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문화읽기> 문화예술계 뒤흔드는 '미투 운동'

문별님 작가 입력 2018. 2. 26.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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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하재근의 문화읽기]

유나영 아나운서

하재근의 문화읽기 시간입니다. 요즘 미투 운동으로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행적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논란이 뜨거운데요. 하재근 문화평론가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봅니다. 어서 오시죠. 

하재근 문화평론가

안녕하세요. 

유나영 아나운서

‘나도 당했다’는 뜻의 미투 운동, 문화예술계가 그야말로 엄청난 혼란에 빠지고 있는데요. 미투 운동이 문화예술계를 뒤흔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

우리나라 문화예술계의 문화 권력이라고 할 수 있는 정말 거물들로부터 이게 시작이 되는 겁니다. 그래서 고은 시인부터 시작이 돼서 연극계의 거장인 이윤택 씨, 또 인간문화재 하용부 씨, 그리고 또 다른 연극계 거장인 오태석 씨. 고은, 이윤택, 오태석 이분들은 작품이 다 교과서에 올라와 있는 분들입니다. 이분들이 지금 파문에 휩싸여서 교과서를 수정을 해야 되는 상황이 됐고. 그 이후에 조민기 씨라든가 조재현 씨라든가 이런 연예인들까지도 이름이 나오더니, 조근현 영화감독, 또 다른 연극배우 겸 교수인 한명구 씨라든가 그리고 또 세계적인 사진작가인 배병우 씨 이런 분들이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지금 자고 일어나면 폭로가 또 하나씩 터지고 이런 상황인데. 가장 최근에는 중견배우인 최일화 씨까지 이분이 우리나라 연극배우 이사장인데 그 최일화 씨까지 지금 추문에 휩싸인 상황입니다. 

유나영 아나운서

이게 미투 운동이 지난해부터 미국에서 일어난 운동인데, 우리나라에서 이렇게까지 큰 파장을 일으킬 줄은 몰랐거든요. 이렇게 거센 바람이 이는 이유,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하재근 문화평론가

저는 진짜 완전히 몰랐는데, 미국에서 영화계에서 시작이 된 거죠. 근데 미국 문화예술계나 한국의 문화예술계나 비슷한 특성을 공유하고 있어서 원래대로라면 미국에서 미투 운동이 일어났을 때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하게 일어나야 정상인데. 우리나라에선 일어나기 힘들 거라고 봤고 그 이유가 우리나라 사회 분위기가 아직도 피해자가 자신이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나섰을 때 사회의 어떤 따가운 시선이 더 주어진다든지 그리고 위계 구조가 워낙 엄격해서 윗사람 눈치를 많이 봐야 된다든지 조직의 눈치를 봐야 되고. 이런 문제가 있어서 사실상 피해자들이 미국처럼 그렇게 나서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했었는데. 그래가지고 우리나라 문화예술계에서는 상당 기간 미국에서는 난리가 났는데도 우리나라는 조용했었죠. 근데 우리나라에선 엉뚱하게도 문화예술계가 아니라 법조계에서 이 문제가 터지면서 서지현 검사가 이 문제를 거론한 거죠. 그때 이제 한국 사회가 아주 뜨겁게 반응했고 그러면서 언론 매체가 여기에 막 보도거리를 찾다 보니까 고은 시인에 대해서 누가 그때 새롭게 폭로를 한 건 아닌데, 그 전에 발표됐던 시가 뒤늦게 언론에 의해서 재발견이 되면서 이게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겁니다. 그렇게 되다 보니까 다른 피해자들이 용기를 얻어가지고 이윤택 씨라든가 조민기 씨라든가 이런 분들에 대한 폭로가 나왔는데, 그때 만약에 이윤택 씨나 조민기 씨가 정말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고 뭐 자숙하겠다, 이랬으면 어쩌면 그 다음 폭로가 없었을지도 모르는데, 이윤택 씨가 해명을 하긴 했는데 뭔가 좀 변명 같아 보인다고 사람들은 느꼈고, 조민기 씨가 완전히 부정하니까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분들이 더 화가 나서 그에 대한 반발심으로, 이제는 본격적으로 실명 폭로가 나오기 시작하니까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더 뜨거워지고 굉장히 여론이 들끓어 오르면서 거기에 고무 받은 다른 피해자들까지 말을 하게 된 거죠. 그 바람에 이제 문화예술계 미투 운동이 전면화하게 된 겁니다. 

