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 속 얼음증거.."지하 800km에 물 있다"

2018. 3. 13.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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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속 맨틀서 생성되는 다이아몬드
그속에 불순물로 담긴 얼음 발견
초고압에서 생성되는 '제7형 얼음'
'깊은 맨틀에도 물 존재' 가능성

[한겨레]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채굴된 다이아몬드 원석. 출처: 라스베이거스 네바다대학(UNLV)

다이아몬드의 불순물은 보석의 가치를 떨어뜨리지만 지구과학자에겐 지구 내부에 관한 정보를 전해주는 귀중한 단서다. 우리가 보는 다이아몬드는 땅속 수백km의 고압, 고열 환경에서 탄소 원자들이 특정 배열의 결정체를 이루어 생성되었다가 화산 분출과 함께 지표면으로 나온 것인데, 다이아몬드 속에 박힌 다른 불순물을 분석하면 다이아몬드가 생성된 땅속 환경을 추정할 수 있다.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의 방사광가속기(Advanced Photon Source) 시설. 아르곤국립연구소 제공

최근에는 초고압의 환경에서 생성되는 특별한 상태의 얼음 성분이 다이아몬드의 불순물에서 발견됐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네바다대학 등 공동연구진은 남부 아프리카와 중국 등지에서 수집된 다이아몬드의 시료들을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 방사광가속기(Advnaced Photon Source)로 분석해보니, 다른 불순물과 함께 ‘제7형 얼음(Ice-VII)’ 성분이 그안에 담긴 것으로 나타났다고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보고했다.

제7형 얼음은 3만 기압 정도의 고압에서 원소 배열이 보통 물이나 얼음과는 다르게 바뀌어 실온에서도 고체 상태를 유지하는 결정체인데, 초고압 장치가 있는 실험실이 아니라 자연에서 발견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해외매체 뉴스 보도와 논문을 보면, 연구진은 방사광가속기 시설에서 엑스(X)선을 다이아몬드 시료들에 쏜 뒤에 원자나 분자 배열을 거쳐서 다시 나오는 엑스(X)선의 회절 신호 패턴을 분석해 제7형 얼음에서 나오는 고유한 신호를 확인했다.

다이아몬드가 품은 얼음은 지구 내부에 관한 어떤 정보를 전해주었을까?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변형)

먼저, 지하 수백km 맨틀 지대의 고압과 고열 환경에서 수백만 년에 걸쳐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진 다이아몬드 속에 물 성분이 담겼다는 것은, 다이아몬드가 생성됐을 그 정도 깊이의 지하 맨틀에 물이 존재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다이아몬드에 갇힌 얼음의 압력 상태를 측정해보니, 그것들이 최대 800km 땅속의 고압 상태에서 다이아몬드에 포획됐을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이번에 분석된 여러 다이아몬드 시료들은 지하 400 내지 800km의 고압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얼음은 지하 고압 환경에서는 액체였을 것으로 추정됐다. 지하 수백km에서는 고압뿐 아니라 고열의 환경이기에 액체로 있던 것이 다이아몬드에 담긴 채 다이아몬드가 점차 지표면 쪽으로 상승하면서 고체 결정이 되었으리라는 것이다. 고체인 제7형의 얼음은 국제광물협회에서는 ‘광물’로 분류하고 있다.

<사이언스> 뉴스 보도를 보면, 다이아몬드 속에서 물 성분이 발견된 적은 이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그동안 물 분자는 다이아몬드나 다른 불순물과 화학적으로 결합한 상태로 발견됐으나, 이번에는 다른 물질과 분리되어 존재하는 얼음 상태로 발견됐다.

이번 발견으로, 지구 내부운동의 모형에도 일정한 수정이 필요할지 모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양지각판의 한쪽 끄트머리는 솟아나는 마그마가 만드는 새 지각에 밀려 다른 지각판 아래로 말려 들어가는데 이때에 바닷물도 함께 땅속으로 들어가지만 맨틀의 일정 깊이까지 미치고 그 아래에선 물 성분이 많지 않으리라는 추정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다이아몬드 불순물의 분석결과는 맨틀의 훨씬 깊은 곳까지도 물 유동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에 따르면, 어느 정도의 규모인지 알기 어렵지만 물이 모여 있는 물주머니(water pocket)들이 깊은 맨틀에 존재할 수 있고, 그렇다면 지구 내부에서 물질과 열의 이동도 그동안 알려진 것보다 좀 더 수월할 수 있기에, 화산 분출이나 지각판을 비롯해 지구 내부 운동의 이론과 해석에도 이번 연구결과가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새로운 분석기법에 힘입어 다이아몬드 불순물 성분에 관한 더 많은 분석들이 이뤄지면 다이아몬드가 전해주는 지구 내부 정보도 더 많이 쌓일 것으로 기대된다.

논문 초록 (우리말 번역)

지구 깊숙한 맨틀에서 물이 풍부한 영역이 존재하며, 이것이 (지구 물의 유입/방출 순환이라는) 수자원 수지 균형과 열 생성 원소의 유동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는 천연 다이이몬드에 담긴 ‘얼음-VII’이 그런 물 풍부 지역의 존재를 가리키는 지표 구실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이아몬드가 생성되는 중에 있던 물 유체의 잔류물인 얼음-VII는 다이아몬드가 (지표 쪽으로) 상승할 때 결정체가 되지만 여전히 24 기가파스칼 정도의 높은 압력에서 유지된다. 현재 얼음-Ⅶ는 국제광물협회(IMA)에서 광물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다이아몬드 속의 얼음-Ⅶ이 보여주는 지대는 상층 전이지대에서 유체가 풍부한 지역, 대략 660km 경계 지역이다.

[Science, DOI: 10.1126/science.aao3030]

오철우 선임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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