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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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피해자, 조직내 2차 피해까지..계속되는 고통

오해정 입력 2018.02.20. 21:52 수정 2018.02.20.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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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피해자들이 어렵게 용기를 내서 미투운동이 확산되고 언론의 관심도 높습니다.

그런데 MBC는 미투 폭로 이후에 더 초점을 맞춰보기로 했습니다.

폭로 이후 문제들은 제대로 해결되고 있는지.

오늘부터 다뤄보겠습니다.

이은택 사건에서 앞서 본 것처럼 오히려 피해자를 질책하는 조직 내 2차 피해를 먼저 주목합니다.

오해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국악관현악단을 25년간 맡아온 조 모 씨.

지역 악단이지만 매년 해외에서 정기연주회를 개최하면서 국악의 세계화에 힘쓴 인물로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조모 씨/전 충남국악관현악단 악장] "하노이에서 성황리에 공연을 마쳤습니다. 천안시 문화 위상을 또 한 번 세계에 알리는 그런 자리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작 단원들은 조 씨의 상습적인 성추행으로 고통받았습니다.

[단원 A] "옆에 타서 만지고 산책한다고 걸으면서 저 잡고 이렇게 엉덩이를 만진다거나"

[단원 B] "어깨를 이렇게 감싸고 갖다 같이 대니까...자기 볼을 제 볼에..."

아이가 있는 유부녀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단원C] "전화가 자주 왔어요. 저녁때. 부부관계 만족하냐. 신랑이 잘해주냐."

조 씨는 결국 지위를 이용해 반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아 복역 중입니다.

하지만, 이후 상황은 피해자들에게 더 끔찍합니다.

대부분 조씨와 사제지간인 구성원들 중 일부가 고소인 색출작업에 나서 협박이 시작됐고

[단원 C] "'너가 정말 당했어?'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더라고요. '글을 보면 바로 너일 것이다.' '교수님이 너부터 고소를 할 것이다.'"

피해자들에 대한 비난과 왜곡이 도를 넘고 있습니다.

[단원 A] "저희가 피해자인데 저희한테 막 '너희들 더럽다. 악단에 먹칠을 했다.' 마치 내가 굉장히 나쁜 사람이 된 것처럼..."

2심 재판을 앞둔 현재 일부 단원들이 조 씨의 무죄를 입증하는 탄원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악단 관계자] "(조씨 행위는) 보기 나름일 것 같은데 국악계 계보적인 그런 것들도 있고 특이하게 불거질 일들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고…"

조 씨의 측근들은 조씨가 건재해야 자신들의 지위도 보장받는다고 믿고 무조건 거짓으로 몰고 있다고 피해자들은 호소하고 있습니다.

2차 피해에 시달리다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하고 악단을 떠나기도 했습니다.

[단원 D] "너희 진짜 힘들었겠구나. 미안하다. 그동안 미안했다 이런 말 한마디도 없고...저 사람들이 과연 뉘우치고 앞으로 개선을 할 사람들인가..."

성폭력 피해는 수치스러운 일이다.

피해사실을 알려봐야 이로울 것이 없다.

피해자들이 집단과 조직 내에서 흔히 듣는 이런 말들은, 전형적인 2차 피해 행위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가운데 계속해서 회사를 다니는 경우는 불과 28%.

조직 내 권력자의 악행이 드러나면 조직이 흔들리고 자신의 위치도 흔들릴 것으로 보는 왜곡된 조직관이 성추행보다 더 고통스러운 2차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오해정입니다.

오해정기자 (why@m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