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거래부터 우주탐사까지..무궁무진 블록체인 스타트업들

김진호 기자 2018. 3. 1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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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가 진짜 화폐의 역할을 하게 될지, 아니면 한때의 유행으로 사라질지 누구도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말할 수 있는 건 암호화폐의 등장으로 인해 기존 금융산업과는 전혀 다른 생태계가 찾아올 가능성이 제시됐다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블록체인 기술이 있다. 전문가들은 블록체인 기술이 발전하면 금융계를 포함해 중앙화돼 있는 사회 전반의 다양한 서비스를 분산화시켜 보다 효율적으로 정보를 이용하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블록체인기술이 가져올 세상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일까? 지난 9일 이더리움연구소 주체로 서울 서초구 한화생명빌딩에서 열린 ‘퀀텀 뎁스 서울 밋업(Qtum Dapps Seoul Meetup)’ 현장에는 이같은 물음에 답을 찾고 있는 신생 블록체인 업체들이 모였다. 업계에선 이더리움 플랫폼 기반의 애플리케이션을 디앱(Dapp)이라 부른다. 이더리움 플랫폼은 중간에 설계 알고리즘을 수정할 수 있도록 스마트 계약 기능을 추가한 블록체인 기술을 말한다. 이날 행사에는 다양한 디앱을 개발 중인 기업들이 참석했다.

지난 9일 진행된 퀸텀 디앱 서울 밋업 행사에 찹여한 신생기업 대표들이 블록체인 산업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김진호 기자 제공

일부 국가에 집중된 우주개발 프로젝트를 분산시킬수 있도록 위성을 쏘아올리는 '스페이스체인(Spacechain)'와 네이버 블로그(Blog)로 공유되는 음식레시피처럼 본인이 가진 지식이나 기술을 쉽게 사고 팔 수 있는 '베니웨어(Vanywhere)', 개방형 논문공유 시스템을 만드는 '써클 원(circleone)', 블록체인 기반 의료정보시스템 메디블록(Mediblock), 누구나 블록체인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잉크(ink)' 등 5개 기업이다.
 

우주개발을 나도 할수 있다면? 스페이스체인

스페이스체인의 목표는 일부 국가에 국한돼 진행 중인 우주개발 프로젝트를 분산화 시키는 것이다. 블록체인 노드 기반의 위성을 쏘아올려 우주개발을 다변화한다는 목표다.

미국 컬럼비아대 심리학과 석사 출신인 지 쩡(Zee Zheng) 스페이스체인 대표는 “자원고갈, 환경오염 등 우리가 염려하는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한 우주개발은 몇몇 국가의 힘만으로 해낼 수 없는 일”이라며 “모든 국가, 모든 사람이 우주개발 과정부터 실제 성과를 내기까지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 쩡 스페이스체인 대표가 우주개발에 블록체인기술을 접목하는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상단에는 지난 2월 발사한 위성에 스페이스체인의 기술이 들어간 것을 증명하는 퀸텀(Qtum)로고 가 박혀있는 모습이다-김진호 기자 제공

스페이스체인은 이를 위한 첫 번째 위성을 지난 2월 2일 중국에서 쏘아 올린 바 있다. 쩡 대표는 “중국과 인도 기업의 지원으로 최근 위성을 처음으로 올렸고, 올해 말에 또 쏘아 올릴 예정”이라며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 X에서 쏘아올린 팰컨 헤비 위성에도 기술 지원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체 위성을 발사하는 한편, 다른 위성에도 속속 블록체인 노드를 적용 중이다.

현실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이 완성됐다고 해도. 우주개발 프로젝트를 분산화시키는 데는 수많은 위성이 필요할 전망이다.  쩡 대표는 “우리 기술을 믿고 있는 기업과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달 중 소스 오픈을 시작으로 우주개발 외에도 사업을 다각화해 수익 모델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이스체인은 이미 암호화폐공개(ICO)를 실시해 거래되고 있다. 다른 블록체인 기업과 달리 예산이 큰 우주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따른 우려에 대해 쩡 대표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블록체인의 장점을 활용해 기업이나 개인 등 다양한 투자자를 모아 프로젝트를 완수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가진 기술을 사고파는 '베니웨어'

우리는 현재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연결돼 있다. 지인이 무엇을 하는 지 어떤 것에 공감했는지 등을 쉽게 알 수 있다. 베니웨어도 이런 상호 연결성에서 시작된다.

베니웨어는 한마디로 상호연결된 사람들 간의 기술공유 플랫폼이다. 블록체인 기반의 인증 체계와 그를 통한 암호 화폐 결제 시스템이다. 사람들은 베니웨어에 접속해 자신이 가진 정보나 기술을 사고 팔 수 있다. 본인이 원하는 기술을 검색해 동영상을 통해 연결된 상대에게 조언을 듣고 대가를 암호 화폐로 지불하는 식이다.

베니웨어에선 기술(SKILL)을 가진 사람을 ‘스킬러’라고 부른다. 라미 쉐츠터(Rami shechter 대표는 "블록체인 기반으로 사람들이 동의한 적정가격으로 기술을 거래할수 있다"며 “서울에 온 외국인이 여행지를 찾고자 하면,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정보를 제공해 수익까지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애플 앱스토어에 베니웨어관련 3개의 애플리케이션이 출시돼 있다. 접속하면 해당 기술을 가진 사용자의 목록과 통화 가능 시간 등이 표시되며, 원하는 스킬러를 골라 베니웨어 코인을 지불하면 기술적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쉐츠터 대표는 “4월 ICO를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학위논문 공유, 의료정보...디앱 활용 범위 무한

써클원은 연구자들이 보다 쉽게 정보를 얻어 효율적으로 연구를 이어가도록 돕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월터 코마렉(Walter komarek) 써클원 대표는 “기업과 학교, 학생들이 본인이 연구하는 정보를 얻는데 늘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논문 출판과 유통 시장에 암호 화폐 기반 결제 시스템을 도입해 합리적으로 거래되도록  것”이라며 “오는 11월 베타 서비스를 실시하고 1년 안에 최종 제품을 내놓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써클원 측은 향후 기업 등이 아닌 학생 연구자에 한해선 블록체인 기반 검증절차를 통해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토록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 유일하게 참여한 국내 기업인 메디블록은 진료 영상 데이터와 같은 의료정보를 환자가 여러 병원에서 쉽게 이용할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민감한 개인정보로 분류되는 의료정보를 분산화 시키는데 법적 문제가 없냐'는 질문에 이은솔 메디블록 대표는 “규제 내용을 제대로 모르면 생길수 있는 오해이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의료법상 환자 본인이 아닌 제3 자에게 의료정보를 넘기는 것은 문제가 된다. 메디블록의 기술은 환자 본인이 여러 병원에서 자신의 기록을 요구하는 것이다. 제3 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잉크,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논하다

잉크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서비스를 만드는게 아니라 누구나 블록체인 플랫폼을 만들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조직이다.

잉크가 제시하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이용하면, 새로운 블록체인을 생성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여러 블록체인이 상업적 환경에서 연계되도록 할 수 있다. 이는 거대 금융기관과 IBM 등이 공동으로 개발중인 하이퍼레저(Hyperledger) 프로젝트와 비슷한 구상이다.

탕 링(Tang Ling) 잉크 대표는 “IBM 등과 달리 1분이면 누구나 블록체인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을 무료로 제공할 것”이라며 “거래소 생성이나 다양한 창조산업을 연계하는 방법으로 수익을 낼 계획이지만 기술적으로는 완전히 무료”라고 말했다.

[김진호 기자 tw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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