유나영 아나운서

말씀하신대로 문화예술계만의 문제는 아닐 텐데요. 하지만 최근 몇 주 동안 가장 많이 확산된 게 이 분야이기도 하고요. 문화예술계가 가지고 있는 어떤 근본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하재근 문화평론가

문화예술계가 기본적으로 자유분방하게 욕망을 추구하는 분야고, 기존 사회의 제도, 도덕률, 여기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분들이 많이 모인 곳이죠. 그리고 이른바 끼가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이죠. 끼가 많다 보니까 그게 자유분방하게 하다 보면 사고가 터질 수도 있는 거고. 그리고 문화예술계의 특징이 유력자의 권력이 그야말로 절대 권력이다. 유력자의 눈에 들어야 캐스팅이 되고 작품이 선택이 되고 눈 밖에 나면 캐스팅 됐다가도 취소되고 이런 식이다 보니까 눈치를 봐야 되는 문제가 있고. 그리고 ‘예술계는 원래 이런 곳이야, 예술계라는 곳은 뭔가 성적으로 그런 사고가 터질 수도 있는 곳이야’라고 하는 잘못된 예술계에 대한 인식이 있는 겁니다. 이게 가해자한테도 이런 인식이 있지만 피해자한테도 이런 인식이 있다 보니까 성폭력 피해를 당해도 피해자가 ‘아 예술계는 원래 이런 곳이지, 이런 피해는 내가 이 바닥에서 자리잡기 위해서 거쳐야 되는 통과의례야’ 이런 식으로 피해자가 자기 자신이 당한 피해를 스스로 정당화하는 문제가 있는 것이고. 그리고 또 군사부일체라고 할 정도로 극단적으로 권위주의적인, 선생님을 모셔야 되는, 이런 문화가 있고. 그리고 잘못된 여성에 대한 관점이라든가 또 성을 바라보는 관점이 뭔가 좀 잘못된 부분이 있는 거죠.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선배들이 이렇게 잘못된 의식을 가지고 선생님을 잘못된 방식으로 모시는 걸 봤던 후배들이 그대로 배웠기 때문에 이 악습이 지금까지 반복된 것으로 보입니다.   

유나영 아나운서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는 일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앞으로 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그 피해를 예방하는 것일 텐데요. 성폭력 피해 예방법 어떤 게 있을까요. 

하재근 문화평론가

예방하려면 무조건 가해자를 강하게 처벌해야 됩니다. 내가 문제 삼아도 가해자가 별로 처벌받지 않고 금방 돌아와서 다시 내 선생님이 된다, 이렇게 생각을 하면 고발할 사람이 없는 거죠, 자기만 더 피해를 당하니까. 가해자를 무조건 강력하게 처벌을 해야 되고, 피해자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운동, 위드유 운동 이것을 강력하게 펼쳐나갈 필요가 있고. 그리고 피해자가 거꾸로 나중에 법적으로 괴롭힘을 당하는 수가 있습니다. 가해자한테 무고나 명예훼손으로 다시 소송을 당해가지고 굉장히 괴롭힘을 당하는 수가 있는데 법적으로 피해자를 어떻게 또 계속해서 보호를 해줄 것인가. 이 방안을 강구해야 되고 그리고 정부가 지금 분야별로 신고센터 비슷하게 만든다고 하는데 피해자 입장에서 내가 어느 분야에 신고를 해야 될까 생각하는 것 자체가 복잡한 일이거든요. 그러니까 각 분야별로 이런 거 말고 한 군데로 일원화해서 이런 권력과 관련된 성범죄 문제는 무조건 거기다만 신고하면 법적으로든 심리적인 상담으로든 조력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인식이 생길 수 있게끔 어떤 범정부적인 기구를 만들 필요도 있어 보입니다. 

유나영 아나운서

미투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이런 상황을 보고 평창 올림픽이 개최되는 시기에 우리나라의 국격이 실추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하는 시선들도 있거든요. 진짜 품격이 무엇인지 한 번 깊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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