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족 차고도 댄서·모델 맹활약 .. 올림픽 은메달도 땄죠

김지한 2018. 3. 14.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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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럴림픽 스노보더 에이미 퍼디
평창패럴림픽 여자 스노보드 크로스에서 은메달을 딴 퍼디. 그는 댄서·모델·배우 등으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김지한 기자]
“목표를 또 하나 이뤘어요. 내 생애 가장 기쁜 날입니다.”

지난 12일 강원 정선알파인경기장에서 열린 평창 겨울패럴림픽 스노보드 여자 크로스 LL1(하지 장애)경기. 의족을 찬 채 슬로프를 미끄러져 내려온 미국의 에이미 퍼디(39)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4년 전 소치 패럴림픽에서 동메달을 땄던 퍼디는 평창에서 한 단계 더 올라서면서 은메달을 따냈다.

두 다리가 불편해 의족을 찬 퍼디는 미국에서도 팔방미인으로 유명하다. 그는 스노보드 선수이자 댄서인 동시에 모델과 배우·강연자·저자로도 활약 중이다. 퍼디는 “은메달을 따서 기분이 좋지만 패럴림픽에 출전한 것만으로도 이미 대단한 성취를 이뤘다고 생각한다. 내 스스로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는 10여 명의 미국팬이 ‘팀 퍼디’라는 모자를 쓰고 그를 응원했다.

에이미 퍼디. [사진 퍼디 인스타그램]
퍼디는 19세였던 지난 1998년 세균성 수막염 진단을 받았다. 생존 확률이 2% 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는 꿋꿋이 병마를 이겨냈다. 대신 그는 살아남기 위해 무릎 아래 두 다리를 잘라내야 했다. 그렇지만 퍼디는 굴하지 않았다. 주변의 격려와 응원을 받으며 그는 다시 일어섰다. 피나는 훈련 끝에 의족을 차고도 비장애인 못지 않은 스노보드 실력을 갖추게 됐다. 2014년엔 미국 ABC방송의 ‘댄싱 위드 더 스타’라는 프로그램에서 비장애인들과 댄스 경연을 펼친 끝에 준우승을 차지했다. 2016년 9월 리우 패럴림픽 땐 산업용 로봇 쿠카와 함께 삼바 춤을 추는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퍼디는 “장애인이라고 해서 못할 일은 없다.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주저없이 도전한다”며 “인내심을 갖고 도전하면 하지 못할 일이란 없다. 물론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는 일도 있지만 열심히 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도전 자체만으로도 값진 일”이라고 강조했다.

10주간 진행됐던 ‘댄싱 위드 더 스타’에서 비장애인들과 댄스 경연을 펼칠 당시 기분이 어땠는지 물어봤다. 퍼디는 “처음엔 그저 도전을 즐기고 싶을 뿐이었다. 그런데 도전을 계속하다 보니 어느덧 4주가 흘렀다”며 “(시청자) 1800여만 명 앞에서 춤을 췄다. 그 때 그 열정을 다시 끌어올리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테스트 이벤트에 이어 한국을 두 번째 찾았다는 퍼디는 “한국의 바비큐(갈비)가 정말 맛있었다”며 “한국인들은 매우 친절해서 올 때 마다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비영리단체에서 진행하는 TED 강연회에서도 인기 강연자로 꼽힌다. 한국인들에게 그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도전’과 ‘열정’이다. 그는 “열정이 있다면 뭐든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게 내가 스노보드를 타는 이유”라고 했다. 퍼디는 16일 스노보드 뱅크드 슬라럼(기문이 있는 코스를 내려오는 경기)에서 또 한차례 도전에 나선다.

정선=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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