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3배 '미분양 섬' 제주.. 봄날은 올까

양길성 입력 2018. 3. 30. 17:47 수정 2018. 3. 31.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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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과잉에 유커 급감 '악재'
올 분양단지 청약자 0명 속출
분양권에 '마이너스 프리미엄'
아파트 거래가격도 '뚝뚝'

[ 양길성 기자 ]


올 들어 제주 부동산시장이 추락하고 있다. 미분양 물량은 1년 새 3배 늘었고 ‘청약자 0명’ 단지도 등장하고 있다. 미분양에 시달리는 타운하우스(단지형 전원주택)는 할인분양에 들어갔다. 공급 물량 과다, 중국인 관광객(유커) 감소 등의 영향이란 분석이 나온다. 북핵 문제가 해결되면서 중국의 관광 제재가 풀려야 제주 부동산시장에 봄이 올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마이너스 프리미엄’ 속출

제주시 연동 ‘대림e편한세상2차’ 전용 84㎡는 지난달 5억7000만원에 손바뀜됐다. 지난해 12월 거래가격(6억3000만원)보다 6000만원 떨어졌다. 옆 단지인 ‘대림e편한세상1차’ 전용 84㎡는 지난해 말 5억3000만~5억9000만원에 거래됐으나 지난달엔 5억2000만원에 새 주인을 만났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제주공항이 차로 10분 거리인 데다 학군이 우수해 매수세가 몰리던 곳이었지만 올 들어 시장 분위기가 차갑게 식었다”고 전했다.

분양권엔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형성됐다. 서귀포시 강정지구 ‘강정 코아루 더 테라스 블루아’ 전용 84㎡는 분양가보다 3000만원 낮은 가격에 매물로 나와 있다. 2년 전 분양 당시 3000만~4000만원의 웃돈이 붙었던 단지다. 분양 당시 1억원의 웃돈이 붙은 ‘강정 중흥S-클래스’ 실거래가는 지난해 11월 6억원에서 지난달 4억3000만~5억원으로 떨어졌다. 강정동 H공인 관계자는 “분양 당시 전국에서 매수 문의가 온 단지”라며 “더 떨어질 것이란 기대에 매수자는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제주 부동산시장은 2015년과 2016년 뜨겁게 달아오른 뒤 작년부터 횡보하다가 올해부터 고개를 숙이고 있다. 한국감정원 자료를 보면 2016년 제주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7.2%로 전국 1위였다. 전국 평균(0.8%)의 9배가량 된다. 2015년 상승률은 13.8%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제2공항 건설 등 개발호재에 유커와 전입인구가 급증한 결과였다. 작년에는 상승률이 0.4%에 그쳤다. 전국 평균 상승률(1.1%)에 한참 못 미쳤다.

◆청약 접수 ‘0명’ 단지도

미분양은 계속 쌓이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제주 미분양 물량은 1280가구로 1년 전(353가구)의 3배를 넘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562가구에 달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급기야 지난해 제주시를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청약 성적도 저조하다. 지난 1년간 청약을 접수한 15단지 중 14곳은 미달을 기록했다. 올 1월 청약을 받은 ‘제주 대림 위듀파크’엔 1순위 청약자가 아예 없었고, 지난달 15일 청약 접수를 한 서귀포시 ‘마마뜰 노블레스’(30가구)엔 1명만 청약했다.

할인분양도 일상화되는 모습이다. 애월읍의 한 타운하우스는 6억2000만원이던 분양가를 5억4000만원으로 낮췄다. 지난해 입주를 시작했지만 19가구 중 절반은 미분양이다. 10년째 애월읍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한 Y씨는 “도심에서 반경 2㎞ 밖인 타운하우스는 절반 정도가 미분양”이라며 “3~4년 전 전국 각지에서 건축사가 몰려와 타운하우스를 무차별적으로 지은 후유증”이라고 말했다.

◆공급과잉·유커 감소 악재

제주 부동산시장 침체의 주원인은 공급 과잉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제주도 주택 인허가 건수는 2013년 6309건에서 2016년 2만1596건으로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유커가 몰린다는 기대에 주택뿐 아니라 오피스텔 타운하우스 호텔 등의 공급이 급격하게 늘었다”며 “공급에 비해 수요가 부족해 미분양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커 감소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커 감소는 제주도민의 구매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제주도청 도시건설국 관계자는 “도심과 먼 외곽지역에서 미분양이 크게 늘어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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