신 회장은 1.4%, 신격호 명예회장은 0.4%를 갖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 최대주주인 광윤사 지분의 경우 신 전 부회장이 50%로 가장 많고 신 회장이 38.8%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이들 형제의 모친인 시게미츠 하츠코 여사 10%, 신 명예회장 0,72%, 장학재단 0.08% 등 순이다.

송지유 기자 cl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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