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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반장]장기 미제 '염순덕 상사 살인사건' 17년 만에 찾아낸 범인은..

이다비 기자 입력 2018. 03. 24. 16:15 수정 2018. 03. 25.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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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새벽까지 연락이 안 돼요.”
지난달 20일 오전 4시 30분쯤 청주시 상당구 지북동 한 둑길. 아내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는 국군기무사령부 소속 원사 A(48)씨가 승용차 안에서 숨진 것을 발견했다. 차량 내부에서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발견됐다. 그는 평소 우울증 약을 복용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A씨 죽음은 우울증으로 인한 극단적 선택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경찰 조사결과, A씨가 숨지기 14일 전 성매매 혐의로 기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이 극단적인 마음을 먹게 했던 걸까. 또 다른 수상한 정황이 추가로 발견됐다. 그가 ‘염순덕 상사 살인사건’의 주범(主犯)으로 지목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고(故) 염순덕 상사/sbs 캡처


사건은 1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1년 12월 11일 오후 11시 30분 경기도 가평군 한 도로에서 수도기계화보병사단 염순덕(당시 35세) 상사가 숨진 채 발견됐다. 머리 부근이 둔기에 맞아 훼손된 상태였다. 단서는 수사현장에서 발견된 담배꽁초 2개. 그리고 인근 농수로에서 발견된 범행에 쓰인 것으로 보이는 나무 몽둥이가 전부였다. 이 몽둥이에 묻은 핏자국은 염 상사의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분석결과, 담배꽁초에서 동료군인 A씨(사망)와 B씨의 유전자가 검출됐다. 하지만 수사는 곧 난관에 부딪혔다. 사건 발생시점에 두 사람이 당구장에 있었다는 알리바이를 깨지 못한 것이다. 또 다른 동료군인 C씨가 “두 사람과 함께 있었다”고 진술한 게 결정적이었다. 당시에는 CCTV가 흔하지 않아서 이 진술을 뒤집을 물증(物證)이 없었다고 한다. 범행도구인 나무 몽둥이도 군(軍)에서 분실해버렸다. 이후 군 검찰은 사건을 덮었다.

사건 당시 살인죄의 공소시효는 15년. 2016년 12월이 지나면 범인은 처벌을 면할 수 있었다. 그런데 2015년 살인사건 공소시효가 폐지되면서 반전(反轉)이 일어났다. 2016년 2월 경기북부 지방경찰청 미제사건팀이 재수사를 결정한 것이다. 기무대 원사 A씨는 사건 발생 17년 만에 다시 살인 용의자 신분이 됐다.

범행도구인 나무 몽둥이가 없는 상황. 그러나 재조사 과정에서 사건해결의 실마리가 발견됐다. 당시 두 사람의 ‘당구장 알리바이’를 증언한 C씨가 “그때 거짓 진술을 했다”고 실토한 것이다.
“(살인 용의자인) 두 사람이 당구장에 있기는 했었는데...잠깐 머물다가 비상계단으로 밖으로 나갔어요. (얼마쯤 지나서) A씨가 당구장으로 돌아왔어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우리가 처음부터 계속 당구장에 있었다고 말하라’고…”살인용의자 A씨, B씨가 자리를 비운 시점은 범행이 이뤄진 시점과 일치한다.

군 검찰이 초기 수사에서 ‘이상한 실수’를 저지른 정황도 드러났다. “이게 처음에 군에서 먼저 수사를 했어요. 당구장 알리바이, 결정적인 부분인데 진술서가 남아있질 않아요. 제대로 수사 안 한 겁니다. 기무사 소속인 A씨가 군의 비호를 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수사 관계자 얘기다.

염 상사는 부대동료인 A씨, B씨와 함께 술을 마신 후 집을 돌아가다 변을 당했다./조선DB


이런 과정에서 A씨가 성매매 혐의로 기소되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A씨가 이 일로 군복을 벗으면, 경찰이 ‘민간인’이 된 그를 수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A씨가 돌연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A씨는 염 상사 살인사건 당시 중사 계급이었다. 군형법은 상관 살해죄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으로 처벌하게끔 되어 있다.

용의선상에 오른 B씨는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는 것 전해졌다. 특히 A씨가 숨지자 모든 책임을 그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한다. 그는 경찰조사에서 “17년 전 일이고, 그때 술에 취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면서도 “나는 (범인이) 아니니, 만약 염 상사를 때려 숨지게 했다면 A씨가 한 일 일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동기는 현재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범죄전문가들은 우발적인 범행으로 보고 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현장에 담배꽁초를 두고 가는 등 허술한 부분이 많아 계획적인 살인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A씨는 유력 용의자로 지목되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이로 인해 우울증에 걸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다른 용의자 B씨가 있는 만큼 '염순덕 상사 살인사건' 재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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