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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연립여당에 칼 꽂힌 아베, 문서조작 폭로 뒤엔 공명당

윤설영 입력 2018.03.15. 15:35 수정 2018.03.16.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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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당 소속 국토교통상 "조작 전 문서 재무성 줬다"
'잘려진 꼬리' 국세청장, 다음주 국회 증언대에
마이니치 "증언에 따라 상황 더 악화될 수도"

모리토모 스캔들의 ‘잘려진 꼬리’는 무슨 증언을 할까.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과 관련, 재무성의 문서조작을 지시한 것으로 지목된 사가와 노부히사(佐川宣寿) 전 국세청장이 이르면 다음주 초, 국회 증언대에 선다.

아베 정권은 ‘꼬리 자르기’ 차원에서 국세청장을 사임시키는 선에서 사태를 수습하려고 했었다. 그가 민간인이 되면 국회 증언대에 세울 수 없을 거라는 계산에서였다. 그랬던 아베 정권이 14일 밤 돌연 사가와 전 국세청장에 대한 국회 심문을 받아들인 건 연립여당인 공명당 때문이었다.

사태가 심상치 않다고 느낀 공명당 측이 “사가와 국세청장을 부를 수 밖에 없다”며 압박해온 것. 공명당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는 “국민이 걱정하고 있는데 대해, 이를 가볍게 본 국회가 여당, 야당 할 것없이 힘을 합쳐 바로 세워야 한다”고 몰아세웠다.

모리토모 학원 관련 문서조작의 책임을 지고 사임한 사가와 노부히사 전 국세청장이 지난 9일 국회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당초 공명당은 모리토모 학원스캔들 건에 대해 거리를 두고 있었다. 그러나 재무성이 문서조작을 시인한 뒤로는 자세가 180도 바뀌었다. 이시이 케이이치 국토교통성 장관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국토교통성이 보관하고 있던 조작 전 문서의 복사본을 5일 재무성에 전달했다”고 발표했다. 재무성이 “조사 중이라 (조작 여부를) 알 수 없다”고 한 8일 시점에 이미 재무성은 문서조작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걸 폭로한 것이다.

재무성에 타격을 입힌 이시이 장관이 바로 공명당 소속 의원이다. 자민당 내에서는 “뒤에서 화살에 찔렸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공명당의 배신에 충격이 큰 상태다.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공명당 대표가 지난 1월 신년 간부 모임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공명당이 이렇게 나선 건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게 감지됐기 때문이다. 조만간 지방선거를 준비해야 하는 각 지역 조직에서 “정부에 엄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당 중앙으로 몰려들었다고 한다.

자민당 내에서도 정권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하면서, ‘국세청장 출석 카드’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당내에선 “재무성의 판단만으로 되는 얘기가 아니다”라며 아베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문서 조작을 재무성 담당국장 ‘한 사람의 일탈’로 설명하고 있는 정권에 대한 비난도 거세지고 있다. 재무성 관료들조차도 “아소의 기자회견을 보고 ‘싫다’고 생각한 사람이 많다. 아소는 사임할 수 밖에 없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14일 국회에서 벌어진 '친 아베'파인 니시다 쇼지(西田昌司) 의원의 질의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니시다 의원은 “아베 총리와 아소 부총리가 모르는 사이에 관료가 조작을 했다”고 주장했다. 아소 부총리에게는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요. 조작을 지시한 적은 물론 없으시죠”라며 질의 아닌 질의를 던져 국민들을 부글부글 끓게 했다.

자민당 내 파벌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12명 의원을 거느리는 이시하라파(石原派)의 최고고문인 야마자키 타쿠(山崎拓) 전 의원은 14일 오는 가을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야마자키 전 의원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전 총리, 가토 고이치(加藤紘一) 전 가사장과 함계 ‘YKK 트리오’라고 불리며 한 세대를 풍미했던 정치 원로다. 고이즈미 전 총리도 한 방송에 출연해, 사가와 국세청장 인선을 적재적소 배치라고 했던 아베 총리를 향해 “판단력이 이상해졌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아소 다로 부총리는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과 관련한 국회 일정에 대응하기 위해 19일부터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EPA=연합뉴스]

‘잘려진 꼬리’인 국세청장은 이르면 19일 국회 증언대에 선다. 아소 부총리는 이 시기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회의에 가지 않기로 했다. 국세청장 출석만으로 사태가 종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자민당의 한 의원은 “이번 주말에 의원들이 지역의 분위기를 읽고 나면 다음주 당내 분위기는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니치 신문은“사가와 전 국세청장의 설명에 따라선, 정권이 더욱 궁지에 몰릴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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