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화 뿌리는 유교..'실학의 신화'는 해체해야"

2018. 2. 26.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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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이 경복궁을 나와 러시아공사관으로 거처를 옮긴 아관파천을 피란이 아닌 정치적 망명으로 규정하고, 대한제국이 근대화에 성공한 나라였다고 설파한 황태연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자신이 펼친 근대화 담론에 종지부를 찍는 책을 펴냈다.

동서양 정치사상사를 연구해온 황 교수는 신간 '한국 근대화의 정치사상'에서 또다시 역사학계의 상식을 깨는 주장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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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연 교수 '한국 근대화의 정치사상' 출간
조선의 법궁인 경복궁. 조선은 유교를 근간으로 한 나라였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고종이 경복궁을 나와 러시아공사관으로 거처를 옮긴 아관파천을 피란이 아닌 정치적 망명으로 규정하고, 대한제국이 근대화에 성공한 나라였다고 설파한 황태연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자신이 펼친 근대화 담론에 종지부를 찍는 책을 펴냈다.

동서양 정치사상사를 연구해온 황 교수는 신간 '한국 근대화의 정치사상'에서 또다시 역사학계의 상식을 깨는 주장을 한다. 서구의 근대화는 개신교가 아니라 유교 문명에서 기원했고, 실학이 조선 근대화의 맹아였다는 견해는 명백한 허구라는 것이다.

저자는 근대성의 정의부터 살펴보자고 제안한다. 그는 민주정이나 공화정을 근대성의 절대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정치적 근대화는 탈종교적 세속화, 군사적 근대화는 국민개병제에 기초한 군대의 정예화, 경제적 근대화는 시장화와 산업화가 각각 잣대라고 설명한다.

그는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의 근대화에 성공한 지역은 서부 유럽과 북미, 동아시아에 불과하다면서 유라시아 대륙의 극서(極西)와 극동(極東)을 묶어 근대화 과정을 논한다.

우선 서양에서 꽃핀 자유와 평등 개념, 자유시장, 공무원 임용고시, 관료제 등 근대화의 이념적 아이콘은 거의 모두 동아시아 유교 문명권의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역으로 서구의 근대성은 유교를 발전시킨 동아시아에 이식됐고, 중·동부 유럽이나 중남미보다 큰 열매를 맺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극동의 구 유교국가들은 '준비된 근대국가' 또는 '낮은 단계의 근대국가'였다"면서 "극동과 극서는 시차를 두고 서로를 번갈아 깨워서 높은 근대화를 향해 함께 진보했다"고 역설한다.

이러한 시각에서 보자면 많은 역사학자가 내재적 근대화의 동력으로 지목한 실학은 오히려 비근대적이고 반근대적이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신분제 철폐를 꾀하지 않았고 사유재산과 자유시장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실학은 복고성으로 인해 근대화를 이룩하는 데 역행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정인보 이래 사학계를 지배해온 '실학의 신화'를 해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어 저자는 한국의 근대화를 이끈 네 가지 사상으로 사대주의를 배격한 '조선중화론', 우리나라 임금을 지존으로 여긴 '신존왕주의', 나라의 주인이 양반이 아니라 백성이라고 본 '민국사상', 외래 문물을 한국화해 도입하고자 한 '구본신참론'을 꼽는다.

그러면서 저자는 "이 사상들은 독립주권국가 대한제국의 창건을 가능케 했고, 대한민국의 사상 동력이 됐다"고 결론짓는다.

이전에 나온 책들의 내용을 집대성한 이번 책에서도 일부 주장은 논란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 근대화의 주요 기준으로 경제력을 내세우고, 서부 유럽과 동아시아를 제외한 지역의 근대화를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다만 방대한 자료와 통찰력을 통해 한국 근대화를 사상사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한 저작이다.

청계. 1천8쪽. 6만5천원.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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