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관리비 아껴 경비원 고용 유지? '동행' 아파트 그 후

이정선 입력 2018.03.13. 17:57 수정 2018.03.1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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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전체로 번진 동아에코빌 아파트의 동행 계약서

[오마이뉴스 이정선 기자]

서울 성북구 상월곡동, 1531세대가 살아가는 평범한 아파트 단지 동아에코빌은 2015년 9월 17일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에 소개되어 화제가 되었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갑'의 횡포에 재조명이 시작된 시기가 이때였다. 주민들의 '갑질'로 고통받는 경비원들의 소식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날 소개된, 갑을(甲乙) 대신 동행(同幸)으로 표기된 한 아파트의 계약서는 "살만한 세상"에 대한 희망을 던져주었다. 그리고 2년 6개월이 지난 동아에코빌 아파트의 동행 실험은 유효할까? 지난 7일 동아에코빌을 찾아 그 변화된 모습을 확인하였다.
 
종합계약에서 단일계약으로 전기료 약 1억6천만 원 절약

2014년 초 동아에코빌에 부임한 서성학 관리소장과 7기 입주자 대표회의의 만남이 변화의 시작이었다.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관리비 절약에 대한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왔고, 관리사무소 입장에서도 해볼만하다는 판단 아래 양측에서 적극적인 논의가 이루어졌다.

아파트 단지와 한국전력과의 전기료 계약 방식은 크게 종합계약과 단일계약 두 가지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공용 전기 사용량이 세대별 전기 사용량보다 많을 경우 종합계약을 하는 것이 유리하고 세대별 평균 전기 사용량이 타 단지보다 많고 공동시설 전기 사용량이 많지 않은 경우 단일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 점에 착안한 주민들은 종합계약에서 단일계약으로 변경을 제안했고, 2015년 한해 약 1억 6천만 원의 전기요금을 절약할 수 있었다.
 
중앙난방에서 개별난방으로 난방비 11억 7천만 원 절약

관리비를 올리는 주범인 난방비 역시 대책이 필요했다. 2015년 중앙난방의 불편함을 덜고, 난방비를 절약하기 위해 개별난방으로 바꾸게 되었다. 11억 9천만 원의 교체 공사비용이 발생했지만 1년만에 난방비 11억 7천만 원이 절약되면서 공사비가 상쇄되었고 다음해부터 난방비가 크게 절약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2016년에는 지하주차장 LED 조명등 교체로 10개월간 약 6400만원 절감하였다. 이러한 노력으로 연간 관리비 이러한 노력으로 연간 관리비 2013년 약 42억5천만원, 2014년 약 42억3천만원에서 2015년 약 35억9천만원, 2016년 약 30억원으로 크게 절약하게 되었다. 2017년부터 서울시와 성북구에서 지원하는 발코니 미니태양광 설치로 관리비를 좀 더 아낄 수 있는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관리비 절약의 비법을 공유하는 성북절전소 회의

성북구청 주관으로 매월 개최되는 성북절전소 회의는 아파트 공동체 문화를 바꿔온 일등공신이다. 석관두산아파트의 전기료 절약 노하우와 동아에코빌 아파트의 경비원 고용보장을 배우려는 관내 아파트들의 참여가 높아지고 있다.

주민들의 노력과 성북구청의 적극적인 지원이 하나가 되어 2016년 11월 성북구는 '서울특별시 성북구 동행 활성화 및 확산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공포하기도 했다. 전국 최초의 공정한 계약관계를 상징하는 동행계약서의 의미와 가치를 확산하여 더 나은 공동체와 시민사회를 구성하는 기틀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성북구 관내 116개 아파트 단지 중 74곳이 '동행' 계약서를 사용할 정도로 공동체의 신뢰가 굳건해지고 있다.
 
관리비를 절약해서 경비원 고용유지가 가능했다?

서성학 소장은 관리비를 절약해서 경비원 고용 유지가 가능했다는 세간의 평가는 달갑지 않은 눈치였다.

"에너지를 절감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구청과 시청에서 지원을 많이 하고 자료도 충분히 제공받을 수 있거든요. 우리 아파트를 널리 알린 同幸 계약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마음을 모으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주민들 생각이 모두 같지 않으니까 다른 생각을 하는 분들을 설득하고 한마음으로 더 좋은 주거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일이 어렵고 번거로운 일이니까요. 입주자 대표회의(8기 회장 안덕준)에 참여하는 분들이 합리적이고 열정적이다보니 그런 과정들을 다 해내고 오늘까지 이른 걸 보면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1531세대가 한마음으로 이뤄낸 성과

동아에코빌 관리사무소 직원 39명 전원은 동행계약서를 체결하고 근무하고 있다. 2017년 11월 입주자 대표회의에서는 1년 미만 근로자에게도 퇴직금을 지급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경비원 근무 기간이 1년 미만일 경우 퇴직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없어 주민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경비실 직원들이 건강을 지키면서 오랫동안 근무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안건을 의결하였다고.

실제로 경비원으로 근무하는 직원들은 56세부터 80세까지 분포되어 있을 정도로 건강만 보장된다면 고용 보장을 원칙으로 한다. 80세의 최고령자는 2002년 동아에코빌 입주 때부터 16년째 근무하고 있고, 근속연수 7년 이상 직원이 대부분일만큼 정년에 대한 개념이 사라졌다. 직원들을 일방적으로 해고할 수 없도록 계약서에 명기해두었기 때문이다.

 
주민과 경비원들과 돈독함이 훈훈한 공동체로...

경비원들의 고용 보장에 대해 걱정과 회의감, 긴장감 없이 나태해지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시각도 존재한다면서도 서 소장은 막연한 우려보다는 가시적인 이점이 훨씬 더 많다고 설명한다.

"동행계약서를 체결한 후 마음 편하게 근무할 수 있게된 경비직원들은 주민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려고 하고, 주민들은 경비원들에게 마음을 열고 다정하게 대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주민과 경비원이라는 거리감이 사라졌고,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라는 마음이 자리잡아 서로 믿고 정을 나누는 관계로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높은 관리비 때문에 떠났던 주민들이 다시 돌아오는 사례가 있을 만큼 살기 좋은 아파트라는 인식이 생기고 있어 뿌듯합니다."
 
동아에코빌은 관리비를 아껴서 경비원 고용보장하는 아파트 단지에 만족하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이웃을 존중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행복한 공동체"를 알리기 위해 2017년 11월 '동행(同幸) 홍보관'을 개관했다.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갈등 상황을 주민의 지혜를 모아 해결한 자부심과 성과를 더 많은 사람과 나누기 위함이다. 성북구의 성숙한 공동체 문화가 더 널리 알려져 전국 아파트가 同幸 물결로 행복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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