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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도 홈쇼핑도.. '골든 그레이'를 잡아라

송혜진 기자 입력 2018. 03. 22. 03:09 수정 2018. 03. 22.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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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낮에 활동하는 '골든 그레이'.. 영화 관객 10명 중 1명 중장년층
유통업·영화관 등도 노년층 위한 관람료 할인부터 맞춤 편성까지

지난 16일 오전 10시쯤 서울 신문로 극장 '씨네큐브'에는 머리칼이 희끗희끗한 노년 관객 10여 명이 줄을 지어 서 있었다. 전직 잡지사 기자였던 권은순(71·서울 이화동)씨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는 "일주일 2~3번은 오전 일찍 영화를 보러 온다. 최근 나온 영화 중에선 '팬텀 스레드' '더 포스트'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모두 봤다"고 했다.

멀티플렉스 CGV가 지난달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영화 관객 중 50대 이상 중장년층 비율은 올해 2월 11.5%를 넘어섰다. 관객 10명 중 1명은 50대 이상이라는 얘기다. 2012년 중장년층 관객이 4.6%에 그쳤던 것과 견줘보면 불과 6년 사이 두 배 넘게 늘어난 수치다. 일본에선 이들을 '골든 그레이(Golden Grey)'라고 부르기도 한다. 구매력 있는 장년층이라는 뜻이다.

골든 그레이들은 느리지만 꾸준하게 움직인다. 지난 1월 개봉한 영화 '다키스트 아워'는 지난달 초만 해도 성적이 부진해 전국 상영관이 10개쯤으로 줄어들고 곧 극장에서도 내려갈 듯 보였으나 "애국심을 일깨우는 영화"라는 입소문이 뒤늦게 노년들 사이에 돌면서 2월 말부터 관객이 오히려 늘어났다. 지난 3월 초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직후에는 객석 점유율이 30%가량 반짝 치솟기도 했다. CGV 리서치센터 측은 "장년층 관객일수록 지적 호기심이 많아 외국영화제 수상작이나 실화 소재 영화를 즐겨 찾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골든 그레이족은 오전과 낮에 활발하게 움직인다는 특징도 있다. 현대홈쇼핑은 이에 착안해 올해 초부터 매주 수요일 오전 6시부터 9시까지 60대 이상 고객을 겨냥한 '얼리버드 쇼'를 편성했다. 시력 나쁜 장년층 시청자를 배려해 자막의 양은 20%가량 줄였고 자막 크기는 키웠다. CGV의 중장년층을 위한 서비스 '노블레스 클럽'은 오후 1시 이전에 영화를 보는 이에게는 항상 조조할인 혜택을 준다. 롯데시네마도 작년부터 1966년 이전에 출생한 관객에게 관람료를 할인해주는 '브라보 클럽'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중장년층 스마트폰 사용이 급증한다지만 이들 대부분은 여전히 모바일 앱을 다루는 것보다는 목소리를 들으며 통화하거나 직접 만나서 설명을 듣는 것을 더 편하게 생각한다. 몇몇 온라인 상거래 회사가 이런 특징을 파악해 새 서비스를 도입했다. 위메프는 작년 10월부터 전화주문서비스 '위메프 텔레마트'를 시작했다. 60~70대 고객이 전화를 걸어 물건을 주문하면 바로 발송해주는 서비스다. 두 달 동안 1600여 건의 전화가 걸려왔고 그중 70%가량이 실제로 쌀·생수·기저귀 같은 생필품을 구입했다.

화장품 업계에선 60대 이상 여성 고객이 화두다. 이들의 1인당 화장품 구매 금액이 모든 연령 중에서도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일본 화장품 회사 시세이도는 최근 제품 포장에 새기는 글씨 크기를 키우고 화장품 케이스도 붉은색으로 바꿨다. 눈이 침침한 장년층 고객 눈에 잘 띄게 하기 위해서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1층 화장품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을 대상으로 "나이 많은 여성 고객에게 더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백화점 측은 "노년 고객일수록 매장 직원에게 직접 설명을 들을 때 지갑을 더 여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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