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서울 오자마자 바이올린 활의 털부터 갈았어요. 연주하려고 보니 털이 하나도 없어서. 리허설하면서 다 뜯겨나간 거죠."
지난달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은 이렇게 말하며 깔깔 웃었다. 예술의전당 개관 30주년 기념 음악회에 서기 위해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날아온 길. 하지만 마침 일요일이라 활의 털을 갈아줄 가게들이 문을 닫는 바람에 서초동 일대를 헤맸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등 현악기는 보디(몸체) 못지않게 활이 중요하다. 품 안에 울림통을 끼고 왼손으로는 현을, 오른손으로는 활을 놀려 다채로운 소리를 빚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현악기 수입업체 아마티의 최윤희 대표는 "활마다 소리가 달라 어떤 활을 골라 쓰느냐가 연주 품질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이번 음악회에서 사라 장은 활을 두 개 썼다. 비발디의 '사계'를 연주할 땐 평소 연주할 때 쓰는 활을 사용했지만, 탱고의 대가 피아졸라가 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를 선보일 땐 "좀 망가져도 아깝지 않은 활"을 썼다. 거칠고 빠른 음색이라 반복해 연주하다 보면 활이 상하기 딱 좋아서다. 실제로 격렬한 프레이징을 이어가느라 활 끝에서 송진 가루가 피어올랐고 마침내 털이 툭툭 끊어졌다.
활 털은 말꼬리로 만든다. 몽골산이 가장 사랑받는다. 두께와 질감이 적당해 덜 미끄러지고, 현에 착착 감긴다. 털 교체 시기는 연주 양에 달렸다.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은 3주마다 갈지만 입시를 앞둔 학생들은 2주마다 갈아치우기도 한다. 활값은 천차만별. 대개 10만~15만원 선이지만 비싼 건 2억~3억원도 한다. 한 달 평균 여덟 번 무대에 서는 서울시향 부악장 웨인 린은 활만 3개다. 활등으로 현을 툭툭 쳐서 연주하는 주법(콜레뇨)이 많은 곡은 싼 활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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