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원에 즉시 배차" .. 카카오택시, 요금 인상 논란

하선영 2018. 3. 1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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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부터 호출 부분 유료화 추진
기본 2km 달리면 요금 두 배 낼 수도
무료 고객 뒷전, 탑승경쟁 심해질 듯
정부 "요금 이외 웃돈 받으면 위법"
카카오 "콜비 아닌 플랫폼 수수료"

그간 무료로 제공되던 택시 호출 서비스 ‘카카오택시’가 부분 유료화된다. 요금과 별도로 5000원 정도를 더 내면 택시를 즉시 배정해 주고, 2000원가량을 내면 호출에 응할 가능성이 큰 택시를 연결해 주는 식이다. 카카오택시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런 서비스를 이르면 이달 말부터 도입한다고 13일 발표했다. 이 서비스에 따라 별도의 비용을 낸 승객은 택시 잡기가 더 쉬워질 전망이다. 하지만 짧은 거리를 이동하거나 빈 택시로 돌아나올 가능성이 큰 곳을 가려는 승객은 택시 잡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유료화를 도입한 것은 택시 수요·공급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하루 중 출근 인구가 몰리는 평일 오전 8~9시 카카오택시의 호출 건수는 23만 건 안팎이다. 그러나 같은 시간 호출을 수락할 수 있는 영업 중인 택시기사는 2만6000여 명에 불과하다.

카카오 관계자는 “국내에 발급된 전체 택시 면허가 25만 건인 점을 고려하면 모든 택시 기사가 다 나와서 출근해도 이 시간대 택시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회사는 카카오택시의 모든 서비스를 유료화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유료화 서비스는 ‘즉시 배차’와 ‘우선 호출’ 두 가지다. ‘즉시 배차’는 인근에 비어 있는 택시를 즉시 배정해 주는 서비스다. 호출을 받은 기사도 무조건 이동해야 한다. ‘우선 호출’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그간 배차 성공 확률이 높았던 택시에 손님을 우선으로 배차해 준다.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이용 요금을 어느 선에서 결정할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서울시 현행 콜비인 2000원을 넘는 서비스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즉시 배차는 5000원 정도, 우선 호출은 2000원 정도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택시를 먼저 잡기 위해 내는 웃돈이 시간이 지날수록 ‘선택’이 아닌 ‘필수’로 보편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결국 실질적인 택시 요금 인상 효과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나올 수도 있다. 기본료 3000원(서울 기준) 거리인 2㎞를 빨리 이동해야 할 때 즉시 배차 서비스를 이용하면 기본료의 두 배가 넘는 8000원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잦은 술자리로 카카오택시를 자주 이용하는 조모(47)씨는 “지하철이 끊기는 자정 넘어서는 아무리 택시를 호출해도 택시를 잡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결국 무료 호출로 택시를 잡는 고객들의 택시 호출을 더 힘들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위법 논란도 일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택시 기사가 미터기 요금 외 추가 요금을 받는 걸 금지하고 있다. 2015년 SK플래닛 ‘T맵 택시’가 최대 5000원의 웃돈 기능을 넣었다가 기능을 삭제한 게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정 대표는 “이용자들이 내는 요금은 흔히 말하는 ‘콜비’가 아닌 카카오택시를 이용하면서 부가적으로 내는 플랫폼 사용료 수수료”라며 “우리는 현행 운임 규정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수료로 벌어들이는 수익 중 일부는 배차 건수 등 운행 실적과 운행 평가에 비례해 택시 기사들에게 포인트로 지급된다. 이 포인트는 추후 현금으로 환급할 수도 있다. 서울시 택시물류과는 “콜비 명목으로 2000원이 넘는 요금을 받게 된다면 부당 요금 시비로 이어질 수 있어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 카카오모빌리티는 2분기에 ‘카풀’ 서비스도 도입할 예정이다. 유료 카카오택시 서비스가 부담스럽거나 무료 호출 택시가 잘 잡히지 않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한 서비스다. 현행법상 카풀 서비스는 출퇴근 시간에만 가능하기 때문에 카풀 서비스는 오전과 저녁에만 한정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다만 카풀을 “불법 유상 운송을 알선하는 행위”라고 반대하는 택시업계의 반발이 변수다.

이와 함께 일본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정주환 대표는 “일본의 ‘재팬 택시’와 협업해 한국인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도 카카오T 앱을 통해 택시를 호출하는 서비스를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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