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어도 상공 우리 하늘인데..中에 통행료 냈다
우리 하늘인 비행정보구역에 포함
83년 개설부터 중국, 일본이 관제
한 ·중 수교 뒤에도 관제권 못 받아
중국, 우리 항공사에 통행료도 받아
대한항공 최근 5년간 129억 지불
전문가 "비정상적 상황. 정리필요"
국토부 "3자협의 통해 해결책 마련"
22일 국토교통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문제가 된 하늘길은 제주도 남쪽 이어도 부근에 설정된 '아카라~후쿠에 회랑(AKARA-FUKUE Corridor)' 항로로 일본과 중국 상하이 간을 오갈 때 사용된다. 상하이와 동남아로 향하는 우리 국적기도 많이 이용한다.
왜 우리 FIR 구역인데도 관제권을 중국과 일본이 가져갔을까. 사연은 이렇다. 아카라-후쿠에 회랑 항로가 개설될 당시는 우리와 중국(당시 중공) 간 국교 수립 전이다. 중국과 일본은 상하이~일본 간 항공기 운항을 위해 가급적 운항 거리가 짧은 항로가 필요했다. 하지만 중국은 우리 영공을 바로 통과하는 항로 개설에는 반대했다고 한다. 그래서 찾은 곳이 제주도 남쪽의 이어도 부근, 지금의 아카라-후쿠에 회랑 항로였다.
사실 더 깊은 속사정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 FIR(인천 FIR)는 1963년 ICAO의 결정으로 설정됐다. 하지만 뒤늦게 ICAO에 가입한 중국이 1975년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우리 FIR 구역인 제주도 남단 지역을 자신들의 상해 FIR에 편입하겠다는 것이었다. 논란은 이어졌고 결국 ICAO의 중재로 현재 FIR을 유지하면서 '아카라-후쿠에 회랑' 항로를 개설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FIR 경계선을 두고 이의가 제기되면 협의가 안 될 경우 최종적으로 ICAO 내 투표로 결정하는데, 당시 중국과 일본의 국제적 위상으로 볼 때 우리가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었다"며 "우리 정부로서는 우리 FIR을 지키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항로 개설에 동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문제는 1992년 한·중 수교 이후에도 상황이 바뀌지 않았다는 점이다. 관제권을 여전히 중국과 일본이 행사한다. 이 때문에 아카라-후쿠에 회랑 항로와 남북으로 교차하는 지점에서는 우리 FIR 구역임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중국 3개국 관제가 겹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국제기구로부터 자칫 관제에 혼선을 가져올 수 있어 위험하다는 지적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그동안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우리가 관제권 이양을 추진할 경우 중국이 다시 FIR 조정을 요구하지 않을까 우려해 미온적이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유경수 국토부 항공교통과장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닌 건 맞다. 과거에도 중국, 일본과 협의해서 문제를 풀려고 시도했는데 잘 안 됐다"며 "장기적으로 3자 협의를 통해 해결방안을 찾으려 한다"고 밝혔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 용어사전 > FIR(비행정보구역)
flight information region. 비행 중에 있는 항공기에 안전하고 효율적인 운항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항공기 사고가 발생할 때에는 수색 및 구조업무를 책임지고 제공할 목적으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 분할 설정한 공역. 점차 해당 국가의 영공 개념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
「 용어사전 > 공역(空域)
Airspace. 항공기, 초경량 비행장치 등의 안전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지표면 또는 해수면으로부터 일정 높이의 특정 범위로 정해진 공간. 국가의 무형자원 중 하나로 비행의 안전, 우리나라 주권 보호 및 방위 목적으로 지정해 사용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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