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족 차고도 댄서·모델 맹활약 .. 올림픽 은메달도 땄죠
지난 12일 강원 정선알파인경기장에서 열린 평창 겨울패럴림픽 스노보드 여자 크로스 LL1(하지 장애)경기. 의족을 찬 채 슬로프를 미끄러져 내려온 미국의 에이미 퍼디(39)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4년 전 소치 패럴림픽에서 동메달을 땄던 퍼디는 평창에서 한 단계 더 올라서면서 은메달을 따냈다.
두 다리가 불편해 의족을 찬 퍼디는 미국에서도 팔방미인으로 유명하다. 그는 스노보드 선수이자 댄서인 동시에 모델과 배우·강연자·저자로도 활약 중이다. 퍼디는 “은메달을 따서 기분이 좋지만 패럴림픽에 출전한 것만으로도 이미 대단한 성취를 이뤘다고 생각한다. 내 스스로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는 10여 명의 미국팬이 ‘팀 퍼디’라는 모자를 쓰고 그를 응원했다.
퍼디는 “장애인이라고 해서 못할 일은 없다.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주저없이 도전한다”며 “인내심을 갖고 도전하면 하지 못할 일이란 없다. 물론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는 일도 있지만 열심히 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도전 자체만으로도 값진 일”이라고 강조했다.
10주간 진행됐던 ‘댄싱 위드 더 스타’에서 비장애인들과 댄스 경연을 펼칠 당시 기분이 어땠는지 물어봤다. 퍼디는 “처음엔 그저 도전을 즐기고 싶을 뿐이었다. 그런데 도전을 계속하다 보니 어느덧 4주가 흘렀다”며 “(시청자) 1800여만 명 앞에서 춤을 췄다. 그 때 그 열정을 다시 끌어올리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테스트 이벤트에 이어 한국을 두 번째 찾았다는 퍼디는 “한국의 바비큐(갈비)가 정말 맛있었다”며 “한국인들은 매우 친절해서 올 때 마다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비영리단체에서 진행하는 TED 강연회에서도 인기 강연자로 꼽힌다. 한국인들에게 그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도전’과 ‘열정’이다. 그는 “열정이 있다면 뭐든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게 내가 스노보드를 타는 이유”라고 했다. 퍼디는 16일 스노보드 뱅크드 슬라럼(기문이 있는 코스를 내려오는 경기)에서 또 한차례 도전에 나선다.
정선=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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