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성동조선, 창업주 구속되자 MB 측에 돈 반환 요구 '뇌물 정황'

유희곤 기자 2018. 3.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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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20억 중 일부…MB 친형·사위, 수차례 논의 끝에 거절
ㆍ이팔성이 대신 돌려줘…검, 이르면 19일 MB 구속영장

커튼으로 가려질까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 논현동 자택에 18일 방마다 커튼이 내려져 있다. 연합뉴스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74)을 통해 이명박 전 대통령(77) 측에 2007~2008년 청탁금 20억원을 건넨 성동조선해양이 2012~2013년 창업주가 구속되고 이 전 대통령도 퇴임하자 건넨 돈 일부를 돌려달라고 수차례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 대통령은 2007년 대선 전후로 민간영역의 돈을 받지 않았을뿐더러 받았더라도 선의로 받은 정치자금으로 공소시효 7년이 지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성동조선의 반환 요구가 대가성 있는 뇌물이 이 전 대통령 측에 전달됐음을 보여주는 핵심 정황이라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르면 19일쯤 110억원대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2014년 이 전 회장, 이 전 대통령 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83), 사위인 이상주 삼성전자 전무(48)가 수차례 만나 성동조선 돈 반환 여부를 논의한 증거와 진술을 확보했다.

앞서 이 전 회장은 2007~2008년 총 22억5000만원을 이 전 의원 등에게 전달했는데 이 중 약 20억원은 성동조선 자금이었다. 실제 성동조선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영이 어려워져 지금까지 9조6000억원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았다.

그러나 2012년 12월 정홍준 전 성동조선 회장(67)이 3300억원대 사기대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구속 기소되고 이 전 대통령도 이듬해 2월 퇴임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정 전 회장은 2013년 출소 후 이 전 회장에게 “자금 일부라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이후 이 전 회장은 이 전 의원, 이 전무와 여러 차례 회의를 하면서 “정 전 회장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수사기관에 (돈 전달 사실을) 알릴지도 모른다”는 뜻을 전달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 측은 이에 응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이 전 회장과 언쟁을 하면서 마찰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 전 회장은 자신의 사비를 정 전 회장에게 건넸다고 한다.

검찰이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이 전 회장의 메모는 2014년 이 전 회장이 이 전 의원·이 전무를 만났을 때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메모에는 뇌물 공여 시기, 액수, 공여자 등이 적혀 있었다. 이 전무는 검찰이 내민 이 전 회장의 메모를 보고 성동조선의 돈을 받았고 나중에 돌려달라는 요구도 있었다고 인정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는 이 전 대통령 아들 시형씨(40)가 다스 최대주주이자 큰아버지인 이상은 회장(85)의 배당금 수억원을 가로챈 정황을 확인했다. 검찰에 따르면 2013년 시형씨는 이 회장의 도곡동 땅 매각 대금 150억원 중 10억원을 요구해 이 회장 명의 통장으로 관리했다. 시형씨는 다스 법인에 이 회장 배당금도 입금하라고 요구했고 법인도 이를 순순히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 이 회장 아들인 동형씨는 배당금이 시형씨에게 입금된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 같은 정황이 이 전 대통령 부자가 다스 실소유주임을 보여주는 핵심 증거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 반면 이 전 대통령은 검찰에서 “형과 아들 사이의 문제일 뿐 나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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