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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한미 환율 합의와 혼란스러운 금융시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 03. 30.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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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USTR 홈페이지 첫 화면에서 이 로고를 클릭하면 FTA와 환율 관련 내용을 볼 수 있다

한국과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안에 대해 원칙적인 합의를 한 이후 금융가에선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FTA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제거됐고 나쁘지 않은 결과라는 평가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지시간 29일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마칠 때까지 FTA 개정을 연기할 수 있다"고 밝혀 불확실성을 되살렸다. 트럼프 본인이 좋아하는 좌충우돌식 협상 스타일을 다시 드러낸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한국과 환율 관련 합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 한미 FTA, 원칙적 합의 내용은 실물경제 영향 제한적

원칙적으로 합의된 내용 자체는 당장 실물경제에 큰 영향을 주기는 어려워 보였던 게 사실이다.

제임스 리 HSBC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합의의 경제적 파급력에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면서도 "FTA 재협상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철강 수출 물량 축소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나 그 규모는 무시할 만하다"면서 "한국의 픽업트럭 수출에 대한 관세율 인상은 미래 상황을 어렵게 하지만, 이 부문 수출은 지난해 존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차 수입에 대한 쿼터를 두배로 늘렸지만, 매년 2만5000대 쿼트 때도 구속력 있는 제약사항이 되지 못했다"면서 "미국산 자동차 수입의 즉각적인 증가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제조업과 수출 강국인 한국이 글로벌 무역갈등에서 자유롭기는 어렵다.

한국의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5%, 미국이 12% 가량 차지하는 가운데 한국은 중국에 중간재를 주로 수출한다. 예컨대 중국으로 향하는 수출액 4분의 3이 중간재이고 이를 활용한 제품이 다시 미국에 수출되는 과정에서 한국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2014년 한은 자료를 보면 중국으로 수출된 중간재의 7%가 미국으로 재수출된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아무튼 한미가 FTA 개정에 원칙적 합의를 했지만 협상이 끝난 게 아니었다. 향후 시간을 두고 추가적인 세부내역도 살펴야 한다.

이런 가운데 미국 USTR이 한미 FTA 협상과 별도로 환율 합의가 진행 중이라고 발표를 해 논란을 일으켰다.

■ 미국, USTR 홈페이지 통해 환율 합의 사실 알려

USTR은 자신들의 홈 페이지 중간에 한미 FTA 합의 관련 내용을 올렸다. 그 내용의 3번 항목에 환율 얘기가 들어 있다.

USTR은 한미 FTA 재협상 내용을 알리면서 한국과 통화 협의 체결이 막바지 단계에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투명한 외환정책을 지향하면서 경쟁적인 통화절하, 환율 조작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USTR은 "미국 재무부는 한국의 기재부와 통화문제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면서 "합의는 공정한 무역과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경쟁적인 통화절화와 환율 조작을 금지하는 견고한 조항을 바탕으로 마지막 단계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한미 FTA 재협상과 환율 협의는 서로 연계되지 않은 사안이란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외환시장에서 달러/원은 하락 중이다.

■ 하락한 달러/원..망가진 FX스왑시장

최근 원화 강세 흐름엔 미국이 국내 환율정책을 압박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녹아 있었다.

달러/원 환율은 28일 1,070.3원으로 10.8원 급락한 데 이어 현재 1065원을 하회한 상태다.

한미FTA와 연계되지 않은 합의라 하더라도 환율정책에 대한 외부압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특히 최근 FX스왑 급락에도 이같은 우려가 있다. 미국의 환율보고서 발표 등을 앞두고 당국이 필요한 개입마저 하지 않는 것 아닌가하는 비판도 많다.

최근 FX스왑이 큰 폭으로 하락한 데는 수급과 금리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스왑포인트는 한은 총재 연임에 따른 조기 금리인상으로 오르다가 총재의 중립적 발언이 트리거로 작용해 급락한 바 있다.

수급적으로는 최근 해외채권 발행이 주춤한 상태에서 에셋스왑이 계속 쌓인 게 FX스왑이나 통화스왑(CRS) 금리를 하락시키는 요인이 됐다.

미국 FOMC를 기점으로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분기말 자금 수급 여파가 겹치면서 스왑포인트가 급락했다.

은행의 한 스왑딜러는 "요즘 보험사들도 장기 쪽 스왑포인트 마이너스가 심해 단기로 돌리는 상태였다. 1년 이하로, 한 달짜리로 돌리는 식이었다"면서 "이러다 보니 스왑포인트가 폭락하는 사단이 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책당국이 나서야 했다. 하지만 환율보고서 때문인지 개입을 잘 하지 않았고 결국 패닉성 매도가 나오면서 스왑포인트가 폭락했다"면서 "이번주 초 개입해서 레벨을 올려놨는데, 어제와 오늘은 또 개입이 없어 밀리고 있다. 대기했던 에셋 물량들도 레벨이 높아지자 출회되면서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말했다.

보험사의 한 운용자는 "최근 FX스왑 급락은 당국의 실책으로 보인다. 스왑이 스팟처럼 한 방향이 아닌데, 당국이 지나치게 미국 눈치를 본 게 아닌가 한다"면서 "현재 금리전망 등을 감안해 이론적으로 볼 때 시장은 전혀 정상이 아니며, 당국이 이런 시장에 개입하는 게 정상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초 -9원대를 보이던 1년 FX스왑은 일주일전 -15.5원 수준으로 급락했다. 이후 28일 -12.2원으로 올라왔으나 다시 개입이 사그라들자 급락하는 등 혼란을 이어가고 있다.

■ 환 시장 혼란과 채권에 찾아온 기회..주식이 보는 양면성

최근 FX스왑 급락이나 CRS 금리 하락은 채권 재정거래 유인이 됐다.

단기 구간 FX스왑 레벨이 낮아지자 외국계 창구 등을 통해 재정거래 관련 비드가 나왔다. 외국인들의 통안채 매집은 최근 스왑시장의 왜곡과 관련된 사안이었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외국인에겐 FX스왑 급락으로 통안채 매입의 기회가 찾아왔다"면서 "여기에 미국의 환율 개입 가능성은 채권의 추가 강세 요인이 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한국 통화에 대해 강세 압력을 넣을 경우 한은의 스무딩오퍼레이션이 부담을 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원화 강세는 물가 상승률을 제한하는 데다 수출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원화 강세로 물가가 별로 못 오르거나 수출 불안이 커지면 한은의 금리 정상화는 예상보다 늦춰질 수도 있다.

아무래도 향후 당국이 외환시장 개입내역을 공개하게 되면 환 시장 개입이 과거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게 많은 시장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미국의 원화 강세 압박이 계속된다면 외국인은 채권, 주식 등 한국 금융시장 전반에 관심도를 높일 수 있다. 미국인 투자자라면 원화 강세가 지속될 때 달러로 환산한 수익이 커지기 때문이다. 다만 원화 강세가 수출주 중심의 주식시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자산운용사의 한 주식매니저는 "미국 압박 등으로 향후 원화 강세가 지속된다면 한국주식에 대한 관심이 늘어날 수 있으나 국내 수출에 대한 우려가 작용할 것"이라며 "향후 주식시장에선 상대적으로 내수주가 더 나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taeminchang@fnnews.com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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