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거주자가 본 문 대통령의 UAE 방문외교 평가

Flying J 2018. 3. 30.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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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를 공식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오후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제 오찬 도중 환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두바이 파일럿 도전기-47] 지난 3월 24일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부다비 왕세제의 초청으로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바라카 원전 1호기 완공식 참가를 끝으로 3박4일간의 공식 일정을 마무리했다. UAE와의 관계를 기존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서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킨 가운데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논란이 된 외교 및 교류 공백에 대한 UAE 측의 의구심과 불안감을 해소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번에 문 대통령이 만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왕세제는 UAE 대통령인 할리파 대통령이 뇌졸중 수술 뒤 투병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UAE를 통치하는 실권자다. 우리에게 '슈퍼리치'이자 맨체스터 시티 구단주로 익숙한 만수르 빈 자예드 알 나얀의 친형이기도 하다.

UAE의 고민은 앞으로 석유 고갈 이후에 먹고살 것에 대한 계획을 빨리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세대의 먹고살 만한 것은 오일머니로 인해 충분히 있는데, 내 손자 때쯤 가면 석유는 언젠가는 고갈될 것이고 그러면 그 이후에는 어떻게 나라를 꾸려가야 하나란 것이 이들의 현실적인 고민이다. 돈은 많은데 주변 나라를 둘러보면 다 자신들을 어떻게든 이용(?)하려 혈안이 돼 있는 나라들뿐이고, 마음을 터놓고 믿을 만한 나라가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UAE 두바이의 초석을 닦은 고(故) 셰이크 라시드 국왕은 이렇게 말했다. "내 할아버지는 낙타를 타고 다녔고, 내 아버지도 낙타를 타고 다녔다. 나는 벤츠를 몰고 다니고 내 아들은 랜드로버를 몰고 다닌다. 그러나 내 손자는 다시 낙타를 타고 다니지 않을까?"

그러다 보니 UAE가 정말 간절하게 원하는 것들이 있다. 사막성 기후로 인한 만성적인 물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해수의 담수화와 식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사막의 농경지화, 그리고 석유 이후의 시대를 대비한 원자력 및 태양열에너지 등의 기술 보유다. 솔직히 산유국인 UAE에서 지금 왜 원전이 왜 필요하겠나. 50년 뒤 100년 뒤 미래를 보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기술들이 왠지 익숙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맞는다. 전부 다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 포트폴리오들이다. 우리나라 역시 만성 물 부족 국가이기에 일찍부터 해수의 담수화에 신경 썼고, 국토의 70% 이상이 산지이고 평야도 얼마 없어 척박한 환경에서 농사도 잘 짓고, 석유도 없으니 일찍부터 에너지산업에 관심을 가져 원전도 잘 짓고 잘 운영한다.

거기에 다른 강대국처럼 위협(?)적인 행동도 안 하고 매너도 좋은 편이다. 무엇보다 아무 자원도 없고 국토도 좁고 사람만 많은 가난했던 나라가 현재 눈부시게 발전을 이뤄냈다는 감동 스토리까지 가지고 있다. 그래서 UAE와 우리나라는 딸기와 우유, 된장과 부추처럼 서로가 원하는 점을 잘 채워줄 수 있는 궁합이 좋은 사이다.

그런데 그것이 전부일까. 그건 또 아니다. 중동에서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선 이곳 로열층과 친밀한 인간관계가 필수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이다. 여긴 왕정국가이기에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최종 선택은 이들이 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그게 쉽지가 않다. 이들이 가진 오일머니를 바라고 접근하는 사람과 단체가 얼마나 많겠나.

그런 의미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모하메드 빈 자이드라는 이름의 좋은 친구를 얻었고 한국은 UAE라는 이름의 동맹을 갖게 된 것" "UAE는 항상 한국 옆에서 한국 편을 들고 계속해서 한국의 친구로 남을 것"이라는 모하메드 왕세제의 환대를 이끌어낸 것은 한국의 큰 쾌거였다. 좋은 물건과 기술을 가진 후 진심으로 상대방에게 다가가면 거래가 성사된다는 비즈니스의 간단한 진리가 무엇인지 잘 보여줬다고 본다.

덧붙인다면 현지 거주인으로서 이번 문 대통령의 방문 일정에서 모하메드 왕세제가 예정에도 없던 자신의 집에 굳이 그를 초청해 1시간 넘게 집 안을 구경시켜주고 티타임을 가지며 가족을 인사시켰다는 소식에 많이 놀랐다. 아랍 세계, 특히 걸프 지역에서 현지인이 자신의 집으로 초대한다는 것은 정말 친하지 않은 이상 하지 않는 일이다. 더군다나 결혼한 사람이 외부인을 초청해 자신의 딸과 부인을 보여준다? 정말정말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모하메드 왕세제가 비즈니스 관계뿐 아니라 문 대통령과 인간적으로도 친분을 많이 쌓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UAE 원전이 나올 때 빠질 수 없는 이름이 있으니 바로 이명박 전 대통령(MB)의 존재다. 개인적으로 그의 공보다는 과가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지만, 그래도 몸소 UAE 원전 입찰을 성사시키고 현재 중동 비즈니스의 초석을 놓아주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꽤 높게 평가한다. 역사의 큰 물줄기란 측면에서 2000년도 후반 이때 아무것도 안 했으면 결국 다른 나라들이 UAE 원전 프로젝트를 수주했을 것이고 그럼 시간이 훌쩍 지난 지금에는 우리나라에 많이 불리하게 시장 판도가 변했을 것이다.

더불어 이번 정상회담에서 모하메드 왕세제의 "(한국에) 갈 때 딸들과 손자들을 데리고 갈 것이다. 우리 딸들이 돈을 많이 써서 한국 경제 상황이 좋아질 것이다. 물론 그 돈은 내 카드에서 나오는 것이고 내가 사인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나는 많이 울 것"이란 농담도 화제였다. 예전 미국 포천지에서 조사한 UAE 왕가의 재산이 600조원 정도였는데, 실제로는 이것보다 훨씬 더 된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것이 바로 금수저를 뛰어넘는 '석유수저'의 농담 클래스인 것이다. 하하.

[Flying Johan/ john.won3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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