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관세 면제로 꼬인 한미FTA3차 협상.."복합방정식 풀어야"
협상은 양국이 동등하게 주고받는 게임이지만 ‘기울어진 운동장’에 직면한 우리 협상단에게는 불리한 싸움이 되고 있다. 철강을 지키기 위해 자칫 국익에 반하는 협상을 할 수 없는 만큼 우리 협상단은 까다로운 ‘복합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철강 지키고 자동차 비관세장벽 해소 내줄까
15일 통상당국에 따르면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과 마이클 비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가 각각 수석대표로 참석하는 한·미 FTA 3차 협상이 15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시작된다.
이번 협상은 양측이 치열하게 공방전을 펼쳤던 앞선 1~2차 협상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미국이 한국산 등 수입 철강에 부과하겠다고 밝힌 25% 관세와 한미FTA 협상의 연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면제혜택을 결정하는 주체와 한미FTA 협상 상대방 모두 USTR이다. 통상당국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강성천 통상차관보, 이용환 통상협력심의관 등 대미 협상담당라인이 미국에 총출동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측은 ‘국익을 우선한다’는 원칙 아래 미국 측을 달랠 수 있는 ‘복합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수세에 몰렸다. 미국이 원하는 자동차 비관세장벽 해소 등 일정 부분을 내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은 자동차 분야의 경우 현재 국내 안전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업체당 면제차량 수 2만5000대(연간)를 더 늘려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내 시장에서 미국 자동차의 판매가 1만대 수준으로 부진한 터라 쿼터를 늘려도 시장 여파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여 우리 입장에서는 크게 불리한 카드는 아니다. 이 때문에 미국측은 더 강한 요구를 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측이 농산물 추가 개방 등 강한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측은 ‘농산물 개방=레드라인’이라고 선을 긋고 있는 터라 자칫 협상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미국 측이 과감하게 요구할 가능성도 낮다는 평가다.
◇‘자유무역 신봉’ 커들로 경제사령탑 내정..변수될까
양측의 협상이 갈수록 복잡해진 가운데 백악관 신임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에 보수성향의 경제평론가인 래리 커들로가 지명된 것은 또 다른 변수다. 미국 뉴욕연방은행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커들로는 현재 CNBC의 간판 평론가이자 라디오 진행자로 활동하며 ‘자유무역’을 강력하게 옹호해 온 인물이다. 그간 전임자인 게리 콘과 같이 트럼프의 관세폭탄 조치에 반대입장을 견지해 온 터라 트럼프 발(發) 무역전쟁을 우려하는 교역국들은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사적으로 친밀하고 충성심이 강해 크게 저항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커들로는 지명된 이후 CNBC와 인터뷰에서 “여전히 관세에 반대하고 자유무역을 옹호한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방침과 의견을 같이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비즈니스맨’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FTA 협상에서 철저하게 미국의 이익을 챙기겠다는 뜻을 시사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미주리 주에서 열린 모금 만찬에서 한미FTA 재협상이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 철수카드를 꺼낼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그들(한국)과의 무역에서 매우 큰 적자를 보면서도 그들을 보호한다”면서 “지금 남북한 사이에 우리 군인 3만2000명이 있다”며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어디 한번 보자”고 언급해 주한 미군을 빼내 갈 수도 있다는 해석을 낳았다.
김상윤 (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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