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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코피 흘려 응급실 갔다가..'예강이 엄마' 끝나지 않은 싸움

모은희 입력 2018. 03. 15. 16:52 수정 2018. 03. 1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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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코피가 계속 나."

상황이 위급해지자 병원 측은 오후 2시부터 요추천자(뇌척수액을 뽑거나 약을 투여하기 위하여 실시하는 처치법)를 5차례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예강이는 그 과정에서 쇼크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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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코피가 계속 나."

2014년 1월, 9살 예강이는 멈추지 않는 코피 때문에 동네 병원을 찾았다. 지혈 치료를 받았지만 잠시 뿐, 코피는 며칠째 계속 흘렀고 엄마는 결국 대학병원으로 예강이를 데려갔다.

오전 9시 47분에 응급실에 도착한 예강이는 7시간 만인 오후 4시 54분 하늘나라로 떠났다.

예강이가 내원했을 당시 적혈구와 혈소판 수치가 정상인의 1/3에 불과할 정도로 응급상황이었는데도 치료는 더디기만 했다. 수혈 처방이 나온 뒤에도 3시간 넘게 기다려 오후 1시 45분이 돼서야 비로소 적혈구 수혈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상황이 위급해지자 병원 측은 오후 2시부터 요추천자(뇌척수액을 뽑거나 약을 투여하기 위하여 실시하는 처치법)를 5차례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예강이는 그 과정에서 쇼크로 사망했다.


학급 반장을 맡을 정도로 평소 쾌활하고 건강했던 예강이가 갑자기 숨을 거두자, 유족들은 망연자실했다. 왜 죽어야만 했는지 명확한 이유를 알고 싶었다. 그러나 의료진은 침묵했다. 유족들은 사인을 밝히고 잘못이 있다면 사과를 받고 싶다는 생각에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을 신청했지만, 병원 측이 이를 거부하면서 기각됐다.

예강이 엄마는 포기하지 않았다. 병원 앞 1인 시위, 환자단체연합회 기자회견 등을 통해 세상에 억울함을 알리기를 그치지 않았다. 그때쯤, 가수 신해철 씨가 사망하면서 의료사고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더욱 커졌다. 예강이 엄마의 주장에도 힘이 실리게 됐다.

'예강이법', 혹은 '신해철법'으로 불리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2016년 11월 30일부터 시행)은 사망이나 의식불명 등 중대한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병원의 동의를 받지 않더라도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자동적으로 조정 절차를 개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예강이가 바꾼 법은 또 있다. '제2의 예강이법'으로 불리는 '진료기록 블랙박스 제도' (의료법 개정안, 2018년 9월 1일부터 시행)이다. 병원이 진료기록의 원본과 수정본, 온라인 접속기록까지 빠짐 없이 모두 보관해야 하고, 필요시 환자가 열람하거나 사본을 발급받을 수 있도록 했다. 환자들이 병원 진료기록을 얻어내느라 증거보전 신청이나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야만 했던 그간의 수고로움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유족들은 힘들게 얻어낸 진료 기록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간호기록지와 임상관찰지에 적힌 예강이의 맥박은 분당 137회, 그러나 수련의가 응급진료지에 적은 맥박은 정상수치인 80회로 적혀 있었다. 12시 11분에는 적혈구 수혈을 한 것처럼 간호사가 기록한 부분도 찾아냈다.


기나긴 법정 공방이 이어졌다. 지난 1월, 1심 법원은 진료기록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로 고소당한 간호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수련의에게만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기록지를 거짓으로 작성한 것은 맞지만, 진료내용을 고의로 은폐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유족 측은 즉각 항소하고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예강이가 세상을 떠난 지 4년, 끈질긴 모정의 힘으로 그동안 두 개의 법이 바뀌었지만 환자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엄마의 눈물겨운 투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동안 힘들고 지치고 피가 마르는 심정으로 지냈기 때문에 도중에 포기도 하고 싶었고 하차도 하고 싶었지만, 저희 소식을 궁금해 하시면서 또 저에게 작으나마 희망을 가지고 계신 환자분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3월 14일 기자회견에서 예강이 어머니 발언 中)

모은희기자 (monni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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