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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 70년 동안 강요된 침묵..금지된 역사

김주만 입력 2018.04.01. 20:28 수정 2018.04.01.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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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아픈 과거와 직면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제주도 사람들은 4·3 얘기가 나오면 '속섬합서'라고 해왔다고 합니다.

"말을 하지 맙시다"라는 제주말이라고 하는데요.

4.3은 오랫동안 금기어였고 금지된 역사였습니다.

강요된 70년의 침묵, 이어서 김주만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리포트 ▶

"한날한시에 이집저집에서 터져 나오던 곡소리. 음력 섣달 열여드렛날, 오백위 가까운 귀신들이 밥 먹으러 강신하는 한밤중이면 슬픈 곡성이 터졌다."

소설을 읽던 제주도 여성이 기절할 만큼 소설 '순이삼촌'은 4·3의 침묵을 깨는 충격이었습니다.

군인들에 의해 주민 470명이 한꺼번에 죽음을 맞은 마을.

학살이 일어난 '너븐숭이'에는 아직도 20여기의 애기 무덤이 있습니다.

[현기영 작가] "이 아이가 살았으면 지금 나처럼 늙었을테죠. 그 슬픔 그 처참함을 묘사할 수 있는 글이 없어요. 소위 '언어절애' 현상이라고…"

제주 곳곳에서 이런 죽음이 일어났습니다.

이런 사실이 역사서가 아니라 소설로 겨우 알려지는데도 30년, 하지만 계속된 군사정권은 뼈로 돌아온 가족의 주검에 무덤조차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가 "경찰 손에 죽었다"는 이유만으로 '빨갱이' 낙인을 찍어 자기 땅에 농사를 짓지도 못하게 했습니다.

[고남택] "17살까지는 도민증도 안 해주고, 군대도 못 가는 줄 알았죠. 그래도 해병대 갔다 왔습니다."

2000년 국민의 정부에서 특별법이 만들어지고, 처음으로 국가 폭력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가 나왔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2003년 10월]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으로서 과거 국가권력의 잘못에 대해 유족과 제주도민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 당선 직후 4·3위원회의 활동이 축소됐고 제주 4·3을 다룬 베스트셀러 소설이 군대의 '금지도서'가 됐습니다.

다만 정치적 성향을 떠나 평화공원이 세워지고 희생자 추념일이 법정기념일로 지정되는 등 진실을 찾자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역사의 가해자로서 또는 피해자로서도 과거의 아픈 기억과 직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이 합쳐질 때 지나간 과거는 고칠 수 없지만 다가오는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이 있습니다.

MBC뉴스 김주만입니다.

김주만 기자 (zooman@imbc.com)